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 시대, 나는 뭘 해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아마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저도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면서 한편으로 아이폰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40대, 지금 나의 자리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4050 세대를 20대 못지 않은 불안의 세대라고도 한대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안들이 있어서 그렇다는데, 노년이 길어진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아마 AI가 이렇게 빨리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나 유튜브 영상들을 접해도 불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렇게 빨리 변하는 시대에 나는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 SNS는 사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듯 보이잖아요.
비교에서 오는 불안한 감정들도 지금 이 시대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한 감정들을 좀더 긍정적으로 다스리고, 새로운 AI 시대를 현명하게 받아들이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그래서 오늘은 이 책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2017년에 출판된 <습의 시대>라는 ‘숨은 보석 같은’ 책이에요.
일단 제목에서 내공이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2017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이번에 다시 집어 들어 읽게 됐어요.
생각이 많을 땐 서점에 가면 내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대학 때 KBS 정세진 아나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이 얘기를 해줬어요.
저도 서점에 가면 그때 그때 서성거리는 코너가 다른데요.
요즘 AI에 관심을 많이 갖다 보니 이 책이 눈에 확 띄더라고요.
이 책은 6년 전에 출판됐지만, 지금 읽어 보니 'AI 시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질문에 대한 '습(習)'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습은 학(學)과 습(習)으로 이루어진 단어, 학습의 그 습인데요.
이 책을 따라 가다 보면, AI 시대 습이 왜 중요한지 ‘학습’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돼요.
먼저 저자는 이현준, 황태섭 두 분입니다.
이 두 분은 서로를 '영혼의 쌍둥이'라고 얘기하는 죽마고우로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였는데, 생일까지 똑같습니다.
생일이 똑같은 두 사람이 평생을 이렇게 우정을 나누면서 책까지 공동집필하다니 정말 부럽기도 하고, 꽤나 깊은 인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현준 님은 어릴 때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워 현재 교육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황태섭 님은 엔지니어가 꿈이었는데 삼성SDI와 애플 본사를 거쳐 현재 구글 본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데요.
두 분 모두 직업적으로는 꿈을 이루신 것 같아요.
<습의 시대>는 이 두 분이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면서 밤새 나누었던 고민과 토론, 공부와 경험을 정리하여 낸 책인데요.
인류의 진화, 뇌 과학, 돈에 대한 이야기, AI 기술, 궁극의 학습법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은데,
AI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금 봐도 놀라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현실로 이루어진 것들이 있어서 마치 과거의 예언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었어요.
책에서 중요하게 얘기하는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호모 사피엔스로 시작한 인류가 호모 크레디시스(신용을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 호모 에이아이시스(인공지능을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로 계속 진화하는데, 우리는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 준비는 이제 학보다는 습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먼저 호모 크레디시스와 호모 에이아이시스는 저자들이 만든 신조어인데요.
호모 사피엔스로 살아남은 인류는 돈을 발명하고, 자본주의를 만들어 발전시키면서 신용이 곧 도구이자 무기가 된 '호모 크레디시스'로 진화했습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우리는 여전히 호모 크레디시스로 살아 가고 있는 건데요.
호모 에이아이시스는 인공지능을 도구로 살아가는 인류를 말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호모 에이아이시스로 살아갈 것이고, (이건 저의 뇌피셜인데) 이제 태어나는 인류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두 신조어는 진짜 신박하게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습의 시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첫 번째가 호모 사피엔스, 두 번째가 호모 크레디시스, 세 번째가 호모 에이아이시스입니다.
이렇게 인류를 표현한 중제목을 정한 이유는 기술의 발전이 올 때, 그것도 혁명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인류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시대가 변한 시점을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디에서 시작했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학의 시대가 가고 왜 습의 시대가 오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단순히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철학적인 물음도 이어갈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호모 에이아이시스는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한데요.
호모 에이아이시스 부분의 목차를 보면 총 18가지의 소제목이 있는데, ‘특이점이 온다’는 파트에서 유명한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기술 이사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의 미래 예측들이 나옵니다.
그는 스캐너와 문자 판독 소프트웨어 OCR, 커즈와일 K250이라는 신시사이저를 발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1998년경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길 것으로 예측했고, 실제로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에게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는 1년 먼저 실현된 것이기도 합니다.
또 1999년에는 <21세기 호모사피엔스>라는 책에서 2009년에는 문고판 크기의 디스플레이로 책, 잡지, 신문 등을 읽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는데, 그 무렵 킨들이나 아이패드 등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급인데요.
그는 2029년에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될 거라고 예견했고, 2045년경에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 수준을 뛰어 넘을 것이라 합니다. 이른바 인공지능의 ‘특이점(Singularity)으로 이 부분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라면 어느 정도의 수준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으나 ChatGPT가 떠오릅니다. ChatGPT는 2023년에 공개됐으니 이분의 예측보다 무려 6년이나 빠른 셈이네요.
ChatGPT 말고도 2023년에는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채팅 서비스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Nutty’라는 서비스는 정말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웠죠. 물론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 왜 안 나왔냐며 기다렸다고 거짓말을 하지만요.
2029년에는 영화 <Her>와 같은 세상이 펼쳐질까요? 그 세상을 빨리 경험해 보고 싶네요.
시간을 10년 전으로 되돌릴 순 없지만, 10년후의 미래를 미리 예상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를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이다. 아무 생각없이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라 생각과 신념을 도구로 살아간다. 앞으로 10년을 잘 예측해야 우리가 준비하고 살아가야 할 생각과 신념이 생긴다.”
책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들을 관심을 갖고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PC, 인터넷, 스마트폰,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출현도 반도체 기술에서 비롯된 폭발적인 변화였는데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산업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꿀 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기술의 융합과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10억 배나 좋아진 반도체 기술은 모바일과 만나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을 우리는 경험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기술들을 한번 볼까요?
우리를 둘러싼 물건들이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 센서를 통해 인터넷과 연결되었다면 AI 기술을 접목한 물건들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사물인터넷은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쌓기 시작했고,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과 직업뿐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인류의 미래를 급격하게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가상현실, 빅데이터, 생명공학 등 새로운 기술들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서로 맞물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급격하게 바꿀 전망이다. 인공지능 혁명,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날이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미 6년 전에 저자들은 이러한 예측을 했습니다.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니 이제 4년이 남았네요.
아직 우리는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지는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가 다가오는 건 맞죠.
AI는 분명 혁명이라고 할 만할 것이라 저는 생각되는데요.
4년 후, 우리 일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너무 궁금하네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 후 사회에 널리 보급되기까지 걸리는 과정을 경제학에서는 ‘디퓨전(Diffusion: 확산, 보급)’이라고 하는데 이 디퓨전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차가 인구의 50퍼센트에 보급되기까지 80년 이상, 텔레비전은 30년 정도가 걸렸다. 휴대전화의 경우는 10년 정도 걸렸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그보다 더 빨리 확산될 것이다.”
‘호모 에이아이시스’ 부분에 언급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죽음조차 초월하며 세상의 흐름을 빅데이터라는 마법의 구슬로 들여다볼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갖춘 새로운 인류, 호모 에이아이시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빅데이터의 가치가 달라진다. 현재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빅데이터 중 컴퓨터가 인식 가능한 일정 형식의 정형데이터는 10% 정도도 되지 않는다. 90% 이상은 사람만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비정형 데이터다. 만약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여 사진, 음성, 영상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사람보다 더 똑똑하게 해석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내용은 ‘인공지능의 대세, 딥러닝’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저자들이 얘기한 이 부분은 현재 DALLE3, Copilot, ChatGPT, 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 브루, 타입캐스트 등 엄청난 AI 시장을 만들며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재밌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컴퓨터의 발명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만들어진 정보혁명 시대를 3차 산업혁명이라 하는데, 이 3차 산업혁명은 ‘MS의 시대’였습니다. 전 세계가 MS의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습니까.
근데 ChatGPT를 내세운 OpenAI 사의 최대 주주 역시 MS,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과연 MS일까요, 현재까지는 그럴듯해 보이는데요.
워낙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니 앞으로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심지어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창의성조차도 인공 지능에게 상당 부분 점령당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들이 갖게 되는 새로운 생각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당분간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체제로 운영될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하고 인공지능을 보조로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지나면 인간은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습의 시대>에는 현재 실현된 내용들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만나니 반갑고,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네요.
<습의 시대>에서도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걱정이기도 한데요.
“최근 자폐증, 주의결함장애 (ADHD), 충동조절장애(ICD), 아스퍼거(Asperger) 같은 장애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 전 후로 급속하게 보급된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성장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유아기의 어린아이들은 이러한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모바일 기기 중독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조차 인공지능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달리 호모사피엔스의 사고 능력은 점점 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이자 2011년 비소설부문 퓰리처상 후보였던 니콜라스 카는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이후 “검색 엔진을 통한 인터넷 서핑은 우리의 지식과 문화를 즉흥적이고 주관적이며 단기적으로 접근하게 만들어 깊이를 잃어버린 지식을 양산해낸다”고 경고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무력하게 종속되지 않으려면
그야말로 ‘정신차려야’한다.
사고 능력이 퇴화된다는 좀 극단적인 표현이 나와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요.
최근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AI 시대는 학의 종말, 습의 시대여야 한다는 것으로 저는 재해석이 되었는데요.
이 책의 핵심 내용이기도 합니다.
‘학습’이라는 단어는 <논어>에서 유래되었는데요.
“학이시습지(學而 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 배우고 끊임없이 익히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에서 따온 말로, 학습은 배운다는 의미의 학(學)과 익힌다는 뜻의 습(習)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배운다, 공자가 활동했던 2,500년 전에는 책이 매우 희귀한 자료였기 때문에 공자나 맹자 같은 선각자들이 말로 하는 강의를 듣는 것이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강의를 듣는 것이 학(學)이라면 그 내용을 익히는 것이 습이고, 그것이야말로 배움의 완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배운 것을 시간 나는 대로 익히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고, 여기서 학습이라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2,500년 전부터 ‘배울 학’과 ‘익힐 습’을 구분하고 조합하여 사용했는데요.
서양에서는 20세기가 되어서야 헝가리 출신의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가 지식(Knowledge)을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과 내재화된 지식(Tacit Knowledge)으로 나누었습니다.
명시적 지식은 글이나 그림, 말 등의 형태로 표시되는 지식이고, 내재화된 지식은 자신의 몸에 익히는 지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하기 힘든 지식으로 구분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 수영하는 법을 책에 설명한 것은 명시적 지식이고, 실제로 물에서 수영하면서 그 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내재화된 지식입니다.
학습에서 ‘학(學)’은 명시적 지식에 해당하고, ‘습(習)’은 내재화된 지식인 것입니다.
결국 학습이라 함은 명시적 지식과 내재화된 지식을 모두 뜻합니다. 공자가 말한 ‘학이시습지’는 지식이나 정보를 배우고 그것을 끊임없이 익혀서 내 몸 안에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 것입니다.
인지 과학 전문가들은 명시적 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전체 지식의 10%도 안 된다고 합니다. ‘학’이라는 과정은 인간이 소유한 지식 중 설명할 수 있는 일부만을 다루며, 경험과 숙련을 바탕으로 한 내재적 지식 영역인 ‘습’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라는 얘기입니다.
책에서는 학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하는데,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학’의 과정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우리 뇌에는 ‘인지 부하’라는 것이 생긴다. 뇌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기 위해 엄청 애쓰는 과정인 인지 부하로 인해 사람의 뇌는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를 나타내며, 그 한계가 넘어가면 말썽을 일으킨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면 중요한 내용을 미처 기억에 담지 못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지식이 옳고 의미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명시적 지식을 아무 생각없이 공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두 번 째는 ‘지식의 반감기’를 얘기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당 분야의 지식은 반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 반은 오류로 밝혀지거나 낡은 내용이라서 더는 유효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의학계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열이 나는 사람의 열을 낮추기 위해 피를 빼는 것이 엄연한 정설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처럼 잘못된 지식이나 오류를 수정하고 반 정도만 유효한 지식으로 남는 시간이 바로 해당 분야 지식의 반감기라고 합니다.
물리학의 반감기는 약 10년, 비뇨기과는 7년, 성형시술은 9년, 경제학 및 수학은 9년, 심리학이나 역사학은 7년 정도라고 하네요. 하긴 정보나 지식은 계속 수정되고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니까요.
대학 때 배운 내용들도 몇 년이 지나면 반 이상이 쓸데없는 지식이 되는데,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정보에서 지식의 반감기라는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옥석을 골라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소화할 수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왜 <습의 시대>일까.
세계적인 운동 선수들에게 비결이 뭐냐고 하면 하나같이 훈련을 ‘반복’했다고 말하는데요.
반복은 습관을 형성하는데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우리가 습관을 형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뇌는 일정 자극이 반복되어 습관화가 되면 이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데, 가뜩이나 저장해야 할 정보도 많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전두엽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류는 ‘습관’이라는 독특한 능력을 진화시켰다고 하네요. 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저절로 무언가를 해내는 매우 효율적인 과정인 것입니다.
좋은 습관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 잘 알고 계실텐데요. 우리의 삶은 매일 반복되는 수많은 습관들로 저절로 운영되는 것이기도 해요.
내재적 지식이 바로 습관과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학이 습으로 바뀌려면 수많은 반복과 연습 그리고 실제적 체험이 필요한데, 얼마나 많은 반복과 시간을 통해 완성될까요?
탁월함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한 앤더스 에릭슨 박사는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무조건 많은 시간을 연습했다고 탁월함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는데요. 저 역시 운동을 하면서 ‘올바른 방법’으로 하는 것이 습관이 되기 더 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왜냐면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다 보면 통증이 생기고, 통증이 생기면 운동을 안 하게 되거든요. 며칠 안 하면 계속 안 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습관이 되지 못하는 거죠.
집중과 피드백 그리고‘수정하기’로 요약 되는‘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핵심이라는 것인데요. 악기연주, 발레, 피겨스케이팅이나 기계 체조 같은 운동 등 어느 분야든 전문 훈련 방식은 이 원칙을 따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교습을 받고, 교사가 다음 시간까지 학생이 해올 연습 과제를 내줍니다.
앤더슨 박사는 개인이 실력 향상을 위해 스스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올바른 연습’이 진짜라고 말합니다.
목표도 중요하지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 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습에서 중요한 점인데요.
습은 창의성이나 직관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습니다.
인지과학자 유재명 박사는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고 수많은 시행 착오를 통해 내 것으로 바꾸어 가는 노력을 해야만 마침내 창의성이나 직관도 생긴다.”라고 했는데요.
창의성은 수많은 지식들을 내재화하는
습의 과정으로 서서히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시험을 잘 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학(學)만 한 것이 아닐까. 사실 학(學)에 대한 경쟁이 교육의 중심인 점은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많은 시대에는 잘못된 학을 할 가능성이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숏폼 등 짧은 영상이 뇌를 망가뜨린다는 사회적 이슈가 생기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유튜브에 아주 좋은 내용의 영상들이 많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동기부여나 자기계발 채널들을 보면 ‘내가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성공 못해’라는 식의 강렬한 메시지들이 많은데요.
물론 삶에서 엄청난 습을 통해 성공한 분들이 한 습의 경험들은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사람은 모두 다르잖아요. 저마다의 상황과 성향이 다르고, 성향은 그 사람의 행복과 만족도의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영상들을 조금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을 받아 들여서 실제로 익히는 습을 해보고,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취하면 되지 않을까.
AI 시대 정말 학보다는 습이 중요한 게 인공지능한테 내 모든 걸 맡길 순 없잖아요. 그럼 정말 뇌가 쪼그라들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습의 시대>에서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7가지를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로 학습 데이터가 적은 분야를 주목하라
인공지능은 아무래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학습을 하므로, 데이터가 존재하는 영역에는 AI가 빠르게 적용될 것이므로, 인간의 가치적 판단이 더욱 필요한 철학이나 윤리, 인간의 의식 영역이 강한 분야를 주목해 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두번 째로 학습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생성하라
현재 몸 담고 있는 분야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어떤 분야에 있던 데이터를 갖고 있거나 데이터를 쌓고 있다면 AI 시대에 올라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AI 비즈니스를 펼쳐 나갈 분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인 것 같아요.
세번 째로 자가 학습을 통해 직업적 유연성을 가져라.
책에서는 앞으로 6개 이상의 직업을 바꾸는 시대가 온다고 했는데요. 더 이상 직업이 중요한 시대가 펼쳐지진 않을 것 같아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 원리이다.
이제는 의사도 AI를 공부해야 하고 기업가도 빅데이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디자이너도 심리학을 공부해야 하고 엔지니어가 인문학을 이해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자가학습을 통해 다양성을 갖춘 전문성과 유연성이야말로 핵심 역량이다.
네번 째로 명상과 몰입을 통해 뇌를 강화하라
명상과 몰입은 삶에서 건강과 행복에 크게 기여하는데요. 역시 이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인간은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의 영역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인간 고유의 창의성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며 명상과 몰입을 통해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 ChatGPT가 생각나네요. 흥미롭습니다.
다섯 번째로 철학적 접근과 윤리적 분석의 중요성을 이해하라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의 경우, 4명이 탄 자동차와 1명이 탄 자동차가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은 어떤 선택을 할까? 4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 선택일까?
좀 어렵죠?
인공지능과의 윤리적 문제들이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데, 점점 지혜로운 방향으로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라겠습니다.
여섯 번 째는 외국어를 학습하라
AI가 이제 실시간 통역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마치 다국어로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AI들이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에게는 제스처, 맥락, 문화, 감정, 공감 능력 등 비언어적 요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AI에 언어를 의존한다면 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은 더욱 희소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일은 뇌 건강에도 아주 좋다는 점, 슈퍼에이저(80대지만, 50대의 뇌를 가진 사람들)의 싱싱한 뇌를 위해 외국어 학습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요.
마지막 7번 째는 직업과 소득이 분리되는 시대를 준비하라
책에서는 AI로 인한 부가가치가 복지로 이어진 이후의 삶을 잘 준비하라는 긍정적인 내용이었는데요.
끊임없이 배우고 자아를 실현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끼는 삶을 얘기합니다.
오늘은 2017년에 출판된 <습의 시대>를 다시 읽고, AI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운동하고 글쓰고 책 읽고 이런 것들 다 좋다고 하는 건 알겠는데, 실천을 안하는 게 문제잖아요. 저는 제가 몸소 실천하고 실행해 보니 그것에서 많은 문제들과 고민들이 해결되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AI 시대일수록 학보다 습이 정말 중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https://youtu.be/kzR8BfO9lwU?si=gOkENR7817iiLoWg
@bysummer
2024년도 한 달이 지나버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