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맛>

50대 에세이

by sogons

글은 흙탕물을 시간을 두고 가라앉혀 윗물을 되찾는 과정 같다.

난 지금, 그저 불안하고 지금 당장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무작정 적기 시작하고 있다.

찬찬히 앉아 생각해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걸 보니

아마 오늘, 내일 닥칠 일은 아닌 듯싶다.


AI가 대신 글을 써주는 시대에 글을 적고 앉아있는 내가 구시대의 유물이 될까 겁이 난 듯하다.

청룡열차만큼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서 남들은 둘러보며 살 궁리를 하는데 난 그냥 바람을 즐기고 앉아 있는 것 같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맘이 바쁘다.

클라우드에 들어있는 사진을 보다가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서 찍은 사진과 그날의 우리의 행적을 찾아냈다.

불과 몇 년 전인데 친구도 나도 낯설 만큼 젊다.

어제 오후에 사진을 공유했더니 친구는 어디로 이동 중이라 했다. 저녁에 연락하기로 하고는 답이 없다.

바삐 움직이는 친구를 보니 뒤 쳐 저 있는 느낌이 배나 더 들었다.


시대를 타지 못한다는 느낌은 성급함을 만드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예금을 찾아 주식 계좌를 연다고 한다.

증권회사 직원들이 새 계좌를 여느라 점심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라 한다.

주가 지수는 5천을 넘었고 금 값은 한 돈에 100 만원을 향하는 중이다.

하루 종일 엉덩이가 들썩였다.

그렇다고 뭘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불안하니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더 늘었다. 줄이고 책을 읽기로 했는데 자꾸 세상이 궁금하다.

보면 볼수록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세상이 생겨나 바삐 돌아가고 난 그냥 구경꾼이 되어 끼어들 수 없는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하다.


다이소가 처음 등장했을 무렵, 우리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제품에 놀랐고, 지금까지도 그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대신 제품의 질이나 내구성에 대해서는 어느새 너그러워진 우리를 발견했다.

로봇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만들어낸 자동차가 싼값에 나오고 사람은 노동의 현장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로봇이 만든 자동차 역시 저렴하고 실용적일 거라 하는데

그렇다면 이번엔 우린 무엇에 대해 너그러워져야 하는 걸까...

얼마의 시간 후에, 우리가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 그 전의 가치로 돌이킬 수 없음에 후회하지는 않을지...



더디게 힘들게 일궈온 것들이 주는 의미는 살아있게 되는 걸까...

혼자 해도 되지만 같이하는 일들의 기쁨은 살아있게 될까...

인간의 희생에 대한 감사는 살아있게 될까...

또한 노동의 가치는 과연 '보람'이라는 형태로 남아있을까...


할 일 없이 부르던 베짱이의 노래가 그리워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60124 #bysogons #50대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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