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의 굴레

일반적이지 않다 그저 한국적일 뿐이다

by 스텔라정

책을 읽다가 한 문단에서 잠시 멈추었다.

쉽지 않은 추운 계절이 배경이다. 낡고 먼지 가득한 작업복을 입은 한 남자가 동네 구멍가게에서 꼬깃꼬깃 지폐를 꺼내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산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다가 이 문단에서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이런 세팅에 더 이상 감동이 없는 나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고정관념의 충돌이다.


가장 먼저는, 내가 사는 호주에는 먼지 가득한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슈트를 입은 일반 회사원보다 수입이 더 많은 경우도 많다.


두 번째 이유로는, 장소의 화려함 혹은 누추함 정도에 따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빈부사이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그것을 굳이 일반화하는 시선이 불편했다. 이것도 외국살이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는, 작업복과 서민스러운 장소에 부여된 의미를 굳이 가져다 쓰는 통속성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한국적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고정관념에 대하여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듣고 보고 깊이 심어진 고정관념에 그 누구도 자유롭기 어렵다. 나의 머리로는 위의 세 가지 이유로 글에 대한 강한 불편함을 표했지만, 생각해 보면 고정관념으로 인해 우리의 상상 속 그림은 더 풍성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일일히 표현하지 않아도 독자는 다 느끼고 상상할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만 특수하게 통용되는 고정관념에 유독 반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긴 해외살이의 영향일까?


너무나 우스운 순간이 있었다.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때, 주유소에서 경차를 정성 들여 꽤 오랫동안 닦고 있는 한 슈트를 입은 앳된 얼굴의 남자를 본 적 있다. 멀리서 꽤 오랫동안 지켜보며 나의 머릿속에는 지방에서 상경한 한 신입사원의 고군분투하는 대서사가 쫘르륵 펼쳐졌고, 단 한 장면만으로 그 낯선 이의 서사를 다 완성시켜 버린 나 자신이 너무나 징그럽게 느껴졌다.


이 서사의 근원은 오로지 나의 고정관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 고정관념의 노예여, 모두 벗어버리지 않아도 좋으니 이 굴레 안에서 충분히 느끼고 그리되, 이것이 굴레인 것만은 잊지 않도록 하여라. 그 외에도 다른 세상이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202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