시소타기, 권진원 : 2집 - 1994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언제 마지막으로,
시소를 타보셨나요?
시소는 굉장히 특이한 놀이기구다.
혼자서는 탈 수 없는 유일한 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마지막으로 시소를 탔냐는 질문은 조금은 억지스런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구와 마지막으로 놀이터에서 함께 했는지를 묻는 질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시소는 함께 하는 사람과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각자가 조금씩의 양보를 통해 상대방과 타협을 해야만 움직일 수 있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시소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올라갈 때의 짜릿함 그리고 내려올 때의 아찔함.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이런 시소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어쩌면 태어나 가장 처음 알게 된 이 간단하지만 혹독한 삶의 이치를 우린 자주 잊고 사는 것만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거지!
이젠 모두들 눈치챘겠지만, 오늘 소개할 여든여덟 번째 숨은 명곡은 1994년 발표된 권진원 2집에 수록된 시소와 관련된 아름다운 노래, '시소타기'이다.
권진원은 한국 외대 재학 중이었던 1985년 제6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자작곡 '지난여름 이야기'라는 노래로 은상을 수상하면서 K-Pop에 데뷔하게 된다. 참고로 당시 대상은 전 국민의 히트 송이 된 혼성 듀엣 마음과 마음의 ‘그대 먼 곳에’가 차지했고 박미경이 ‘민들레 홀씨 되어’로 입선을 하기도 하는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녀의 데뷔 노래는 향후 그녀의 2집에 다시 실리게 된다.
그녀는 1987년 대학로에서 1983년에 결성된 대한민국의 혼성 그룹이자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공연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이때 그들의 노래로부터 깊은 울림과 감명을 받아 '노찾사'의 오디션에 참가하여 그 일원이 된다.
수많은 노찾사의 공연을 함께 하던 그녀는 '광야에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사계' 등 노찾사의 가장 대중적 인기를 끈 2집에서 '평등의 땅에'을 부르며 세상에 그녀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고 3집에서는 '사랑 노래'라는 곡을 그녀만의 감성과 가슴을 트이게 만드는 가창력으로 풀어내며 주목을 끌기 시작한다.
이후 '노찾사'의 핵심 멤버였던 김광석과 안치환이 탈퇴하자 그녀도 그룹을 떠나 1992년 솔로로 독립하게 되는데 앨범 기획사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소량의 앨범만이 발매가 된다. 그녀의 1집은 '노찾사'가 추구했던 방향성을 그대로 계승하다시피 따른 것으로 지극히 주관적 관점으로 볼 때 아직 그 틀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다소 아쉬운 앨범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 앨범에서 5곡의 노래를 작곡함으로써 그녀가 가진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이는 그녀의 음악 인생에 있어 싱어송라이터로의 기반을 다진 중요한 의미 있는 앨범이지 않았나 싶다.
1994년 그녀는 '노찾사'에서 발휘했던 풍부한 그녀만의 감성을 보다 일상적으로 풀어냈던 2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살다 보면’이라는 곡이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곡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대표곡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권진원의 '살다 보면',
불후의 스테디셀러!
1996년 K-Pop, 그리고 포크계의 큰 별이었던 김광석이 하늘나라로 떠나고, 권진원은 이듬해인 1997년 그녀의 3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故김광석을 추모하며 만든 '사랑했던 사람에게'와 '슬픈 얼굴', '상상'등의 노래들을 듣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그를 존경하고 따랐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이 앨범에는 민중가요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이 피아노곡으로 실려있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느낌으로 2집에 비해 큰 호응을 얻지 못한 3집 이후, 그녀는 걸출한 프로듀서였던 손무현과 함께 1999년 4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한흥 밝아진 이 앨범에 수록된 경쾌한 'Happy Birthday to you'라는 노래로 다시금 높은 인기과 호응을 얻게 되기도 한다.
포크, 락,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보다 수준 높게 아울렀던 5집,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첼로가 중심이 되어 보다 클래식의 색채가 강했던 6집, 이를 보다 농염하게 발전시켜 '아트팝'에 보다 진일보한 7집, 한 시대를 위로했던 가곡, 가요, 동요들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던 8집, 그리고 보컬과 피아노만으로 간결하게 구성한 앨범으로 재즈 피아니스트 Rob Van Bavel이 권진원의 노래 전부를 편곡하고 연주한 9집까지 그녀는 2024년 지금도 높은 열정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 소개할 여든여덟 번째 숨은 K-Pop 명곡은 1994년 12월에 발매된 권진원 2집 마지막에 수록된 노영심 작사/작곡, 문대현 편곡의 '시소타기'라는 노래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노영심은 대학생시절 1989년 변진섭의 전 국민 히트곡 '희망사항'을 작사/작사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티스트로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임백천의 '마음에 쓰는 편지' 등을 만들었으며, 1992년에는 자신의 데뷔앨범을 발매하고 솔로 가수로도 활동하며 아직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노래는 1995년 노영심 2집에 다시 실리기도 하였는데, 피아노 하나로 기교 없이 소녀처럼 부르는 노영심의 버전도 굉장히 매력 있으니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편곡을 맡은 문대현은 노찾사 결성의 핵심 멤버 중 하나였던 친형 문승현과 함께 노찾사의 활동과 음악을 함께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로 '광야에서', '사계', '그날이 오면', '이 산하에', '오월의 노래' 등 노찾사 최고의 앨범이라 불리는 2집의 대부분의 노래를 작사/작곡했다.
이 노래는 2집 마지막에 실린 곡으로 오직 피아노, 그리고 플루겔혼 두 개의 악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아노는 숨은 명곡 여든여섯 번째에서 소개했던 GIGS의 멤버 강호정이, 플루겔혼은 예순여섯 번째에서 소개한 이주한이 담당하고 있다.
https://brunch.co.kr/@bynue/143
https://brunch.co.kr/@bynue/123
영화 속 어느 한 장면에서나 나올 것 같은 청아한 피아노의 연주가 시작되고, 부드럽고 아늑하지만 어둡고 먹먹한 반전의 음색을 가지고 있는 플루겔혼이 등장하면서 우리들 모두를 수십 년 전 추억이 가득 담겨있는 놀이터 한 구석으로 안내한다.
모든 기교와 힘을 빼고 그저 담담히 이야기하듯 퍼져나가는 권진원의 목소리를 따라 아득한 그 옛날 그 아이와 함께 걸었던 작은 동네의 골목길에서부터 작은 바람에도 삐걱대던 낡은 그네와 가로등 밑 때 묻은 시소가 반겨주는 놀이터에 다다르면, 아름다웠던 그때 시절 우리의 모습이 아른거려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푹 주저앉게 되고 만다.
마치 동화와 같이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노영심의 노랫말과 멜로디는 이미 마음을 울리는 마법을 지닌 권진원의 목소리와 함께 섞여지고, 또 플루겔혼의 멜로디와 다시 어우러져 주거니 받거니 시소를 타듯 조화롭게 느껴진다.
보컬과 플루겔혼의 조화가
마치 시소와도 같은 예쁜 노래
우리에게 첫 시소는 언제였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벽히 기억하지는 않겠지만, 나의 첫 시소는 아마도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간 놀이터에서 엄마의 품에 안긴 나와 반대편 아빠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들 시소를 태워주려 왔지만, 아빠 엄마는 힘든 육아에 잊고 살았던 연예 시절의 낭만을 잠시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친구들과 널뛰듯 시소를 타다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져 팔꿈치에 피가 주룩주룩 나던 내 모습도 지나가고, 헤어지기 싫어 밤새도록 서로의 얼굴만 위로 그리고 아래도 말없이 바라보던 그녀의 모습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서로의 무게가 다르더라도 앞뒤로 몸을 움직여 양보하여만 균형이 맞추어지게 되고, 내가 몸을 낮출 때 비로소 상대방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완벽한 놀이기구.
네가 별을 따오거든 난 어둠을 담아올께.
너의 별이 내 안에서 반짝일 수 있도록.
오늘은 동네 앞 놀이터로 한번 나가봐야겠다. 시소 타러.
작사 : 노영심
작곡 : 노영심
편곡 : 문대현
노래 : 권진원
해진 저녁 텅빈 골목을 너와 둘이 걷다가
어릴적 추억으로 찾아낸 조그만 놀이터
외등하나 우릴 밝혀 작은 시소 타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가지요.
네가 별을 따오거든 난 어둠을 담아올께.
너의 별이 내 안에서 반짝일 수 있도록.
너의 미소가 환히 올라 달로 뜬다면
너를 안아 내 품은 밤이 되야지.
너를 안아 내 품은 밤이 되야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