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2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학교였다. 폐교 위기에서 2013년에 브라스밴드를 창단했고, 2015년에는 건강생태학교로 지정되었다. 유안이가 입학하던 2021년, 학생 수가 100명을 넘었고, 2022년 초등학교로 승격되었다. 유안이는 분교에 입학했는데, 지안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브라스밴드는 3학년부터 참가할 수 있다. 유안이가 1학년 때 형, 누나들 공연을 보면서 브라스밴드를 하고 싶어 해서 많이 안타까웠다.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우리가 제주에서 삼 년이나 살게 될 줄은. 드디어 3학년이 된 유안이는 브라스밴드에 들어가서 코넷을 연주하는 소년이 되었다. 졸업한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악기는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그동안 이 악기를 연주했던 모든 아이들의 피 땀 눈물이 유안이를 응원해 주는 느낌이다.
주중에는 파트별 연습, 그리고 토요일 아침 9시부터 합주를 한다. 3학년 친구들에게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유안이는 한 번도 연습을 빠진 적이 없다. 처음 배우는 관악기를 재미있어하고, 연습에 성실하게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3학년 친구들은 어디서든 두 명만 모여도 합주가 시작된다. 각자의 악기 파트를 계이름으로 부르는데, 제법 화음이 어우러진다. 가요 대신 클래식을 흥얼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함께하는 삶에 감동한다. 앞으로 살아가는 내내 너희들 곁에 클래식 음악이 함께하길.
5월 13일, 마을축제에서 첫 공연이 있었다. 전체 45명 중 올해 처음 합류한 아이들이 절반이나 되고, 세 달이 채 안 되는 연습기간이었다. 긴장한 표정의 아이들이 귀여웠는데,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진지한 눈빛과 웅장한 하모니는 가슴을 울리게 했다. 마지막 음이 끝나자 상기된 볼로 환호성을 지르며 다 같이 악기를 번쩍 들어 올리는데, 뜨거움을 삼키며 그저 박수만 치고 있었다. 선배들의 공연이 끝나자, 연주하는 내내 눈 한 번 떼지 않고 숨소리도 내지 않던 지안이가 말했다.
“엄마, 나도 브라스밴드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