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후 : 송홍섭(Feat. 정원영), 1집 - 1991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사랑과 평화, 김현식,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유재하,
김광민, 정원영, 김종진, 전태관, 한영애, 봄여름가을겨울, 유앤미블루,
어어부밴드, 신윤철, 삐삐밴드, 임재범, 박정현...
이름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국내를 대표하는 이들 아티스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주옥같은 음악 뒤에는 대한민국 프로듀서의 레전드 '송홍섭'이 함께 있다.
송홍섭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자면 1978~1981년 사랑과 평화 활동을 시작으로, 1980년 김현식 1집 등에 참여하였다. 1983년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 합류하여 조용필 5집 음반 작업에 참여하였고, 1985년 조용필 7집 음반에서는 음악감독으로 유재하, 김광민, 정원영, 김종진, 전태관 등을 기용하며 밴드 인원을 직접 구성하는 등 당대 최고의 베이스 세션으로 활동하였다.(위키백과 참조)
사실, 무엇이라 설명을 달기가 참 조심스럽다. 레전드가 레전드 뮤지션들과 걸어온 이 발자취에 그저 이해를 돕기 위한 글 몇 줄을 더하는 거에도, 자칫 내 무지와 지식의 빈약함이 묻어날까 봐...
사랑과 평화는 국내에 당시 흑인음악이라고도 불렸던 '펑키 음악 사운드'를 대중화한 역사적인 그룹인데 지금 들어도 수준 높은 음악 편곡과 연주들은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의아함까지 만들어 낸다. 송홍섭은 이러한 펑키 음악의 핵심인 베이스를 너무나도 멋지게 연주했는데 장르마다 조금씩은 틀릴 수 있겠지만, 펑키 음악에서의 그루브한 베이스 라인은 정말 중요한 요소이지 않았을까?
또한 이 시기에 '조용필'과 함께 밴드를 한다는 것은, 단언컨대 현재 TV 프로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악 오디션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실력과 음악성이 필요했었고, 어쩌면 가혹할 수도 있는 검증을 통해 '당대의 최고 뮤지션'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송홍섭은 음반 참여는 물론 밴드를 구성하는 '리더'의 역할에 있었으니, 어쩌면 당대 최고 뮤지션을 뽑았던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김현식, 한영애,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동하였고, 90년대 들어서는 '송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유앤미블루, 어어부 밴드, 신윤철, 삐삐밴드의 음반 비롯해 여러 음반을 제작했다.(위키백과 참조)
한국의 100대 명반 (경향신문, 네이버 선정 ) 중 송홍섭은 11개의 음반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현재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가평 뮤직 빌리지, 그리고 그 유명한 '송 스튜디오'를 잇는 SMC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정확한 연도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한참 'Music is Life!'에 빠져있을 때니, 아마 1995~1996년 즈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PC통신을 통해 무작정 난 '송 스튜디오'에 이메일 한통을 보냈다. 이것도 뭐 거의 30년 전의 일이니 그 문구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저는 음악 하는 누구누구인데, 송홍섭 프로듀서님을 만나고 싶다.'라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송 스튜디오'에게는 이런류의 메일이나 요청이 하루에도 수십 건 아니 수백 건씩 받는 지루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 큰 기대 없이 메일을 썼다. 그냥 으례히 거절이나 연락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 후, 기적과 같이 '답변'이 왔다.
대장님이 보고 싶어 하세요~!
답변을 주셨던 분은 송 스튜디오의 '실장님'이셨는데, 아마 '대장님이 보고 싶어 하니, 만든 음악이 있으면 가지고 스튜디오로 찾아오라'고 하시면서 전화번호를 남겨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까지도 답변 메일을 열어보던 그때의 그 설레는 마음을 잊을 수 없다.
난 그때부터 '송홍섭 = 대장님'으로 생각했고, 주변에 사람들도 나도 대장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쨌든 떨리는 마음으로 허접하게 녹음된 '데모 테이프'를 들고 대학로에 위치했던 '송 스튜디오'로 찾아갔다.
대장님은 너무나도 온화한 얼굴과 미소로 날 반겨주셨고, 격려해주셨다. 데모 테이프도 꼭 열심히 들어보겠노라고 하셨고 그렇게 짧은 첫 번째 만남은 끝이 났다. 그 이후에도 나는 대학로의 송 스튜디오를 들락날락했었는데, 대장님은 '우리 Bynue(그때 당시는 내 본명으로 부르셨지만)의 음악은 참 특색이 있어... 근데 부를 사람이 딱히 생각 안나네... Bynue 목소리도 좋은데 직접 불러보는 게 어때?'라고도 하셨다.
사실 난 보컬에는 자질이 없다 생각했었고 그래서 내가 노래를 부르는 건 상상하지도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장님은 혹시 내가 좌절하거나 실망할까 봐 이렇게 배려의 말을 해주셨을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어쨌든 난 그렇게 대장님과의 인연을 이어갔고, 아마 2000년 초반 강남 선릉으로 '송 스튜디오'가 이전했을 때 찾아뵌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이것도 벌써 20여 년이 훌쩍 지났다. 그 이후론 현실 속 삶의 무게 때문이였는지 음악을 멀리했던 내가 죄송스러워 찾아뵙기가 너무 힘들었었다.
아마 이제는 나란 존재를 잊으셨을 거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열정 하나로 온몸을 부딪혀 음악을 했던 그 시절, 그리고 나의 Hero였던 대장님.. 아련하지만 행복했던 추억으로 미소 짓게 된다.
혹시 다시 대장님을 만나게 된다면, 작년에 발매한 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 처음 밝히는 거지만, 이 중 '어떤 웃음'이라는 노래는 그 옛날 대장님께도 들려드린 노래였다...
대장님! 나의 대장님!!!!
https://brunch.co.kr/@bynue/16
https://www.youtube.com/watch?v=AdQknvMJQ20
송홍섭 1집은 하얀색 LP 앨범 커버가 눈에 띄는 더블 자켓으로 되어 있는데, 송홍섭이 직접 이야기한 이 앨범의 단상은 아래와 같다.
음악을 시작하고 20년...
이제 처음 나의 앨범을 갖게 되었다.
이 앨범은 '속풀이 #1' 이라고 나 혼자 이름지었다.
그것은 뮤지션이면 누구나 갖고있는 '키타치고 노래하는' 꿈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또 나의 어느 면 하나도 감추고 싶지 않아, 감히 Double 자켓으로 만들었다.
제1면은 - 현재의 나의 모습이며
제2면은 - 미래에의 욕망.
제3면은 - 어린시절의 표현이며
제4면은 - 감출 수 없는 내 감성의 일부이다.
연주자와 편곡자로 알려진 나지만 이렇게 노래하는 이유는 뭘까?
나도 잘 모르는 그 이유들을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아울러 나 자신도 정리되며...
이렇게 두서없는 앨범을 감히 내어 놓음을 용서바라며
다음엔 훨씬 정리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 앨범은 각 면마다 4곡씩 총 16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데, 오늘은 정원영이 작사/작곡/노래한 '어느날 오후'를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노래는 약간은 달라진 편곡으로 이후 발매한 정원영 1집(1993)에도 수록되어 있다.
어느 날 오후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는 시간, 문득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혼자가 된 듯한 기분. 주변의 사람들은 즐겁게 웃고 떠드는데, 밀려오는 외로움에 몸 둘 바를 모를 그런 때...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볼 수 있는 이런 기분과 감정을, 가사로 그리고 노래로 풀어내기란 참 어렵다. '어느 날 오후'의 노래는 계속 변조가 되는 멜로디 라인을 따라 마치 감정의 파도를 이어가듯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정원영 특유의 담담하고 꾸밈없는 목소리가 이를 잘 이끌어 준다.
난 개인적으로 약간의 비음이 섞여있지만 바이브레이션이 없이 깨끗하고 담담한 보컬톤을 참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유재하', 빛과 소금의 '장기호', 그리고 여기 '정원영'이 모두가 이러한 특색있는 보컬톤을 가진 대표적인 뮤지션이 아닌가 싶다.
해지는 오후, 문득 혼자라고 생각될 때, 그래서 나를 위로해 줄 그 무언가가 필요할 때, '어느 날 오후'를 들어보자. 바쁘게 지나쳐 왔던 어제의 후회와 외로움으로부터 천천히 벗어나 다시 태어나게 될 내일을 함께 노래할 수 있을 터이니...
작사 : 정원영
작곡 : 정원영
편곡 : 정원영
노래 : 정원영
해저무는 창문곁에 흩어지는 기억들
나 지나간 날 모두 어디로 갔나
사랑하는 벗들 모두 내 주위에 있어도
내 그 가슴속에 여전히 남아
끝없는 방황으로 나를 저 건널 수 없는
깊은 외로움 속에 또 지나버린 하루
수 많았던 만남 소중했던 시간
모두 다 의미없는 헛된 꿈이 되었나
희미해진 불빛 아래 써 내려간 얘기들
나 기도하리 다시 서리라
태양 향해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