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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Jun 22. 2023

아름다운 이별 배우기

「사랑하는 당신에게」, 2023


이별은 준비할 틈도 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이별에 익숙하지 않다. 아마 수십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을 마음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이별에 의연해질 수 있을까 싶어질 때 즈음 만나게 된 건, 이 영화였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와 예고편 등으로 '아내의 죽음'이라는 소재는 익히 알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예상보다 빠르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했다. 울지 않았다. 안일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예고된 이별에는 강해졌구나!라고 짐작했다. 영화가 끝나기 십 분 전까지는 확신을 가졌다. 정말...


제르망이 도서관의 책들 속에 아내에게 쓴 편지들을 끼워놓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아내와 처음 만난 장소에서 끊기지 않는 인연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로맨틱한지! 그리고 편지의 마무리는 '보고 싶어.'라는 말이었다. 편지를 끼워 둔 책들을 모두 보고 싶어졌다, 제르망의 그리움은 어떤 책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제르망의 아내는 무용단으로서 활동을 이제 막 시작했었다. 그리고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르망은 기꺼이 무용단에 참여한다. 이 과정 속에서 어떠한 선입견도 편견도 없이 단원으로 받아들이는 단장의 모습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 긍정의 의미다. 나는 현실에서 이러한 무용단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미디어 매체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다. 왜 이러한 무용단은 현실에서 은은하면서 넓게 존재할 수 없을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한 작품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걸 모두가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평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극의 주제가 완전히 뒤바뀌었으며, 동작도 안 바뀐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4주라는 시간이 만들어 낸 제르망의 이야기는 화면 속의 관객들도, 화면 밖의 관객들도 매료했다. 그리고 제르망은 공연을 보이며 아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진정한 이별이었다.


그리고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진정한 이별에서 무너졌다. 제르망은 단순히 무용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내를 찾았다. 무용은 끝이 정해져 있다. 끝이 나는 순간, 제르망은 아내와도 작품과도 이별한다.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다운 마지막이었다. 제르망과 나는 그 순간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 그럴 것이다.


영화는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 편에서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끝이 난다. 제르망은 연습을 비밀리에 진행했는데, 아들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 아들에게 축하를 받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아들도 공연을 보며 어머니와 진정한 이별을 하고,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냈길 바란다.


나는 아직 이별에 의연해지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습이 싫지 않은 이유는, 이 영화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불안정한 마음을 잘 흘려보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일 거다.

― 제르망의 다음 공연을 기다리며.



202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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