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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TE Nov 30. 2020

끼리끼리 무역하자! RCEP와 TPP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2대장, RCEP와 TPP 알아보기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RCEP가 체결되었습니다. 이번 협정은 전세계적으로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적으로도 많은 변수를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대급 규모의 경제 협정인 만큼 모르고 넘어가면 안되겠죠? 오늘은 RCEP와 TPP라는 2개의 경제협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를 한글로 풀어보면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입니다. 편하게 아르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이렇게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입니다. 바로 어제인 15일, 각국이 서명을 완료하며 RCEP이 체결되었습니다. RCEP 참가국의 GDP를 합치면 전세계의 29%, 인구수를 합치면 전세계의 30% 정도가 되는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 공동체입니다.


RCEP에 대한 논의는 201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권에서 경제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주도적으로 FTA를 제안했습니다. 거기에 ASEAN이 가세하며 본격적으로 협상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만큼 협상이 쉽지 않았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인도는 RCEP에 참여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하고, 중국과도 사이가 좋지 않아 빠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8년간 논의를 거듭하다가, 올해 드디어 협상이 타결된 것입니다. 인도는 RCEP에서 빠지게 되었지만, 앞으로 인도의 참여를 계속 권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RCEP에는 관세 철폐, 통일된 원산지 규범, 수출입 관련 절차 제정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저작권이나 특허에 관련해서 한류 콘텐츠 수출에 대한 내용이 잘 규정되어 있어 불법 복제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주요 농산물인 쌀, 마늘, 양파 등은 모든 국가와의 FTA에서 제외시키며 농산물 업계의 피해는 막았습니다. 다만 관세 철폐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TPP (Trans-Pacific Partnership)


TPP는 RCEP가 논의되기 전인 2005년에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경제 협의체입니다. 처음에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4개국이 참여했다가 미국, 호주, 일본 등의 국가가 추가로 참여하며 현재 11개 나라가 속해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도 TPP에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여러 이유로 아직 가입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TPP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TPP에 2016년 가입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 TPP를 탈퇴했습니다. 이 당시 미국은 미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확립하고자 TPP를 탈퇴한 것입니다. 미국이 TPP를 탈퇴하자,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적어진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RCEP 체결에 박차를 가하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미국의 TPP 탈퇴가 중국을 적극적으로 만들며 오늘날 RCEP 체결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이 탈퇴하고나서 TPP의 나머지 11개 국가는 일본의 주도 아래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구성한 상태입니다.



RCEP, TPP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3가지   


1. RCEP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리나라는 RCEP을 통해 최근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실 많은 RCEP 회원국과 이미 FTA를 맺고 있지만, 더욱 관세가 낮아지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적용되던 30%가 넘는 관세를 점차 줄일 수 있고, 철강, 석유화학 제품들도 수혜 분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일본과는 RCEP를 통해 처음으로 FTA를 맺게 되었습니다. 물론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강국인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나 기계 같은 민감한 품목은 FTA 내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동남아 국가와의 무역에서는 열대과일이나 맥주 등을 싸게 수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RCEP를 통해 10년간 약 50억 달러 정도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바이든 정부는 TPP에 다시 가입할까?

중국의 주도 아래에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협의체가 생기며 미국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에서 곧 바이든 정부로 시대가 바뀌며 미국이 다시 TPP에 가입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미국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당장은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TPP 재가입은 미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아시아와 미국이 적극적인 무역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도 발맞춰 빠른 대응을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3. RCEP vs TPP, 우리나라는 무역 전쟁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위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RCEP=중국, TPP=미국이라는 공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TPP에 아직 미국은 없지만, 미국이 TPP에 가입한 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었고 앞으로 미국이 TPP에 재가입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합니다.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TPP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만약 미국이 TPP에 재가입을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RCEP와 TPP 사이 경쟁의 중간에 놓이게 됩니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끼리 뭉쳐서 무역하자고 RCEP를 강조할 것이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TPP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RCEP와 TPP는 중vs미 무역 전쟁의 결정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의사결정과 상황 판단이 무척 어렵고,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참고로 일본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RCEP과 TPP에 모두 가입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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