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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May 01. 2022

삼류 드라마 같은 첫사랑(2) :
배신, 열

난 가끔 우리 이야기를 TV에서 본다.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bynue/18


"사진 나왔다!"


늦은 봄 어느 오후 날, 시끄러운 교실 안으로 들어오시는 담임 선생님께서 얼굴에 한껏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얼마 전 갔다 온 봄소풍 단체 사진이 나온 모양이었다. 사실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단체사진이란 으례히 모두가 뻔한 같은 자세로 서 있는, 그저 그때를 기억하라고 학교가 만들어준 기념품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진 한 장 받고, 부모님 가져다 드리면 되는... 뭐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하지만, 그날은 뭔가 좀 달랐다. 선생님의 기분이 평소보다 너무 좋으셨다.


"여기 예쁘게 손잡고 찍은 두 사람이 있네~!"

선생님은 친구 A와 그녀,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사진 속을 가리켰다.


배신이다.


'.....!'


난 내 두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빙글빙글 미로 속을 헤메 듯 어지러웠다. 오랜 기간 숨겨온 내 맘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던, 그리고 나를 위해 그녀에게 내 맘을 전달해 줬던 친구가 그녀와 예쁘게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니...


가슴은 답답해지고, 머리는 몽롱해지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도저히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당장 그 사진을 봐야겠어!'


"다음 사람~!"


선생님은 이름 순으로 사진을 나눠 주셨는데, 사진을 받은 아이들은 차례대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사진을 받은 친구 B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내 순서는 왜 이리 늦게 오는 것인지 느려 터진 시곗바늘과 선생님의 입모양을 번갈아 보며 발을 동동 굴렸다. 


드디어.....


사진 속, 친구 A와 그녀는 손을 잡고 찍은 게 아니었다. 장난 끼 많은 친구가 그녀 엉덩이에 손으로 장난을 치려다가 그녀가 손으로 막은 것이 우연히 찍힌 것이다. 어찌 보면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건 확실히 해프닝이었다.


난 쉽게 무너질 수 없는, 견고한 우리의 우정에 감사하고 안도하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널 의심해서 미안해 친구야. 장난 끼 많은 너를 오해했었어.'


이런 사실을 모르는 채, 즐겁게 웃고 떠들고 있는 A의 모습 너머로, 아직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친구 B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는 사진의 어느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대략 친구 A와 그녀가 있는 위치인 듯싶었다.


'안심해~! 이건 그냥 해프닝일 뿐야'


난 눈과 표정으로 '아니야!'라고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친구는 고개를 계속 저으며 사진 속 어디를 계속 보라는 듯이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뭔가 내가 놓친, 숨은 어떤 것이 있는 것 마냥... 난 긴장한 내 몸을 큰 심호흡으로 달래며 다시금 사진 속 A와 그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특별한 게 없었다. 아무리 봐도 손을 잡은 게 아니라 장난치지 말라며 뿌리치는 듯했다.


'하~...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가슴속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답답함이 목 넘어까지 올라왔다.


'어?'

순간 난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그녀는 수십 명이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유일하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쁜 미소를 머금으며 활짝 웃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눈이 부셨다.

난 친구와 그녀의 손만 바라보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보지 못한 것이었다. 


난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렇게 웃게 되는 거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A는 한 번도 우리에게 그녀를 좋아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가끔 그녀에게 꽤 수위가 높은 장난을 치거나 놀리기도 하며 놀았지만, 우린 그게 그가 가진 천성이고 성격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우린 여전히 뗄레야 뗄 수 없는 '삼총사'였지만, 친구 A와는 조금씩 벽이 생겨난 듯도 했다. 가끔은 장난 삼아 그를 험담하거나 따돌리기도 하는 소심한 '복수'를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B와 난 나름의 심리적 통쾌함을 느꼈었던 것 같다.


B와 난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삼총사의 우정을 깰 수도 없었다. 뭔가 불편하고 어설프지만 그래도 돈독한, 이 아이러니한 관계가 지속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는 25% 확률을 기대할 수 없는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A와 나, 그녀와 또 다른 여자아이, 이렇게 4명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강남의 중학교로 배정받았고, 친구 B와 다른 여자아이는 강동의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친구 B와 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우리 10년 후에 이 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약속했었는데, 이때 우린 이미 서로 점차 멀어질 것을 예상했었던 것 같다. 학교와 사는 곳이 멀어지다 보니, 만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렇게 천천히 서로 잊혀져 갔다.


강남의 학교로 진학한 남녀 삼총사 중 4명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남을 이어갔다. 친구 A의 아이디어였다. 각자가 읽은 책을 서로에게 말해주고 토론도 하는 모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친구 A와 그녀는 본격적으로 사귀었던 것 같다. 의도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A는 너무나도 건전해 보이는 이 모임을 통해 그녀와의 지속적이고도 주기적인 만남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들러리였다.


그녀와 A를 보면 볼수록 가슴은 미어졌지만, 내 감정을 쉽게 정리할 수 없었다. 힘들고 괴로웠다가도 그녀를 보게 되면 거짓말처럼 아픈 마음이 사라졌다. 그냥 그녀의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새로운 학교생활과 환경에 적응하게 되면서, 모임의 빈도는 점점 줄어들었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이제는 1년에 고작 서너 번, 생일 축하 모임 정도를 가지는 정도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내 마음도 점차 무뎌져 가는 것만 같았다.


친구 A와 나는 다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큰 길만 건너면 도착하게 되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서로의 집이 있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각자의 집에 놀러 가거나 하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A가 나를 불러 그의 방에서 놀 때가 많았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A의 집에 오랜만에 들렀을 때다. 같이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고, 그 또래의 아이들이 하는 놀이들을 하고 있었을 때 즈음, 친구와 누군가가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대화 내용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성친구인 듯한데, 단순한 친구사이 치고는 너무나도 살가웠다. 그가 내뱉는 모든 언어 그리고 숨소리조차 꿀을 발라 놓은 듯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 녀석 다른 여자를 사귀나?'

순간 내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쏟아져 나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친구와 그녀는 더 이상 아무 사이도 아닌 거다' 

'이건 기회다. 내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내가 나설 차례다. 이제 그녀에게 진짜 고백할 수 있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그럼, '어떻게 하지?' 나에게 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어떻게 잡지?'


난 수없이 많은 상황별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거듭해 보고, 그때마다 대처해야 할 행동과 말을 되뇌어 연습해 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 생일이 다가왔다.


난 오늘 아침 일찍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후회할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에게 하는 두 번째 고백이지만, 이번엔 내 진심을 한가득 담으리라 생각했다. 떨리는 손 때문에 몇 번이나 다이얼을 잘 못 돌렸다. 이윽고 통화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그동안 그녀를 향해 수천만 번 연습했던 이야기를 입안에서 중얼거려 본다.


"안녕? 오랜만이지?"

"어머, 잘 지냈어?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 니 생일이지? 첨으로 생일 축하받으니 어때? 기분 좋아?"

"하하 어쩌지? 너보다 빠른 한 사람이 있는걸?" 


난 당황했다. 잠시 할 말을 잃고 한참을 서있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멀리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이내 사라져 버렸고 주체할 수 없는 배신과 분노가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그와 그녀는 끝난 게 아니었다. 다만 그가 한눈을 팔고 있는 것 일뿐.


'이 새끼 용서할 수 없어'


난 그 길로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근처 놀이터에서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우린 두 시간 넘게 치고받고 싸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을 통틀어 이날만큼 내가 진심을 다해 누구와 주먹다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유독 덩치가 크고 힘이 셌던 내게, 어릴 적부터 수없이 많은 주의와 당부를 해주신 부모님 영향이 크기도 하고 내게 특별히 시비를 거는 아이들도 없었기에 싸움에 휘말릴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날은 죽을힘을 내서 싸웠다.

어떤 게 내 손이고 팔인 지도 모르겠다. 온몸에 힘이 빠져 흐느적거렸다.

얼마 동안 치고받고 싸웠는지 친구와 나는, 목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거리며 놀이터 모래바닥에 엎어졌다. 


"이 새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죽을 줄 알아" 

난 몸에 묻은 모래를 툴툴 털며 일어났다.


"니가 뭔데 임마? 어?"


뒤돌아 A를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냥 앞으로만 계속 걸었다.


'그래 이제 지겨운 이 짓거리도 끝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도 맑고 화창했다. 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아마도 그에 대한 배신감 때문만은 아니였을 것 같다. 못나고 한심스러운 내가 미웠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A와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그래서 그가 다시 그녀에게 돌아갔는지, 아니면 헤어졌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난 대학에 진학하여 새로운 친구들과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가끔 그들이 그립기도 또 궁금하기도 했지만, 애써 연락하거나 만나려 하지 않았다. 드문드문 들리는 소식으로는 둘 다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하고 있다고 했고, 아직 둘이 잘 사귀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천천히 기억 속으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날 늦은 저녁,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그녀와 제일 친했던 여자 삼총사 중 한 명에게 전화가 왔다.


"어!! 정말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이게 얼마만이냐?"

"저기...."

"응"

"어쩌면 좋아... A가 죽었어..."


잠시 동안, 시간은 멈춰져 버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또래의 친구가 죽는다는 걸, 경험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믿기지 않았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어두운 적막 속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니가 죽다니... 도대체 왜.'


A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었다고 한다. 그 녀석의 이국적인 외모도 그렇지만, 금세 사람과 친밀해지는 외향적 성격은 미국이란 나라에 훨씬 더 잘 맞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사인은 심장마비였는데, 학교에서 늦게까지 운동하고 오는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고 한다.


그 건강한 녀석이... 그렇게 한순간에... 이해할 수가 없다.


시신은 화장하여 한국으로 되돌아오는데 미국에서 한국으로 시신 자체를 옮기는 것은 정말 많은 절차와 문제가 있어 그렇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그녀 생각이 났다. 

'그녀는 어떨까... 잘 견디고 있을까...?'


"오랜만이지? 너..... 괜찮아?"

"나랑 마지막 통화를 했어. 요즘 스쿠버다이빙 강좌를 듣는데 시원찮다고, 학교 가서 뭣좀 가지고 오겠다고 하고서는....."


둘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연인으로 잘 지냈는데 양쪽 부모님 모두 A와 그녀를 극도로 싫어하셨고, 대학에 떨어진 것도, 성적이 좋지 못한 것도 다 A와 그녀 때문이라 여기셨다 한다. 특히 A의 어머님은 A의 죽음이 그녀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고도 했다. 물론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누굴 탓하기라도 해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A 어머님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특별하고도 남달랐었다.


그녀는 내게 A에게 꼭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싶다며 장례식장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A의 어머님과 그녀가 만나면 한바탕 소동이 나고, 어수선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난 어떻게든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난 헤어진 지 오래되어 연락이 끊긴 친구 B를 수소문했다. A를 보러 가는데 삼총사 모두가 있어야만 할 듯싶었다. 그리고 우린 그녀가 A를 볼 수 있도록 작은 계획을 세웠다. 어머님을 B가 다른 곳으로 모시고 가 시간을 벌어주면, 그때 내가 그녀를 데리고 친구의 영안실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어서도 이렇게 만나기 힘든 것일까. 그와 그녀가 참 애처롭고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도울 수 있는 건, 그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 일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친구가 도착하는 날이 다가왔다. 팔 기장이 한참이나 짧았던 아버지의 까만색 양복을 걸쳐 입고 모든 게 어색했던 까만 넥타이를 목에 걸었다. 마치 나의 목을 죄듯 까만 넥타이가 답답하고 불편하다.


B와 영안실로 들어갔다. 어머님이 날 보시더니 손부터 부둥켜 잡으셨다. 아무 말 없이 엎드려서 한참 동안 울기만 하셨다. 친구 영정 사진을 바라보니 형용할 수 없는 마음속 그리움에 울컥해지고, 들썩거리기 시작하는 어깨를 어쩌지 못했다.


"이 자식 정말 잘생겼지?"

"머리도 좋았잖아 이 녀석"


B와 난 한참 동안 A 그리고 어린날 함께했던 삼총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끔은 미소를 지으며 웃기도 했고, 가끔은 아무말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거나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B는 간단히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후, 영안실로 먼저 들어갔고, 난 그녀를 데리고 잠시 동안 기다렸다. 영안실 안으로 들어가니 친구 아버님이 그녀를 맞아주셨다.


"왔어요..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해요."


그녀는 너무나도 평온하고 정성스럽게 영정 앞에서 절을 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그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저 멀리서 고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 A의 어머님이 사실을 안듯했다. 난 서둘러 그녀를 부축하여 장례식장 밖으로 나섰다.


그녀와 난 벤치에 잠깐 앉았다. 그리고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다. 그녀는 손으로만 만지작 거린다.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이런 말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슨 삼류 드라마 같아. 삼류 드라마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꼭 나 같은 사람이 등장하잖아. 내가 지금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난 소질이 없나 봐. 할 말이 별로 없네."

"A가 항상 네 이야기 많이 했었어, 너 만큼 좋은 친구는 없었다고... 그리고 놀이터일도 이야기했었어, 너한테 꼭 사과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랬구나. 이 자식."


난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멈출수 없는 눈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히려 내 들썩이는 어깨를 감싸안으며 나를 위로해 줬다. 이 지긋지긋한 삼류 드라마의 끝이 해피앤딩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다.


'미안해... 그리고 내 첫사랑을 행복하게해줘서 고마워...'


세상 사람들 모두는 첫사랑을 경험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인지, 가슴 아픈 것인지는 사람들마다 틀릴것이다. 이 지독한 인생의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구와 애증, 그리고 후회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난 가끔, TV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본다. '삼류 드라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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