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전력

by 서울

다음 날 아침, 준성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어제 본 사진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붕대, 얼룩, 쇠사슬 같은 물체…
모두 그럴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기자로 30년 넘게 현장을 다녔던 그에게는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었다.


사무실의 아침은 여전히 분주했다.
전화기가 사방에서 울리고, 파티션 너머에서는
"TV 없으시다고요? 그럼 집 사진을..."
하는 익숙한 멘트가 동시에 들려왔다.

준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라즈가 보낸 주소를 다시 클릭했다.
그리고 수신료 시스템에서만 접근 가능한 전력 사용량 조회 창을 열었다.

원래는 감면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에만 쓰는 화면이었다.
준성은 지금까지 이걸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수치' 정도로만 여겨 왔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라즈의 주소를 입력하자, 전력 사용량 그래프가 떴다.

초록색 선이 규칙적으로, 일정하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정상이다.
일반적인 원룸은 밤 시간에 살짝 올라갔다가 새벽에는 거의 0에 가까운 패턴을 보였다.

그런데 그래프는 그렇지 않았다.

곡선은 4일 전을 기점으로, 갑자기 귀신이 붙은 심전계처럼 치솟았다.
하루 반나절 동안, 전력 사용량이 평소의 세 배 가까이 올라갔다.
조명·난방·환풍기·기기 여러 개가 동시에 돌아갔을 때만 나오는 수치였다.

그리고 다음 날, 그래프는 수직으로 추락했다.
마치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준성은 의자를 뒤로 밀치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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