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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서른여덟

사랑하는 걸, 이승환 : 2집 - 1991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와 진짜 그대로네,
어려 보여요!


얼마 전 나름 SNS에서는 서로의 일상을 가끔씩 쳐다보긴 했지만, 실제 큰 교류가 없었기에 거의 30년 만에 만나게 된 여자 후배와의 만남에서 그녀가 반갑게 나를 보며 건넨 말이다.


어렸을 때는 솔직히 외모의 큰 자신감이 있지 않았더라도, 그저 '멋있다', '잘생겼다'와 같은 칭찬이 참 좋았었는데, 어느덧 '어려 보인다'라는 말이 점차 좋아지는 걸 보니, 이젠 진짜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자신의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Yale University, 미국 YouGov, 한국 통계청 보고서 등에 따르면, 특히 이러한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 지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기 때문에 ‘어려 보이기’를 중시하고 특히 30대 이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연령 별로 보자면 10대~20대 초반에는 실질적 나이보다 더 성숙해 보이고 싶어 하고, 때론 나이 들어 보인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30~4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드디어 외모에 대한 변화를 인식하게 되어, 자신이 나이 들어 보인다고 느끼는 경우가 증가하며, 50대 이상이 되기 시작하면 반대로 주관적으로는 젊다고 느끼는데, 실제 나이보다 5~10년 이상 젊게 느끼는 경향 있다고 한다.


지역별로도 조금씩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미국, 유럽의 경우는 자기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고 자주 인식하는데 이는 개인주의 문화가 외모 관리와 자아 표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그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외모에 민감해서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것에 굉장히 높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어려 보이길 원한다고 하며, 남미/중동의 경우는 외모보다 활력, 에너지에 더 집중해서,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나이에 따른 사회적 위상이 중요하기에 성숙하게 보이는 것이 긍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해서 나이들어보이길 원하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어려 보인다는 말에 불호를 가질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게 진짜 객관적 사실인지 아님 주관적 느낌인지, 그것도 아니면 사회생활에 도가 튼 영업적 사탕발림인지는 아침에 퉁퉁 부은 얼굴에도 감출 수 없는 자잘한 주름을 맞이하면서 진리를 매일 깨닫게 되긴 하지만 말이다.


K-Pop 최고 동안은?


사실, 우매하기만 한 이 질문의 정답은 '사람마다 다르다'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제일 먼저 '이승환'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을 넘어 이젠 상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데뷔시절의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그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우월한 동안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는데, 도대체 저 얼굴이 어떻게 20대였으며, 지금의 얼굴은 환갑에 가까운 60세(만 59세)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조차 없고, 조금 더 과장을 보탠다면 무슨 마법의 한 장면을 보듯 기괴스럽기까지 하다.


공연의 신, 자타공인
K-Pop Soft Rock의 최고 아티스트!


사실, 동안이라는 가벼운 주제로 시작한 오늘의 포스팅이지만, 레전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그를 그저 K-Pop 최고의 동안이라는 수식어로만 표현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과도 같다.


1989년 데뷔한 이래 36년 동안 큰 슬럼프 없이 K-Pop Soft Rock의 큰 획을 써왔고, 아직도 음악적으로는 정체되지 않고 보다 실험적인 창조물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Live 공연의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


혹시 그의 미스터리 한 '동안'의 마법은 끊이지 않는 그의 에너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믿기지 않는 동안의 외모를 가진 '이승환'의 사진들


나의 10대 학창 시절,
깜짝 놀란 그의 앨범


'이거 한번 들어봐'


1989년 아련했던 내 학창 시절, 수업이 끝난 뒤 부산스러웠던 어느 고등학교의 쉬는 시간, 친구는 이름 모를 테이프를 내게 건넸다. 워낙 음악 듣는 걸 좋아했었던 나였기에, 항상 가방 속에 챙겨 다녔던 것 중에 하나가 워크맨이었는데, 이 시기를 지나 199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서히 CD Player의 시장으로 그 주도권이 바뀌어갔던 과도기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LP 던 테이프던 CD 던 간에, 많은 K-Pop 가수들이 내놓은 앨범 안에는 일명 '타이틀 곡'으로 정해진 노래를 포함해서 많아봐야 1~2곡 정도가 나의 취향 저격이거나 주관적 기준에 수준이 높은, 속된 말로 '건질만한' 노래였던 게 일반적이어서 앨범에 수록된 노래 모두가 좋았던 앨범은 손에 꼽을 수준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승환' 1집은 1년여라는 '예열'의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TV 출연 없이 신인가수가 '100만 장'의 흥행 돌풍을 일으켜 대중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성공한 K-Pop 역사 내 몇 안 되는 앨범이자 개인적으로는 수록곡 중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곡으로 꽉꽉 채워진 명반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제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일 테지만 이승환의 데뷔는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성공 스토리'와도 같다. 데모 테이프를 들고 가수 데뷔를 위해 온갖 기획사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퇴짜를 맞은 그는 아버지로부터 제작비를 미리 받는 유산 상속이라 퉁치며 직접 앨범을 제작하였고, 이 앨범은 K-Pop 역사에 남을 명반으로 불려지게 된다.


이후 약 36년 동안 그는 12장의 정규 앨범과 20장의 비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수많은 K-Pop 히트곡들을 만들어 냈고, 또 셀 수 없는 라이브 공연을 통해 '공연의 신'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이 모든 그의 음악활동은 아직 진행형이기에 앞으로 그가 창조할 음악 세계가 더더욱 기대되고 있다.


K-Pop 레전드 이승환의 정규 앨범 표지들


아니 도대체,
숨은 명곡을 뭘로 선정해야 해?


생각보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선정, 재선정, 취소를 반복하며 이승환의 앨범들 속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명곡들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었다.


어쩌면 이승환과 같은 레전드 아티스트의 노래 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노래를 찾는다는 건 이미 탄탄한 마니아 팬층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참 우매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이승환의 노래들 중 숨은 명곡을 뽑는 것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숙고의 숙고를 거듭한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 흐른 이제야, 백서른여덟번째 숨은 명곡으로 1991년 발매된 이승환 2집에 수록된 이승환 작사/작곡, 조동익 편곡의 '사랑하는 걸'을 소개하고자 한다.


1991년에 발매된 이승환 2집 앨범 표지


많은 가수들이 1집 성공 이후, 일명 '2집 징크스'와 같은 좌절과 실패를 겪곤 하는데 이승환 2집은 '너를 향한 마음',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하숙생' 등의 노래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그를 명실상부한 K-Pop Top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한 앨범이다.


음악적으로는 1집과 '결'이 같은 장르의 노래들로 채워졌지만, 박성식, 어수은, 김현철, 조동익, 손진태 등 당대를 호령하던 다양한 프로듀서와 편곡자들의 음악적 성향들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세련되어졌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사랑하는 걸'이라는 노래는 2집 수록곡 중에 이승환이 직접 작사/작곡한 몇 안 되는 노래 중 하나이고 어쩌면 그가 가진 모든 매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백화점'과 같은 곡으로 '보사노바', '발라드', '퓨전 & 시티팝', 'Rock & Roll' 등의 음악장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이에 따라 변화되는 그의 멋진 창법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노래 중간에 깜짝 놀라게 등장하는 서툴지만 청초한 여성의 보컬은 당시 이승환과 열애설이 파다했던 '신애라'의 목소리인데, 앨범 표지에 모자를 쓴 모델도 그녀였다는 루머도 있었지만 이는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과하지 않지만 리드미컬한 퍼커션과 일렉피아노로만 시작되는 전주에 특유의 비강을 넘나드는 이승환 보컬이 합쳐지고 그렇게 다음 소절에 다다를 때면 조동익의 감칠맛 나는 베이스와 새로이 리듬을 주도하는 피아노가 흥겨운 라틴 보사노바의 향연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예전엔 마치 목욕탕 안에 있는 듯, 에코 이펙트가 너무 강했던 코러스가 좀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마저도 감미롭고 신비하기까지 하다.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하기만 한 어쿠스틱 기타의 솔로 간주를 지나면, 노래는 갑작스레 달라진 템포와 함께 퓨전느낌이 충만한 시티팝으로 순간 변모하고 '이게 이승환이지!'라는 감탄이 입 밖으로 나올 때쯤, 서서히 느려진 노래는 발라드로 바뀌며 '신애라'의 아리따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지금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온몸에 닭살이 다 돋을 이승환의 나레이션...


마치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뮤지컬 배우처럼, 이승환은 이 노래를 통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끼와 역량을 유쾌하고 또 익살스럽게 전달해 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 K-Pop에서 다시 듣지 못할 그만의 독특한 장르..


이게 바로 이승환 만의
숨은 명곡이지!




사랑하는 걸

이승환, 2집 - 1991


작사 : 이승환

작곡 : 이승환

편곡 : 조동익

노래 : 이승환


어제는 온종일 비가 왔나 봐

어두운 그 하늘만 창가에 내려왔지


오늘은 그대가 자꾸 보고 싶은걸

어쩐지 그대의 속삭임 내게로 찾아올 것 같아


사랑하는걸 어둔 밤이 온다 해도

사랑하는걸 눈이 부신 아침처럼


우울한 날이면 쉴 새 없이 떠들어 볼까

미소 띤 맑은 그대 모습 보며 언제나 살아가고파


GIRL : 사랑해요 우리의 날들을 지금껏 제가 살아온 그 어떤 날보다

BOY : 그러니, 더욱


오늘은 그대가 자꾸 보고 싶은걸

어쩐지 그대의 속삭임 내게로 찾아올 것 같아


사랑하는걸 어둔 밤이 온다 해도

사랑하는걸 눈이 부신 아침처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vrSp7L5Hw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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