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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Apr 14. 2024

숨은 K-Pop 명곡 100선, 여든여섯

Champ, 긱스(GIGS) : 1집 - 1999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자타공인 최고들이 만든
K-Pop 슈퍼밴드!


밀레니엄을 앞두고 설렘과 불안감이 함께 동요했었던 그 시절, 어쩌면 1990년대 음악적 풍요로움을 마무리하듯 K-Pop의 Top Class 아티스트/프로듀서와 당시 신예 천재 뮤지션들이 함께 나타난 그룹 긱스(GIGS)의 이야기다.


보컬 이적, 기타 한상원, 베이스 정재일, 건반 정원영과 강호정, 그리고 드럼에 이상민. 이들 모두 높은 수준의 음악적 역량을 두루 갖춘 뮤지션이자 아티스트, 그리고 프로듀서로 감히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불릴 만했던 레전드 그룹.


그 당시만 해도 이 조합의 등장은 과히 '슈퍼 밴드'라 불릴 만큼 기대감이 넘치고도 또 넘쳤지만, 대중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비운의 그룹. 하지만 20여 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에 다시 살펴보게 된 그들의 음악과 케미들은 여전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만 같다.


일반 대중에겐 조금 낯선 듯해 보일 수도 있는 팀명 'GIGS'의 의미는 작은 무대가 있는 선술집의 공연을 뜻하는 것으로 거창하고 큰 공연이라기보다는 우리가 흔히 재즈바나 스탠드 코미디 쇼를 하는 작은 클럽 등에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연을 이야기한다. 이런 공연들의 밴드들은 일부 즉석에서 세션들을 구하기도 하고, 일종의 Jam Session과 같은 즉흥연주들을 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GIG은 프리랜서를 의미하는 뜻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시계방향으로, 이적, 한상원, 정재일, 이상민, 강호정, 정원영으로 구성된 긱스(GIGS)


보컬을 맡았던 이적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1995년 패닉으로 데뷔하여 '달팽이', '왼손잡이' 등의 노래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김동률과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 무한도전 유재석과 함께 활동한 처진 달팽이 등의 활동으로 그 명성을 쌓아온 K-Pop 내 역량 있는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이다.


기타리스트 한상원은 본 숨은 명곡 시리즈 마흔일곱 편 '물망초'로 소개한 바 있는 K-Pop Funk Master로 국내를 대표하는 재즈/블루스/펑크 기타리스트 장인이고, 건반을 맡은 정원영은 숨은 명곡 시리즈 아홉 번째였던 송홍섭 편의 '어느 날 오후'와 서른 번째에서 소개한 '흐린 날 텅 빈 하늘'을 만든 레전드로 이들은 베이시스트 김병찬,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함께 흔히 버클리 1세대로 불리는 음악적 동반자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bynue/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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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ynue/38


항상 그의 앞에는 교수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강호정은 대한민국 전자음악의 선구자였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음악감독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과도 예술적 영향을 주고받았었던  강석희의 장남으로 서울대학교 작곡가를 나와 줄곳 독일에서 학업을 쌓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11살부터 독일에서 살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인지 그는 베를린 대학교에서 전자음악, 특히 신시사이저에 심취하게 되며 베를린 S.A.E(School of Audio Engineer)를 졸업, 3년간 전임강사로 활동하면서 독일 Hightonics 그룹 Dance Profussion 그룹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음향 전문가로, 1994년 권진원 2집, 윤도현 1집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카리브에서 온 편지', '사랑 Two' 등의 노래를 작/편곡, 그리고 그의 특기 중 하나인 신시사이저 연주 등에 참여하며 K-Pop에 공식 데뷔하게 된다.


1997년에는 키보디스트가 없던 윤도현 밴드에 공식으로 멤버로 합류하면서 그의 아티스트와 밴드 활동이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참고로 그의 동생인 강화성 또한 나얼, 김범수, 박정현, 거미, 성시경, 아이유 등의 노래를 만든 유명 프로듀서이자 신시사이저 세션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버지, 형, 동생 모두 K-Pop 내 Top 음악인으로 역시 천재성은 일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천재성은 유전이라는 걸
일부 증명해 주는 듯!


왼쪽부터 강화성(동생), 고 강석희(아버지), 그리고 강호정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천재 정재일은 중학교 2학년 서울재즈아카데미 1기생으로 입학하여 이미 한상원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였으며, 1999년 17살의 나이로 GIGS에 멤버로 '노올자', 'Champ', '랄랄라' 등의 노래들을 모두 작곡하는 천재성을 보여주며 K-Pop에 데뷔한다.


그리고 그는 K-Pop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프로듀서라는 평가를 받으며, 뮤지컬, 연극, 재즈, 가요, 영화 OST 등에서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드러머 이상민 또한 정재일과 함께 천재라는 수식어가 항상 같이 따라다닌 뮤지션인데, 이미 17살이 되던 해  시나위의 오프닝 밴드로 활동하며 클럽(rock me amadeous), 록페스티벌 등에 참가하였고, 정재일과 함께 서울재즈아카데미 1기생으로 입학하여 한상원 밴드에서 함께 활동한다.


1999년, 긱스의 드러머이자 '만월광풍'이라는 노래를 작곡하여 K-Pop에 데뷔한 그는 이후 2002년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결정하고 2004년 버클리 음대의 ‘Most Improved Drummer Award’를 수상하고, 2008년에는  '자라섬 국제 재즈 콩쿠르' 1위에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2010년에는 첫 솔로 앨범 'Evolution'을 발표하는데, 다양한 장르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며 뛰어난 그의 음악적 천재성과 역량을 선보였으며, 2021년에는 11년 만에 싱글 'My Light'를 발매하며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뭐 하나 아쉬울 것 없었던
진짜들의 음악!


1999년 1집, 2000년 2집을 발매한 GIGS의 앨범 표지.


긱스(GIGS)는 1999년 1집을 발매하고 '노올자', '랄랄라' 등의 노래가 일부 방송에 노출되고 또 회자되기도 하였지만, 대중적인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 앨범이 K-Pop 역사상 손에 꼽을 수 있는 Fusion Funk Rock의 명반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항상 대중적 흥행이 함께 하는 것은 아닐 테니.


이듬해인 2000년 긱스는 그들의 2번째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타이틀곡인 '첫사랑'이 일부 방송과 라디오에 알려지고 '난 너를 원해 냉면 보다 더, 난 네가 좋아 야구보다 더'라는 가사가 사람들 속에 회자되면서 일부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이도 큰 히트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 앨범을 끝으로 긱스(GIGS)는 자연스럽게 그룹의 활동이 중단된 잠정적 해체의 상태가 되면서 멤버들은 모두 각자 활동에 들어간다. 어쩌면 이 레전드 그룹의 끝은 단기적 프로젝트성의 그룹으로 그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껏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K-Pop 내 펑크 락의 대중화에 조금이나마 그 힘을 보탰다는 사실에 무한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소개할 여든여섯 번째 숨은 명곡은 1999년 긱스(GIGS) 1집에 실린, 이적 작사, 이적/정재일 작곡의 'Champ'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비교적 긱스의 노래 중 알려져 있는 노래이기에  그들의 오래된 팬이라면 숨은 명곡 선정에 고개를 잠시 갸우뚱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지만, 워낙 매니아적인 팬들이 주류였던 그룹이었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는 이 노래를 인지하고 있는 지금의 일반 대중은 그 수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노래는 지금의 K-Pop을 이끌고 있는 리더 중 하나인 천재 정재일 음악감독의 공식 데뷔곡으로 긱스 1집 앨범 내에는 그와 이적이 작곡과 작사를 나누어 만든 '랄랄라', '노올자' 등과 함께 실려 있다. 이들 노래는 음악적으로 그 만듦새와 탄탄함이 이제 막 정식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한 10대의 소년이 만든 곡이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노래를 천천히 뜯어보다 발견하는 그의 바이브와 무드에 왜 정재일을 천재라고 이야기하는지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된다.


소년 정재일 데뷔곡의
바이브와 무드!


긱스의 Champ의 설명이 포함된 앨범 내지


이 노래는 빠른 템포의 드럼에서 시작되는 찰진 비트와 함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브라스, 신스 스트링의 경쾌함으로 뜸 들이거나 미적거리지 않고 바로 대놓고 직진한다. 


긱스는 펑크 락을 앨범의 기저로 삼고 있다고는 하지만, 'Champ', '랄랄라'와 같은 노래들은 이보다는 펑키 디스코에 보다 가까운 리듬감과 브라스의 구성으로 마치 'Earth Wind & Fire'의 곡들을 마주하는 것 마냥 흥겹고 신이 난다.


당시엔 호사가로부터 일부 혹평을 받았었던 이적의 보컬도 꽤나 자연스럽게 노래에 잘 녹아드는데, 어쩌면 커다란 줄기는 다르겠지만, 패닉 시절의 '왼손잡이', 'UFO'나, 그의 2집에 수록된 '하늘을 달리다', 최근 발표한 '불꽃놀이' 등에서 느껴지는 그만의 감성과 잘 어우러져 일부 끈적함을 잃지 않게 해주기도 한다.


그대여 지쳤나요
우린 되는 일이 없나요


난 개인적으로 이적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작곡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가 노래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편인데,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화법을 통해 어렵지 않게 그의 생각을 쉽게 이해하게 되고 또 그가 가졌을 그 감정이 금세 온몸으로 휩쓸려 들어와 함께 동화가 되기도 한다.  


우린 하루에도 수천만 번씩, 그냥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유혹에 맞딱들인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도 않고, 하는 일마다 꼬이고 헝클어져서, 이젠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이상은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멍하니 상처뿐인 내 두발을 멍하기 바라보는 일이 일상이 되기도 한다.


어느덧 나의 삶은 끊임없는 좌절의 도돌이표 속에 남겨진 것만 같다.


축 쳐진 나의 텐션을 올려 줄
피로 회복제 같은 노래!


이 노래는 그런 노래다.


노래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한 의미로 나의 텐션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김없는 어그로가 예상되기도 하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20여 년간 기적처럼 어깨를 쭉 펴게 해주는 마법 같은 효과를 입증해 줬다.


'Champ'는 언제 들어도 신나고, 흥겹고 그리고 작은 동기부여까지도 척박한 가슴속에 전달해 주기에 혹시 인생의 피로 회복제 같은 노래가 필요했다면, 한 번쯤 이 노래가 효과가 있을지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다시 일어나 주먹을 쥔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Champ

긱스(GIGS), 1집 - 1999


작사 : 이적

작곡 : 이적, 정재일

편곡 : 긱스(GIGS)

노래 : 긱스(GIGS)


그대여 지쳤나요 하루하루를 뒤쫓다가

그래요 이상한 일이에요 우린 되는 일이 없나요


꼭 두들겨 맞은 듯이 상처뿐이어도

차마 쓰러질 수 없는 이유를 알기에


다시 일어나 주먹을 쥔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이 거친 세상에 자유를 꿈꾸는 그대가 바로 승자예요


어제는 소중했던 그대 마음속의 자신이

단숨에 내팽개쳐지나요 그리 쉽게 질 순 없어요


꼭 두들겨 맞은 듯이 상처뿐이어도

차마 쓰러질 수 없는 이유를 알기에


다시 일어나 주먹을 쥔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이 거친 세상에 자유를 꿈꾸는 그대가 바로 승자예요


그대의 마음에 그대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이 거친 세상에 자유를 꿈꾸는 그대가 바로 승자예요


가끔씩은 정신을 잃어 다리가 풀리기도 하죠

그럴 때면 환상을 봐요 언젠가 우리 승리의 잔을 들 그날을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nfaJjFS_H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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