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 낯선사람들, 1집 -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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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K-Pop 퀴즈 : 이소라의 데뷔 앨범은?
뭐 다소 진부하고도 지루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소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전설의 보컬그룹이자 K-Pop 명반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낯선사람들' 1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아쉽게도 이소라 데뷔 앨범은 낯선사람들 1집이 아니다.
이소라,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소라가 함께 멤버로 활동했던 '낯선사람들'은 정규앨범인 1집(1993년 발매)을 내기 전에 이전에도 잠시 소개한 적 있는 옴니버스 앨범인 '우리 노래 전시회' 중 네 번째 앨범(1991년 발매)에 노래를 수록했는데, 그 노래가 바로 '무대 위에'라는 노래이다.
그리고 퀴즈의 정답으로 이 앨범이 이소라의 최초 데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듣기 어려운, 유튜브에서 잠시 이소라의 데뷔 때의 푸릇푸릇했던 목소리를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zwdnFr0nwJw
이미 이소라나 낯선사람들의 팬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이 노래는 향후 '낯선 사람들' 1집에 재 수록되는데, 김현철의 편곡이 더해져 보다 무드 있고 재즈 분위기와 향기가 물씬 묻어나게 변모하게 된다.
낯선사람들은 '거리 풍경'이라는 노래로 제2회 유재하 음악 가요제 대상을 차지한 비운의 천재 프로듀서 '고찬용'이 자신과 함께 젊은 날 음악을 같이 했었던 인천대학교 동아리 '포크 라인'의 멤버를 주축으로 만든 재즈 보컬 그룹이다. 참고로 낯선사람들 모든 멤버가 인천대학교 동문은 아니다.
고찬용을 비운의 천재 프로듀서라고 말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알려져 있던 그의 공백기가 10여 년 넘게 지속되어, 그가 가진 작사/작곡/연주의 탁월한 능력과 창착력이 발휘될 기회가 많이 없었다는 점일텐데,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나도 아쉽고 답답하기만 하다.
또한, 낯선사람들을 굳이 재즈 보컬 그룹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당시 한국 대중음악에는 일부 아카펠라를 기반으로 팝 발라드 등을 시도했던 그룹은 몇몇 존재했었으나, 재즈, 펑크를 기반으로 작사/작곡/편곡/노래까지 모두 소화하는 수준 높은 전문 보컬그룹이 없었기 때문이다.
'낯선사람들'은 '한국의 맨해튼 트렌스퍼'라 불리며 그렇게 1993년 어느 가을, 마치 빛나는 혜성처럼 찬사를 받으며 첫 번째 정식 앨범을 내게 된다.
낯선사람들 1집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명반이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 그룹의 1집에 참여한 뮤지션과 프로듀서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데, 이건 그 당시 가장 최고였던 세션과 아티스트가 모인 결정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마치 최고의 음반을 만들려고 작정한 최고의 사람들이 모인 느낌이랄까?
이러니 최고의 명반이 탄생할 수밖에 없지!
과연 요즘에도 이 정도의 최고의 뮤지션들을 하나로 합쳐 앨범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에게 물어보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아마 돈으로만 사지 못하는 몇몇의 개성 강한 뮤지션들도 눈에 많이 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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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 하나뮤직
Drum 남궁연, 김영석, 김민기, 배수연
Bass 김병찬, 조동익, 장기호
Acoustic guitar 고찬용, 최이철
Electric guitar 최이철, 손진태
Synthesizers 정원영, 박용준, 박성식
Acoustic piano 정원영, 김광민, 박용준
Saxphone 이정식
Vibraphone 이영경
Percussion 박영용
Percussion programming 조동익
melodeon 박용준
Arranged by 정원영, 조동익, 고찬용, 김현철
Produced by 조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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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부터 천천히 살펴보면,
남궁연, 김영석, 김민기, 배수연 등 당대 최고의 드럼 세션들이 노래의 스타일에 맞춰 참여하고 있고,
버클리 졸업 후 당시 가장 핫했던 그룹 부활의 베이시스트였던 김병찬, 어떤날의 조동익, 빛과 소금의 장기호 등이 베이스를, 전설의 펑키 그룹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들국화의 손진태, 고찬용이 기타를,
버클리 사단 중 하나였던 정원영, 더 클래식 멤버였던 박용준, 빛과 소금의 박성식,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건반을,
말해 뭐해 색소폰에 이정식,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그룹 아침의 멤버 이영경이 비브라폰을, 퍼커션의 달인 박영용, 그리고 편곡에 정원영, 조동익, 김현철까지....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하니 벌어질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게 한 것도 말이 안 되는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각각의 독특한 개성과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 협의하고 정리하여 프로듀싱한 하나기획 조원익의 능력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낯선 사람들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그냥 그들의 여정이 2집, 그러니까 1997년으로 끊어진 것이 가장 아쉬울 뿐이다.
오늘 소개할 곡은 낯선 사람들 1집에 수록된, 어쩌면 이소라의 첫 데뷔 솔로곡이라 할 수 있는 '왜 늘...?'이라는 노래이다.
낯선사람들 1집 앨범은 모든 노래가 그 어디에 빠지지 않을 명곡이기에 그중에서 딱히 숨겨졌다 칭할만한 노래를 고르긴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만, 30년 전 풋풋했던 20대의 이소라가 부르는 펑키하고도 끈적끈적한 노래와 함께 추억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고자 한다.
노래는 미스터리 영화에서와 같이 어두운 뒷골목 무엇엔가 쫓기는 듯이 블루지하지만 펑키한 템포와 느낌으로 시작된다. 자세히 듣고 있노라면 중간에 들리는 기타 소리가 이 곡의 신비한 첫 분위기를 한층 돋구어 주는데 거장 최이철이 내뿜는 카리스마 넘치는 내공의 연주다.
그리고 20대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었던, 이소라의 허스키하고도 선 굵은 보컬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혹자는 이 노래에서의 이소라가 한 호흡에 4가지의 다른 창법의 노래를 구사하였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하는데, 그 정도로 이소라는 팔색조와 같은 음색의 변화로 마치 관중을 쥐락펴락하는 연극배우처럼 듣는 우리와의 밀당을 시작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뿜어대는 그녀의 거침없는 보컬에 이내 가슴이 뻥 뚫려 버리는 듯한 시원함마저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역시나 나무 날데 없는 정원영의 편곡과 낯선사람들의 코러스, 그리고 기타 솔로 연주와의 어울림은 1집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묻혀있던 이곡의 진가를 알게 해주기도 한다.
가사는 내게 고백하지 못하는 한 남자를 대하는 여인의 심정을 그렸는데, 사실 어찌 보면 작곡이나 편곡의 분위기는 이를 이중적으로 스토킹과 같은 어둡고도 섬뜩한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비 오는 늦여름, 온몸이 늘어지고 세상 모두가 축축해진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 듯한 날,
섬뜩하지만 시원한, 끈적끈적하고도 경쾌한,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 않은,
그런 노래,
'왜 늘...?'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작사 : 이소라
작곡 : 고찬용
편곡 : 정원영
노래 : 낯선사람들
오 몇시야 이렇게 벌써 쌓인
어둠 속 그 뜨거운 숨소리
나의 기억 버린 척 나를 멀리 하면서
내가 모르게 지나쳐
에- 찌푸린 이런 날에 무얼 하나 비스듬히(고개 숙인 채)
날 본 듯한 일조차 (없는 그런 얼굴로)
나의 기억 버린 척 나를 멀리 하면서
내가 모르게 지나쳐
왜 그대는 내 곁을 맴도나
하루도 잊어버리지 않을까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해 매일 돌아서는 그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