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았던 밤>

50대가 쓰는 에세이 #14

by sogons

젊은 날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신 분을 만났다.

엄청난 굴곡위에서 다시 땅을 밟고 일어선 분이다.

그때의 고생이 다시 인생을 일으킨 밑천이 되었다 하시면서도

그때의 고생이 십 년 후에 큰 병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하셨다.

지금은 모두 회복되고 지난 일이 되었고 평안해 보이신다.

엄청난 성공을 이루셨고 그것을 시기 적절히 내려놓을 줄도 아는 분이었다.

현직에서 물러나 공기 좋고 날씨 좋은 곳에서 건강한 삶에 대한 강의를 하며 살고 계신다.


처음 그분을 만난 건, 나 역시, 시원하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였다.

처음 보는 우리 부부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시고 다른 날 다시 불러 집에서 밥을 주셨다.

요즘 사람들은 그리하기 힘든데 예전 인심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곳에서 한 달에 한두 번 도시로 나오시는데, 시간을 내어 우리 부부를 만나러 오셨다.

근래에 이렇게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적이 있나 싶었다.

나이 차이가 20년이 넘게 나지만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격식이 아니라 맘으로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분이라 느껴졌다.


다들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한다고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줄인다고 한다.

말은 생각을 많이 하고 정리를 해서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에 별 이득이 안 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친구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걸 즐기는 이유는

생각 없이, 정리도 되지 않은 나의 지혜 없는 말을, 그저 선입견 없이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해서 일거다.

목숨의 일부인 시간을 능률이나 기대 없는 일에 쓰고 싶어지는 건 과연 낭비일까?

능률과 이익을 보고 했던 일들 만이 인생에 덕이 되는 건 아니다.

아무 기대 없이 가다 보니 우연히 얻어진 값진 것들이 너무 많다.

난 어제 아무 목적 없이 나간 자리였고 시간 가는 것도 잊을 만큼 긴, 5시간이 넘는 대화에서 사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다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를 감싸던 따뜻함이 좋았다. 무엇을 마시고 무엇을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다시 또 언제 만날까 아쉬움이 남았다.

어제는 올해 들어 가장 말이 많았던

따뜻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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