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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마흔

갈 수 없는 나라, 해바라기 : 1집 - 1983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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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노래가 왜 없어요?


숨은 명곡 시리즈를 다루면서 항상 직면하는 고민 중에 하나는, '숨은 명곡'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리즈 자체가 '곡'에 집중되다 보니, 우리가 흔히 '레전드'라고 불리는 아티스트나 프로듀서의 곡들을 모두 다룰 수 없게 되는 어려움에 종종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레전드 아티스트라는 말은 그만큼 그들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는 뜻일 텐데, 자칫 '숨은'이라는 정의에 맞지 않아 '이 노래가 과연 '숨은' 명곡인가?'라는 자기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가져왔던 고민의 넋두리들을 몇몇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너무나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취향의 선곡이기에 누구에게나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질, 명쾌한 숨은 명곡의 선정 기준이 있지 않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객관적 기준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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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대단한 결론은 아니겠지만,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온 문제에 대한 나의 답은 '내 의식이 가는 대로'라는 것이다. 레전드 아티스트의 소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라 해도 숨어있는 나의 취향 저격 노래가 있다면 그 또한 그렇게 말이다.


그게 어쩌면 비슷한 취향의 소중한 구독자 분들께서 잊지 않고 찾아봐 주시는 이유이자, 이곳의 살아 있는 '독특함'과 흔들리지 않는 '개성과 매력'이 아닐까 하는 망상에 가까운 자기 합리화의 상상을 다시 펼쳐 보며...


빼놓을 수 없는
K-Pop 레전드 포크 듀오


'듀오'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둘'을 뜻하며 음악 분야에서는 두 명으로 구성된 그룹을 가리키는데, 단순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듀엣'과는 차이가 있다.


이곳 숨은 명곡시리즈에서도 듀오로 구성된 아티스트나 앨범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미선이, 빛과 소금, 일기예보, 전인권/허성욱, 전람회, 따로 또 같이, 창고, 코나, Kiky, 어떤날, 봄여름가을겨울, 아침, 자화상, 모래시계 등 14 그룹이나 된다.


오늘 소개할 백마흔번째 숨은 명곡의 주인공은 K-Pop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포크 듀오인 '해바라기'가 부른 조해일 작사, 이주호 작곡/편곡의 '갈 수 없는 나라'이다.


그룹 해바라기는 1970년대 포크 음악의 메카였던 명동 카톨릭 여학생회관의 해바라기홀에서 열린 토요 음악회에 노래 그룹으로 참여한 이정선, 한영애, 이주호, 김영미의 4인조 혼성 포크 그룹 해바라기가 모태였고 이들의 비공식 1집이 1976년, 공식 앨범인 '해바라기 노래모음 제1집'이 1977년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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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979, 1986년 발매된 4인조 해바라기의 1집, 2집, 3집의 앨범 표지


1979년, 해바라기 멤버였던 이주호가 군 입대로 인하여 탈퇴하게 됨에 따라 이광조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고, 그들은 그 해 해바라기 2집을 발매하게 된다. 포크, 블루스, 동요, 트로트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수록했는데 이 중 '뭉게구름', '여름', '추억의 백마강' 등이 학생 층을 중심으로 크게 히트하게 된다.


그들은 2집 이후, 원래 노래 모임의 성격이 강했던 그룹 활동을 벗어나 각자의 개인 음악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해바라기'는 사실상 해체와도 같은 활동 중단이 이루어졌고, 이후 1986년 뿔뿔이 흩어져 있던 그들은 일시적으로 다시모여 기존 발매한 곡 중 5곡을 리메이크한 세 번째 앨범이자 그들의 마지막 앨범을 발매한다.


4인조에서 2인조 듀오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룹 '해바라기'를 떠올릴 때, 위에서 이야기한 4인조 그룹보다는 '이주호, 유익종'이라는 듀오를 기억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이주호가 군대에서 돌아와 최초 3인조였던 그룹 '유리박'을 결성해 잠시 활동하다가 팀 멤버인 박성호가 떠나자 당시 활동이 거의 없었던 '해바라기' 그룹명을 이어 2인조 '해바라기'로 바꾸고 1983년 첫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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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발표된 2인조 듀오 '해바라기'의 앨범 표지


이 앨범은 포크를 기반으로한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 고음과 가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가슴을 울리는 그들의 완벽한 하모니, 어쿠스틱 중심의 악기와의 조화가 어우러진 노래들로 채워져 K-Pop 포크계의 레전드 앨범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행복을 주는 사람'이 앨범 발매 후 학생 층으로부터 서서히 인기를 끌더니, '모두가 사랑이에요'는 다운타운가를 통해 알려지며 전 국민이 사랑하고 또 애창하는 '국민송'이 되기도 했다.


1985년 음악적 갈등을 가지고 있던 유익종이 멤버에서 빠지고 새로운 멤버 이광준과 함께한 해바라기 다음 앨범은 멤버 교체라는 변수와 가요계에 널리 퍼져있던 2집 징크스를 깨고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사랑의 시', '그날 이후(졸업)'들을 히트시키며 명실상부한 포크계의 Top 아티스트로 우뚝 서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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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정규 앨범 표지들


흔히 해바라기의 전성기를 이야기할 때, 팀 내 불화가 있기는 했어도 '이주호, 유익종'이 함께했을 시기를 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만큼 그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화음과 멜로디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2집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주호는 팀을 떠났던 유익종과 함께 그의 메인 보컬 비중을 높이고, 앨범 작업만 같이하는 조건으로 3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1986년 발매된 이 앨범에서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내 마음의 보석상자', '헤어지고 난 후에' 등의 불후의 명곡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후 4집부터는 이광준과 함께 6집까지 이후로 심명기, 그리고 '자탄풍'의 송봉주가 팀을 거쳐갔고, 1999년부터 강성운과 호흡을 맞췄다가 2016년, 강성운이 탈퇴한 이후로는 아들 '이상'(본명 이상수)과 윤종부, 김범준과 4인조로 밴드를 재편해서 활동하고 있고, 2023, 2024년 이후로는 이광준이 다시 합류하여 활동 중이다.


사회를 풍자한 유명 소설의 가사에
멜로디를 붙인 명곡


오늘 소개할 백마흔번째 숨은 명곡은 2인조 '해바라기'의 레전드 시작을 알린 첫 번째 앨범에 수록된 조해일 작사, 이주호 작곡/편곡의 '갈 수 없는 나라'라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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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발표된 2인조 듀오 '해바라기'의 앨범 표지


이 노래는 1970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추리소설인, 조해일의 '갈 수 없는 나라'의 내용과 이주호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함께 한 것인데, 실제 소설 내 가수였던 주인공이 극 중 부른 노래 가사를 일부 수정하여 작곡한 것이 특이하다.


소설 '갈 수 없는 나라'는 1978년 3월 2일부터 중앙일보에 연재된 추리소설로 작가 조해일(본명 조해룡)씨는 중국에서 태어나 광복 후 서울로 이주하여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매일 죽는 사람'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2020년 별세하였는데, 주요 작품으로 '매일 죽는 사람', '아메리카', '겨울 여자, '왕십리', '지붕 위의 남자', '갈 수 없는 나라', '우요일', '엑스', '임꺽정' 등이 있다.


소설 '갈 수 없는 나라'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로 대중에게도 인기가 좋아서 1980년에는 윤두수의 연출로 연극 무대에 올려졌고, 1987년에는 MBC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방영되었는데, 해바라기 1집에서는 '연극 갈 수 없는 나라 중에서'라는 부제가 함께 붙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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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 조해일과 그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갈 수 없는 나라' 책 표지


소설 '갈 수 없는 나라'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보자면, 재벌 2세로 태어난 다섯 명의 친구들은 한 여성을 별장으로 납치하여 성폭행을 하게 되는데, 다음날 그녀는 근처 호숫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게 되고 경찰은 사건을 대충 마무리하게 된다.


여성을 사랑하던 주인공 '배수빈'은 복수를 다짐하고 가수로 위장하여 다섯 명 친구들에게 접근하고, 치밀한 계획 속에 오인방을 차례대로 한 사람씩 살해하여 복수를 완성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자신도 붙잡혀 형장에 이슬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는 주인공이 극 중에서 직접 부른 노래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사랑을 일깨워 줬던 연인이 허망하게 떠나버린 그곳을 기리며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단어 하나하나에 절실히 녹아들어 있는 것만 같다.


삼촌! 이제 우리나라가
좋아지는 거 맞죠?


얼마 전 친누나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잠시 다녀왔다.


누나 식구들은 7~8년 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이제 어느 정도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마지막 장거리 비행일지도 모르는 연로 하신 어머님을 모시고, 어머님은 약 3~4개월 정도 머무르실 여정으로, 나는 쌓여있는 일과의 전쟁을 피하지 못해 약 열흘 정도만 함께 머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제 부쩍 커버린 이란성쌍둥이 조카들과 이런저런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남자 조카가 내게 물었다.


아마도 지난겨울 '계엄'으로부터 시작되어 '탄핵' 그리고 '파면', 이어진 새로운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에 5~6개월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고국이 처해진 어려움들을 우리 조카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을 테다.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조카들의 초롱초롱한 두 눈들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럼~! 삼촌이 돌아가서 꼭 투표할게~!


작가 조해일은 '갈 수 없는 나라'의 마지막에서 “그러나 나는 완전히 절망할 순 없었다. 무언가 우리에게 구원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믿고 싶었다. 무언가 아직도 우리에겐 희망이 남아 있다고 믿고 싶었다….”라고 하며 여전히 우리에겐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갈 수 없는 나라'는 없다. 우리 모두가 원한다면...





갈 수 없는 나라

해바라기, 1집 - 1983


작사 : 조해일

작곡 : 이주호

편곡 : 이주호

노래 : 해바라기


사랑 없는 마음에 사랑을 주러 왔던 너

너의 작은 가슴 그러나 큰 마음


정이 없는 마음에 몸 바쳐 쓰러진 너

너의 작은 손 그러나 큰 슬픔


내 헤매어 찾던 나라

맑은 햇빛과 나무와 풀과 꽃들이 있는 나라


그리고 사랑과 평화가 있는 나라

그러나 그곳은 갈 수 없는 낙원

네가 가 버린 갈 수 없는 나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xFmIUWrq7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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