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진

by 서울


부천은 새벽이 빠르다.
야간 근무를 마친 사람들과 공단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겹치면,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거리인데도 버스 정류장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준성은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상 위, 모니터 옆에 놓인 검은색 전화기였다.

어젯밤 퇴근 전에는 조용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벌써 빨간 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부재중 통화 27건.

'새벽에 또 많이도 왔네.'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신료 해지 전화는 대부분 새벽에 온다.
밤새 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해 씻고 밥을 먹고, 잠들기 전에야 비로소 "이제 전화해야지" 하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공용 메일함부터 열었다.
자동 접수된 민원 목록이 길게 떠올랐다.

– TV 없음, 수신료 해지 요청
– 언어 미흡, 보호자 연락 요청
– 장애인 감면 문의

익숙한 제목들 사이에 눈에 들어오는 제목 하나가 있었다.


[수신료 해지] TV 없음. 사진 첨부함.


발신인은 '라즈'라는 이름의 네팔인 남성이었다.
며칠 전 통화했던 외국인 민원인이었다.

수신료 해지하려면 내부 사진을 보내라고 안내했었다.

준성은 메일을 클릭했다.
짧은 한국어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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