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거래, 정구련 : 1집 - 1996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아니,
‘마담뚜’가
다시 돌아왔다고?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80~90년대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 중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던 중매쟁이, 이른바 ‘마담뚜’가 결혼 비즈니스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많은 사람들이 ‘중매’를 통해 자신의 결혼 상대를 만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한 때 결혼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마담뚜’들은 비단 드라마에 나올법한 회장님 자녀들의 결혼만을 도왔던 것은 아니다. 각자의 전문분야가 조금씩은 달랐겠지만, 많은 일반인들의 결혼도 이들을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대부분은 아마 부모가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의 일’이라며 의뢰했기 때문에 자유연애와 결혼을 부르짖던 많은 남녀들은 이런 숨 막히는 강제와 억지에 대해 언제나 ‘해방’을 외쳐댔다.
세월이 지나며 점차 생각이 젊어지기 시작한 부모들, 그리고 이에 따라 결혼의 자유도가 높아진 많은 젊은 남녀들은 중매보다 연애를 통한 결혼을 선택하기 시작했기에, 이 시장에서 소위 ‘마담뚜’들은 서서히 사라져 정말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녀들을 위한 몇몇만 살아남았다.
자유연애에서
다시 중매로
‘결혼만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할래요~’
지난 수십 년 동안 각종 안방극장의 드라마에서 ‘결혼 반대’에 직면한 젊은 남녀들이 수도 없이 소리쳐 쟁취해 왔기에, 이젠 너무나도 식상해져 버린 그 대사…
간단한 경제학 법칙의 공식을 대입해 봐도 알 수 있는 '마담뚜’의 재등장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예전에 비해 워낙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겐 ‘연애’는 고사하고 이성과의 ‘만남’조차도 참 빠듯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만 하는 일이고 또한 나의 취향, 성격, 경제력 등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전문가가 가장 최적의 상대방을 매칭해 주기 때문에 실패의 확률이 적고 가성비 높은 만남이 성사되는 ‘중매’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90년대 이후 음지에 있던 결혼 중개를 양지화하여 급격히 기업화된 결혼 중개 회사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이젠 수백억 원의 매출을 넘게 성장한 기업 ‘듀오’나 ‘가연’들만 보더라도 그렇고, 보다 높은 VIP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는 일명 '노블'사들은 진정한 신종 ‘마담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새로운 세대교체를 이루어 왔다.
이러한 배우자 선택의 변화를 보고 있자니, 어느 옛날 SF 영화 속에서 AI 로봇이 남녀를 매칭해 주는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이런 세상이 현실화될 날도 머지않은 것만 같아 조금은 씁쓸해지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백서른아홉번째 숨은 명곡은 1996년 정구련 1집에 수록된 김성근 작사, 고찬용 작곡, 조동익 편곡의 ‘위험한 거래’라는 노래다.
정구련은 숨은 명곡 백스물여덟번째로 소개한 ‘일기예보’의 멤버로 1989년 MBC 강변가요제를 통해 데뷔하였고, 일기예보 2집까지 활동하다 탈퇴하여 MBC드라마 ‘TV시티’ OST의 주제곡과 「1.5」의 삽입곡 등을 노래하였으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삽입곡인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를 보사노바 리듬으로 노래하기도 했다.
https://brunch.co.kr/@bynue/190
그리고 1996년 그의 첫 번째 솔로앨범인 Urban Dream을 발매하게 된다.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음악적 지향점을 잘 보여준 앨범이었지만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그는 이후 다양한 뮤지션들의 공연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2015년에는 '흐림 후 갬'이라는 예명으로 디지털 음원들을 발매하기도 하였는데, '흐림 후 갬'은 1991년 일기예보가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룹의 이름으로 물망에 올랐던 이름으로, 변화무쌍한 날씨와 같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그룹 이름 그 자체로도 느낌이 회화적이어서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흐림 후 갬'의 이름으로 재즈와 포크 그리고 아카펠라를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한 경쾌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 '와인이 좋아'라는 디지털 음원을 발매하여 아직까지 지치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우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리듬하나만으로도 펑키함이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멋진 드럼 비트와 함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절로 앞뒤로 흔들어 지고야 마는 고개의 움직임을 느낄 때쯤, 어느새 등장한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오르간의 합주가 30여 년 전의 사운드라고는 믿기지 않을 세련됨으로 나의 귀와 몸을 즐겁게 한다.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이 곡에 참여한 뮤지션, e.guitar 함춘호, bass 조동익, drum 김영석, keyboard 박용준, percussion 박영용.. 그 이름만으로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세션맨들이 만들어 내는 합주의 하모니는 고찬용이라는 훌륭한 작곡가가 만들어 낸 독특하고도 멋들어진 멜로디와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웰메이드 재즈펑크 연주곡을 듣는 것과 같이 흥미롭고 또 아름답기 그지없다.
부모님의 강압적 결혼 조건에 의해 배우자 선택을 해야만 했던 불합리했던 세태를 꼬집은 가사는 '위험한 거래'로 묘사되어 '헌법에 명시된 많은 자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부모님의 벽은 난공불락 학벌 신체조건 궁합까지', '위험한 거래 내 값은 얼마' 등 당시 K-Pop에서도 잘 표현되지 않았던 사회적 메시지를 독특하게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장으로 전달해 준다.
현상으로만 본다면 요즘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는 '중매문화'의 부활은 다시 그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와는 달리 젊은세대가 직접 선택하고 있다는 데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답답하고 또 느려터지긴 했어도 아날로그의 그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꼰대'인 나로서는 목젖으로 올라오는 그 씁쓸함에 멋쩍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가 엄마에게 했던 프러포즈가 떠올라지는 오늘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한없이 미운적도 많았지만, 그때 순수했던 아버지의 한마디에 결혼을 결심하셨다 하셨고, 평생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나랑 함께 가겠소?
작사 : 김성근
작곡 : 고찬용
편곡 : 조동익
노래 : 정구련
마법에 걸려버린 것 같은 이 느낌
그대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은 이 느낌
이대로 맺어지면 안 될까
헌법에 명시된 많은 자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부모님의 벽은 난공불락
학벌 신체조건 궁합까지
위험한 거래 내 값은 얼마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은 이 느낌
이대로 살고 싶어
헌법에 명시된 많은 자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부모님의 벽은 난공불락
학벌 신체조건 궁합까지
위험한 거래 내 값은 얼마
자신을 가져 사랑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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