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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마흔여섯

I'm crying, 지영선 : 시월애 OST - 2000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나...
슬픈데, 행복해.


처음엔 이해를 못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저 두 단어가 어떻게 함께 쓰일 수 있는지.


그저 여자가 가진 심리적 변덕스러움이 일으키는 복합적 감정으로 의례히 그런 건 줄만 알았다. 그래서 언제나 그녀가 던지는 말이 머릿속에서 새어나가는 걸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어느 순간엔 되레 짜증을 내기도 했다.


아니, 뭐 어쩌라고



남녀 모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호르몬 수치가 변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성의 경우는 폐경 이후 급격히 여성 호르몬이 줄어드는 반면, 남성의 경우는 대부분 점진적으로 남성 호르몬이 준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이 또한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이기에 그 시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여성과는 조금 다른 경향을 보인다.


전문 과학 지식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일반인으로 '무지함'과 '과장'의 양해를 구하는 핑곗거리를 만들어 놓고 이야기하자면, 어쨌든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 조금씩 여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20대의 젊은 혈기가 넘쳐나던 내 정신상태에서는 배려한다 생각했지 이해하지는 못했던 그녀와의 일화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주아주 쬐끔은 알 것만 같은 걸 보면 그저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루머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여자를 이해할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실마리 하나를 찾았을 뿐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니..


어쨌든, 예전엔 아예 빈틈하나 없이 견고했던 내 남성적, 혹은 꼰대적 뇌구조에서 '슬픈데 행복하다'라는 서로 다른 감정의 교차는 그게 어떤 이유에선지 딱 잡아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국내 최초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


오늘 소개할 백마흔여섯번째 숨은 명곡은 2000년 개봉한 국내 영화 '시월애' OST 앨범에 수록된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지영선이 부른 'I'm crying'이라는 노래다.


참고로 김현승 감독, 전지현, 이정재 주연의 시월애(2000)는 우리나라 영화 중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공식 리메이크된 작품으로 리메이크작인 '레이크 하우스'(The Lake House, 2006)는 당대 최고 인기 배우였던 키아누리브스와 산드라블록이 주연을 맡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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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월애(좌) 및 Lake House(우) 포스터


감독 이현승은 그대 안의 블루(1992),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1995) 등에서 감각적인 영상미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고, 특히 K-Pop 남녀 듀엣곡의 바이블로 남아 있는 '그대 안의 블루', '끝난 건가요', '그냥 이렇게' 등 김현철이 음악감독으로 함께 참여한 영화 OST 속 노래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도 했다.


그리고 3번째 김현철과의 음악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 이번 시월애 OST이다.


이전 두 작품은 김현철, 그의 히로인이자 K-Pop Top 보컬리스트였던 이소라가 함께 콜라보한 작품들이라고 한다면, 이번 시월애에서는 '지영선'이라는 신인 가수가 함께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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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선과 그녀의 1집, 2집 앨범 표지들


지영선은 서울예술대학교 재학 중이었던 20대 이 앨범에 참여하면서 K-Pop에 데뷔하였고, 2001년 자신의 첫 솔로앨범을, 2002년에는 2집을 발매한다. 안타깝게도 대중적인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그녀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의 OST에 참여하기도 하고, 2011년에는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으며, 2012년 나가수 2 선발전에 출전하여 김범수의 Memory를 열창하여 높은 기대함을 주는 동시에 또 지영선이라는 가수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나,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전형적인 블랙 뮤직의 감성을
선사하는 K-Pop 보컬 리스트


잔잔하고 모던한 Elec Piano와 지영선의 허밍으로 시작되는 노래는 허스키하면서도 높은 공명을 가지고 있어 전형적인 블랙 뮤직의 감성을 전달해 주는, 20대 초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수십 년 전 그 작은 카페로 나를 안내하곤 한다.


아무 말 없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눈물 흘리던 그녀를 향해 시큰둥한 표정으로 되레 짜증과 화를 내던 바로 그때로..


노래는 어느 새부터 인가 드럼과 베이스가 어우러져 감각적인 김현철식 웰메이드 Jazz-Pop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이를 따라 이제 갓 20살이 넘은 앳된 지영선이 들려주는 풍성한 보컬의 기교를 듣는 것도 참 재미나다.


기억해
이것이 사랑이란 걸


누군가는 죽기 바로 전, 생각나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너무 결과론적이고 비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랑의 정의도 그 느낌도 모두 달라질 수 있는 건 살아가면서 이미 수도 없이 경험한 진리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가끔 현재에 대한 질문과 걱정을 계속하게 된다.

이게 진짜 사랑인지.


근데 그거.. 사랑 맞다.


혹자는 다른 의견으로 나를 비판할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보편적인 사랑은 언제나 진행형이라는 거고 우린 지금 그 사랑 앞에 마주 서 있는 거다.


그러니 미래의 내가 어떤 생각으로 후회하게 될런지로 지금의 사랑을 의심하지 말자.




I'm crying

김현철, 시월애 OST- 2000


작사 : 김현철

작곡 : 김현철

편곡 : 김현철

노래 : 지영선


난 울어 하염없이 당신의 모습을 보며

너무 슬프게 너무 슬프게


기억해 오래오래 이것이 사랑이란 걸

언제까지나 우리가 숨이 멎는 날까지


오늘 아침은 당신의 그 얼굴 당신의 뒷모습도

너무 슬프게 잠든 그대를 닮아있었음을


사랑해 난 그대만을 그대 나 사랑하듯이

언제까지나 우리가 숨이 멎는 날까지


언제까지나 우리가 숨이 멎는 날까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InsD9hA1D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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