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뵤뵤리나 Dec 25. 2024

올해도 산타 되기 미션 클리어

엄마 vs 산타 포획을 꿈꾸는 어린이

(Title Image by Jill Wellington from Pixabay)


여기 야심찬 어린이가 있다.

무려 산타클로스에게 덫을 놓는다는 당찬 포부에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이 난다.

아유, 무셔라. 하물며 덫을 1개도 아니고 2개나 놓을 계획이다.

이게 다 『크리스마스 연대기』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연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2018)
산타를 믿는 케이트와 믿지 않는 테디가 만든 함정에 산타 클로스가 걸려들고,
남매가 몰래 산타의 썰매에 올라타 산타 클로스에게 들켜버린다. 썰매를 끄는 순록들이 놀라 날뛰면서 산타의 모자와 선물 보따리가 모두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이미 출발했고 순록들도 모두 날아가 버려서 돌아가긴 늦은 상황. 산타는 모자가 없어서 마법도 부리지 못하고 선물도 나누어주지 못하는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출처: 나무위키)



2주 전, 아직도(?) 산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아이의 순수함을 의심하며 글을 발행했더랬다.

정말 믿고 있는 건지, 이미 눈치를 챘으면서 짐짓 엄마의 연극에 동참해 주는 건지에 대해서 말이다.


https://brunch.co.kr/@byobyolina/35


브런치를 접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괜스레 찔리는 마음을 숨겨두고는 눈치를 보았다. '설마 아직도'가 '역시 아직도'로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랑 엘프들이 내 선물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많이 힘들겠지?"

(산타 공장은 풀가동 중이야. 대량 생산 자동화 시스템으로 풀빵처럼 찍어내고 있어. 걱정을 말거라.)

"엄마, 나 산타 할아버지 꼭 직접 보고 싶은데 안 자고 지켜보면 안 될까?"

(깨어 있으면 못 오신다고 했잖아. 꼭 자고 있어야 해.)

"엄마, 알람을 맞춰놓고 새벽에 일어나도 안 되는 걸까?"

(알람 소리에 놀라시면 어떡해. 그건 아니 될 말이오.)


천연덕스럽게 산타클로스와 엘프들이 내 선물을 만드느라 고생스럽겠다, 이번엔 몇 시쯤 오실까, 쉼 없는 질문들이 실버벨처럼 내 귓전을 울리기를 몇 번인지. 알았다. 알았어, 너 정말 믿고 있구나. 오케이. 그럼 올해'도' 진심을 담아서 준비해 볼게.


선물도 미리 시켜놨겠다. 얼추 준비는 해놓았고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며칠 전부터 수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나, 트랩을 설치할 거야! 산타 할아버지가 밟으면 내가 조용히 깰 수 있는 트랩 말이야. 올해는 꼭 선물 놓고 가시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야 말 거야."


트랩이라니, 작년에 보여준 영화『나 홀로 집에』영향인가. 하긴 장난꾸러기 9세 소년이 기상천외한 방법들로 침입한 도둑들을 소탕하는 장면을 배꼽 부여잡고 보긴 했었지. 산타 할아버지는 도둑이 아니야. 잡는다고 잡히는 존재가 아니에요.


그런데 아니란다. 다른 영화란다. 그게 바로『크리스마스 연대기』. 영화 속 주인공 케이트가 되고 싶었던 거로구나. 이럴 땐 상상의 나래무한대로 확장하는 N 성향이  닮아서 무섭다. 이봐, 우리 집에 과몰입러는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트랩을 설치한다는 말에 기가 차서 웃고는 있지만 동공은 흔들리고 입꼬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집요한 꼬마는 그렇게 3일 동안 구상한 트랩에 대해 주야장천 얘기했다.

아, 부담스러워. 분명 허술할 거야, 허술하겠지. 허술하여라. 제발.



두둥!


다행히 허술해줘서(?) 고마워. 노안으로 안 보여서 밟을 뻔한건 안 비밀.



과연 성공했을까? 

산타 마을 택배와 편지. 네 마음속에 무사히 안착.


산타 할아버지 당 충전용 다과. 아이가 여기저기서 직접 만들어 온 마들렌과 과자들.



12:00 AM


네가 곤히 잠들었다. 자정에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며 먹어치운다. 올해의 콜레스테롤 걱정은 내년의 나 자신에게 이월한다. 운동 열심히 하렴.



7:40 AM


부스럭, 부스럭.

우와!

방문 밖으로 들려오는 짧고도 명료한 네 감탄사에 잠이 달아났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곧 이 문을 벌컥 열고 수다쟁이 참새처럼 종알거릴 네 모습을 상상하며 침대 속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본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ing 진행 중이다.

Show must go on!

아빠, 엄마, 너.

각자의 위시 리스트로 채워진 오늘 일정을 하나씩 이뤄가며 순간들 사이사이 촘촘히 우리의 웃음이 져나오겠지. 하루 만에 각 1kg, 도합 3kg는 찔 거라며 얼마나 먹어댈지도 기대돼. 점심 먹고 보게 될 『크리스마스 연대기 2』도 무지 재미있을 거야. 사실 스토리가 뭐가 중요하겠어. 오늘이라서, 우리라서,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재미있는 거지.



이 글을 보고 있을 여러분들도,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크리스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