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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은성 Feb 12. 2021

아이 캔 두잇! 유 캔 두잇!       위 캔 두잇!

나는 삼진그룹영어토익반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도 한 달 여가 지나갔다.


일 끝나고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들어야지 하는

내 생각과 달리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집에 와서 핸드폰이나 끄적이다

적재의 야간 작업실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매일 하던 운동이나 스트레칭도 하지 못하겠고

일에 감정에 치여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상태가 돼버리고 만다.


피곤한데 자기는 싫은. 내일이 오면 또 출근을

해야하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지금 뿐이라서.


어쩌면 나의 이런 모습은

한국에 살아가는 회사원들의 전형적인 패턴이지

않을까 싶다.


10년 전, 댄서로 활동했을 때

나의 10년 후를 생각하곤 했는데

유명한 안무가가 되어있을까?

내가 과연 저스트 데붓(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댄서계의 올림픽 같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등등 춤으로 연관지은 내 삶을 꿈꿨었다.


하지만 25살, 얼떨결에 취업의 길로 들어선 나는

서비스 직종에서 3년 간 일했고 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마음 한켠에는 언젠가 다시 춤을 출거라고

나는 예술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며 다짐을 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는 그 삶의 안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엠넷에서 슈퍼스타K가 한참 흥행했던 2009년의

나는 당시 비주류였던(지금도 엄청나게 큰 변화는 없는 듯 하지만) 스트릿 댄스가 언젠가 저 프로그램처럼 댄스 오디션이 나올 거라 친구들에게 호언장담했었다.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결국 2013년 댄싱9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당시 나는 부모님의 반대로 춤을 반 포기한 상태로 슬럼프에 빠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본방 사수해서 보지는 못하고 나중에 재방송으로 조금씩 봤었다. 도무지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재방송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내가 저기에 있어야 하는데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생각했던 세상의 문이 드디어 열렸는데

왜 나는 이러고 있는 걸까.


지금은 부모님을 탓하지 않는다.

반대가 있었어도 확신이 찼다면, 나를 믿었다면

계속 하지 않았을까?


나는 항상 언트렌드로 살아온 듯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매니아층만이 아는 세계.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졌었다.

아날로그적인 걸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한 몫했고.


내가 좋아했던 자이언티, 프라이머리 등 당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뮤지션들은 지금 대중적인 음악가가 되었다.


아빠는 나에게 항상 그랬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나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좋아했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걸 좋아했다.


뻔하게 흘러가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싫었고

다르게 살아내고 싶었을 뿐.


그렇지만 나의 인생은 어느덧 그들과 함께

흘러가버렸다. 물론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원했던 나의 삶은 아니었다.


3년 간 일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낼 때,

상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왜? 너도 슈퍼스타K 나가게? 아니, 이만하면 여자가 다니기에 안전하고 괜찮은데 여기서 경력 쌓고 돈 모아서 시집이나 가."


이 말을 듣는 순간, 더 깨달았다.

아 나는 이 시스템 안에서 살 수없겠구나

이딴 꼰대 같은 회사생활을 더 이상 할 이유가 없구나.


그리고 사직 사유를 쓸 때

'자기 계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라고 적었다.


퇴사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결국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물론 전 직장처럼 서비스직종이 아닌, 내가 관심 있던 쪽의 사무직으로 일하게 되었지만

어쩌면 나는 다시 이 시스템 안에 제 발로 들어온 셈이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회사에서 나의 목적은 이전과 다르고 절대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한다는 것. 애사심,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이런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매일을 나에게 질문을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과연 나에게,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근데 한 달이 지난 지금 자꾸 그때 생각이 난다.

그놈의 나이도, 상황도 나를 억누르는 순간들이

많아지면서 두려운 감정이 앞선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이번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나는 계속 예술가로 남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글을 보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래, 넌 할 수 있어. 너니까 해낼 수 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


세상이고 현실이고 나발이고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그냥 그런 말.


작가의 이전글 2021년, 첫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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