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특수학교> 그날, 교실은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들었다.
강영식 작가의 책 제목은 우연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2008년부터 특수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해 온 17년 차 교사다. 누구의 기록도 하찮지 않다는 마음으로, 매일 현장에서 겪는 좌충우돌의 순간들을 지나치지 않고 배움의 기록으로 남겨왔다. 충남 보령에서 근무하던 강 작가는 2025년 3월, 당진 꿈나래학교로 발령을 받아 다시 특수교육 현장에 서게 됐다.
강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거창하지 않았다. 특수학교는 분명 일반 학교와 다르다. 그러나 다름이 곧 차별이나 배제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고, 우리가 막연히 품어온 불편함이 근거 없는 감정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어 강 작가는 대학 시절 특수교육학과에 다니면서조차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감동적인 미담이나 성공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실패했던 순간들, 잘못 짚었던 판단, 아이를 오해했던 시간들이 숨김없이 기록돼 있다.
<어쩌다 특수학교> 책 속에서 특히 오래 남는 사례가 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물거나 꼬집는 행동을 보이던 아이였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라는 억울함이 앞섰다고. 그러나 강 작가는 질문을 바꾸었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관찰 끝에 알게 된 것은, 그 아이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극도로 불안해한다는 사실이었다.
문을 열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따라가야 하는 순간이 공포였던 것. 교실에서 이동 전 (급식실, 음악실 등) 프린트 사진으로 장소를 미리 보여주고 같은 과정을 반복하자, 아이들은 눈에 띄게 안정됐다. 3월보다 4월의 모습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고.
지난 31일,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에서 여섯 번째 에세이 작가로 강연을 이어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처음으로 특수학교에 발을 디딘 지 두 달. 낯설고 덜컹거리는 하루들이 쉼 없이 이어졌지만, 강 작가는 그 시간을 버티기보다 기록하는 쪽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 배지영 작가와 함께한 '1인 1책 에세이 글쓰기'를 통해, 특수교사이자 두 아이 아빠로서 품어온 질문들을 <어쩌다 특수학교>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강 작가는 말한다. 문제행동은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명은 이해를 돕는 참고자료일 뿐, 아이를 규정하는 이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같은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같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 작가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말은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시네요", "천사 같으세요"라는 칭찬이다. 교사는 언제나 옳은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닌데도 말이다.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특수교육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강연은 글쓰기 이야기로 시작됐지만, 곧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 질문으로 깊어졌다. 강 작가는 레고 이야기를 꺼냈다. "경찰, 소방관, 요리사, 히어로, 마법사. 아이들은 장난감을 통해 세상을 먼저 배운다"고 말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 레고 캐릭터는 비교적 최근에야 출시됐다. 우리 곁에 늘 함께 살아온 이웃이 놀이 속 세계에는 지나치게 늦게 등장한 셈이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지 못했던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강 작가는 말했다. 장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공간으로 남아 있다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어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알지 못한 채 짐작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짐작은 곧 낯섦과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쌓인 감정이 때로는 불편함이나 거부감으로 드러난다는 설명이었다.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의 공론회 이야기도 이어졌다.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간청하며 무릎을 꿇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장애인 학부모를 향해 "저거 다 쇼"라고 말하며 토론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그날의 토론회에서 주민과 학부모 간의 의견은 끝내 평행선을 달렸고,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특수학교는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다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특수학교 설립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이거나, 일부는 건립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 작가는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한 공론회 현장을 직접 찾았다. 그 자리에서 한 어르신은 "특수학교 담벼락에 아이들이 탈출하지 않도록 철조망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 작가는 그 발언을 단순한 악의로 규정하지 않았다. 차별의 언어라기보다, 장애 아동과의 접촉 경험이 거의 없는 사회적 거리감 속에서 형성된 불안과 오해, 다시 말해 인식의 공백이 빚어낸 반응에 가까웠다고.
강영식 작가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섣불리 공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걸음을 멈추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가 지나쳐 온 학교는 과연 어떤 공간이었는지, 그 안에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를 되묻게 한다. 특수학교는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사회가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불편함과 두려움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장소다. 알지 못했기에 멀리했고, 경험하지 않았기에 쉽게 단정해 온 시선들이 장애인 특수학교라는 이름 아래 고스란히 쌓여 있다. 무엇보다 강 작가는 말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기다림을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 온 사회에 있다고 말했다.
<어쩌다 특수학교>는 특수교육에 관한 길라잡이가 아니다. 진단명으로 학생들을 구분하지 않고, 빠른 결론보다 느린 이해를 선택하는 삶. 남들보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온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장애인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 기록이다. 무엇보다 책을 덮고 나면, 특수학교 이야기를 더 이상 남의 일로 밀어둘 수 없게 된다. 강 작가의 책은 독자에게 다시 묻는다. 우리는 과연 다름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여전히 이해보다 판단을 앞세운 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