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 Jul 10. 2023

음악에는 인생이 담겨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2023


주변 지인들에게서 너무나도 많은 추천을 받은 영화가 있다. 바로 <시네마 천국>이다. 추천은 많이 받았으나 아직까지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영화의 OST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바로 그 노래의 작곡가를 담은 영화라니! 그렇게 우연을 계기로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시사회를 다녀오게 됐다. 


2시간 36분이라는 시간 동안 엔니오라는 작곡가를 만났고, 그리고 나는 이 작곡가를, 이 작곡가의 음악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음악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문장이지만, 엔니오는 이걸 해냈다. 그의 음악을 통해서라면 언제든 영화를 듣고, 느낄 수 있다.


시사회 때 넋을 놓고 본 탓일까, 들었던 음악들이 모두 다 좋았지만 곡의 제목들은 기억이 안 났다. 집에 오는 길 내내 아쉬움만 남았다. 그가 작곡한 음악이 너무나도 많아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았다. 방법은 단 하나,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엔니오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


왜 진작 다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후회스러웠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았던 시사회 때와는 달리, 그의 모든 노고를 깨달은 후 다시 본 엔니오는 너무나도 경이로웠다. 첫 관람 때보다 더 깊은 감정을 느끼고, 음악의 세밀한 표현들이 더 느껴졌다. 그리고 첫 관람 때와 달라진 점은, 내가 적어 내려 갈 수 있는 수첩과 펜을 챙겼다는 것이다. 놓쳤던 어휘들을 적고, 마음에서 떠나지 않은 그 음악들을 적었다. 이제는 더더욱 엔니오를 기억할 수 있다.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노래는 '어느 날 밤의 만찬'이다. 두 개의 주제를 섞어서 만들어진 노래인데, 부드러우면서도 모든 관심을 잡아끈다. 그리고 왠지, 어두운 저녁이 된 파티장에 있는 것만 같다. 엔니오의 재능은 어디까지인가! 한계가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그가 경이로워진다.


엔니오는 트라우마와 같은 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급진적인 방법들을 사용했는데, 예시로 '일 바라톨로'에서 캔 소리를 삽입하는 것이 있다. 노래가 전개되며 캔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선율같이 느껴진다. 엔니오의 이런 독창적인 시도는 정말 말 그대로 트라우마 같이 기억에 콕 박힌다. 잊히지 않는다. 나 또한 엔니오의 음악을 단 한 번 들었음에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귀를 사로잡는 전주, 엔니오의 음악적 특징이다. 단 10초 만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의 음악에 압도되고 만다. 나는 처음 만나는 음악들은 꼭 앞의 10초를 듣는 편인데, 이런 나에게 엔니오의 모든 음악은 선물 같다. 나의 모든 감정을 충족시킨다.


음악이 어려울 때, 음악을 이해하고 싶을 때, 그리고 음악을 그대로 느끼고 싶을 때는 역시 이 영화가 제일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엔니오가 생각날 것이다. 영화에서 음악을 만나고, 그리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2023.6.21


2023.7.10


작가의 이전글 내가 소수라는 걸 알게 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