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글쓰기, 내 삶은 달라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건강합니다.
[삶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고 그리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곳이면 어디에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1인 1책 에세이 글쓰기>는 나에게 소소하지만 깊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당진신문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글을 쓰고, 오마이뉴스에 채택되면서 글쓰기가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다시 보게 되고, 그 안에서 글의 소재를 찾는 과정은 나를 더욱 성장시켰다.
삶에 대한 가치관과 대인관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고, 글을 쓰며 생각이 정리되었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훨씬 단단해졌다. 첫 번째 글을 쓰고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에세이를 수정할때부터 마감하는 일은 내가 해야 할 몫이었고, 가장 뿌듯한 시간이었다.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고.
나만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과거와 비교해 보았다. 가장 큰 변화는 ‘남’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 내 만족을 결정짓곤 했다. 누군가의 칭찬을 받아야만 비로소 "이제 됐다"라고 느꼈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안감이 엄습했다. 심지어 옷을 고를 때조차도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남들이 예쁘다고 말해야 만족할 정도로 타인의 평가에 의존했다.
나는, 1차 항암 치료 후 가발을 쓰고 취재를 시작했다. 180도로 변화된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 둘째, 상황을 탓하지 않기로 한 것.
이제는 하루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낀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이 느끼는 작은 순간들에 집중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고, 매 순간에 대한 감사함도 깊어졌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성향과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남을 탓하거나 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자신감이 그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물론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행동하고 변화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만, 내가 행동하면 그만큼 삶은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음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일일이 반응하면,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말은 그저 흘려보낼 가치밖에 없다.
반면,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의 말은 항상 따뜻하고 진정성이 담겨 있다. 그들은 가볍게 던지는 말이 아니라, 나를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조언만을 소중히 여기며, 그 외의 말들은 흘려보내기로 했다.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사람들의 말은 이제 더 이상 내게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암 환자로서 일상이 멈춘 순간, 나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매일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고, 삼남매와 맛집 카페투어와 1박2일 여행을 떠나며, 책 읽는 시간을 통해 내 생각은 깊어지고 있다.
요즘 가장 큰 행복은 내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하루 30분씩 걷기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변화는 없을지라도 그 시간을 만족하면서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 특히 삼남매와 함께하는 짧은 여행은 나에게 또 다른 기쁨을 안겨주며, 삶의 작은 행복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글의 소재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일상으로 돌아와 그 경험을 글로 기록한다. 이렇게 쌓인 글들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일상적인 에세이로 엮이게 되었고, 오마이뉴스에서 ‘버금’으로 기사가 채택되기도 했다. 이때의 행복은 단지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다. 일상의 기록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다시 글 쓸 용기를 주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중한 행복이다.
지난 주말, 특별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던 삼남매와 나는 아산 음봉에 있는 <나니아2560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진짜 아는 사람들만 찾을 것 같은, 한적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도착한 카페는 넓은 정원에 염소 한 마리, 개냥이 네 마리, 그리고 마당을 자유롭게 거니는 닭이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막내는 “엄마, <공주 야행>보다 여기 ‘나니아 카페’가 훨씬 좋아!”라고 말했다. 둘째도 “역사 깊은 공주라 기대하고 갔었는데, 그때는 덥고 습해서 광장까지 걸어가는 게 힘들었어.그런데 여기 카페는 나무도 많고 고양이와 교감도 할 수 있고 훨씬 아늑해.”라고 덧붙였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단 한 번뿐인 행복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눈을 뜨고 있을 때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정작 그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아주 짧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나는 어쩌면 행복에 관해 지독히 변덕스러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절대적이고 영원한 행복은 없지만, 감사하게도 일상속에 숨겨진 작은 행복들을 하나씩 발견하며 그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작은 행복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나는 매일매일 그 순간들을 기록하며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다.
때로는 피파 《피파가 지나간다》의 주인공처럼 우리가 남에게 준 행복을 깨닫지 못할 때도 있다. 무심코 건넨 말이나 별생각 없이 내민 손, 은연중에 지은 미소 속에 작은 행복이 보석처럼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처럼 평화롭고 좋은 날, 나는 그 소중한 행복을 마음 깊이 간직한다.
다시 한 번 에세이쓰기를 통해 삼남매가 말하던“작은 기쁨들이 모여 큰 행복을 이루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아이들과 떠난 짧은 여행은 나에게도, 그리고 취재 활동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과정이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었기에, 나는 앞으로도 1분 1초라도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 한 켠에 품으려고 한다.
당진시립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열어 주신 덕분에 나만의 또 다른 챕터를 열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배지영 작가님과의 소중한 만남은 내 삶을 재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지난봄에 시작한 글쓰기 수업은 무더운 여름 지나 9월 중순이 되었다. 부족한 마감 반장이었지만 원고를 취합해서 단톡방에 올려놓는 그 시간은 나에게 작은 기쁨이었다. 이어 작가님은 2시간 동안 한 명 한 명 애정을 갖고 교정을 봐주면서 회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배지영 작가님과 함께 한 따뜻한 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배지영 작가는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고 첫 책 『우리, 독립청춘』을 펴냈다. 20여 년간 글쓰기를 통해 “작가는 글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쓰는 삶'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고 말하며, 이제 글쓰기를 통해 '날마다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배지영 작가님은 “정아 반장님, 유방암 완치 판정을 (4년 뒤에) 받을 때 꼭 책을 쓰면 좋겠어요.”라고 조언해주셨다. 그 말씀은 어떤 거창한 위로의 말보다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으며, 내 삶의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았다.
글쓰기는 나에게 기쁨과 성장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과정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