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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Jul 04. 2023

내가 소수라는 걸 알게 될 때

「너에게 가는 길」, 2021


나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사회 문제를 파악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사회 문제의 당사자가 된다면. 또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주변인이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이 영화도 보게 된 계기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내가 팔로우하고 있던 영화관 계정이 GV 소식을 알렸고, 흥미롭게 카드뉴스를 넘기던 중 이 영화의 특징을 알게 됐다. 이 각박한 사회에서 성소수자 얘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니... 내가 어떻게 안 볼 수 있는가! 불가항력이었다. 이 글을 쓰는 얼마 전까지도 '퀴어 퍼레이드'를 주제로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서울시는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성소수자에 대한 현 사회의 입장이 어떤지 알아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영화가 개봉한 후 2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런 상황인데, 이 당시 상황은 얼마나 더 열악했을지... 상상조차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자식을 위해 사회에 맞선 사람들이 있다. 34년째 소방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비'와 27년 동안 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비비안'. 어느 날 커밍아웃을 한 아이들을 위해 사회에 뛰어들었다. 정말 진정한 어른이다. 이런 사회에서 소수자의 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가.


물론 그들도 커밍아웃을 듣는 그 순간 낯설고, 당황스럽고, 믿어지지 않았다.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사실 난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놀란 마음은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또는 내가 가장 우선이라는 성향이 도대체 왜 납득시켜야 하는 문제인지... 알 수가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나비와 비비안은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비와 비비안과 같은 부모들이 함께 연대한다. 사회에 대한 시위를 열기도 하고, 본인들의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항상 결론은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끝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낀 건 나도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도 저렇게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을 갖고 싶다.


성소수자에는 단순히 이성애와 동성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트랜스젠더도 포함이 된다. 영화 속에는 트랜스젠더 자녀의 성전환 서류 등록을 위한 과정이 담겼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성전환 승인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 하나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이룰 것이다. 모든 변화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소수자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읽게 되는 모두가 소수자가 아닐 거란 보장은 없다. 이미 나는 소수자일 수도, 곧 소수자에 포함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마음 편안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연대할 수 있기를.


202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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