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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열 인터뷰] 픽타 Ficta

새로이 다가올 창작 음악의 미래를 예견한다, 픽타(Ficta)

by corda music studio

내 최애는 230년 전 사람이라 더 이상 신곡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오늘날에도 ‘클래식’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 시대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유쾌하고 솔직한 창작 음악 집단, ‘픽타(Ficta)’의 이상빈, 이한, 황선우 작곡가를 만나고 왔습니다.

2024. 08. 14.




픽타(Ficta) - 작곡가들이 모여 만든 클래식 음악 방송반

안녕하세요. 픽타(Ficta)와 팀원들을 소개해주세요. 어떻게 모이게 된 팀인가요?

황선우: 서로 알게 된 건 학교에서예요. 한이, 민성이랑은 같은 대학 작곡과 선후배였고, 당시 교내에서 운영하던 현대음악 학회의 특강자로 한이가 상빈 작곡가를 섭외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픽타는 웹 매거진을 만들자는 민성 PD의 제안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나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웹진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고, 좀 더 대중적인 매체인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인지도를 쌓는 것을 우선으로 해보자 했던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이한: 이야기가 나온 건 수원의 한 고깃집이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이한, 황선우, 이상빈, 김민성. 이렇게 네 명이서 운영을 해오다가 이후에 전다빈 작곡가까지 합류해서 총 다섯 명이 되었어요. 약간 독수리 오형제 같은 느낌.

이상빈: 주변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을 다 모은 거죠.

콜다: 무엇에 불만이 있었어요?

이상빈: 모든 것이요. 이 세상과… 음악계와. (웃음)



‘픽타(Ficta)’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한: 가상의 음자리표를 가리키는 ‘무지카 픽타(Musika Ficta)’에서 가져온 말이에요.

콜다: 오, 조금 덧붙여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선우: 메이저, 마이너 같은 조성 체계가 확립되기 이전의 중세 시대 음악에서는 선법을 사용했잖아요. 음악을 마무리하는 부분에서 종지감을 더해주기 위해 연주자들이 임의로 변화음을 붙여 연주하던 것을 ‘무지카 픽타’라고 해요. 그런데 이것이 이후에 굳어지고 이어져, 이후 조성 체계에서의 이끔음(leading tone) 개념이 돼요. 관습적으로 사용해 오던 무지카 픽타가, 이끔음이라는 이론적 개념의 시초 격이 된 거죠.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새로이 다가올 어떠한 것을 예견한다,라는 뜻을 담아 ‘Ficta’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상빈: …그런 뜻이 있었어요? (일동 웃음)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고,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오고 있으시잖아요. 그렇지만 동시에, 팀원 모두가 작곡가로서 창작 활동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말에 있었던 픽타의 기획 공연 [재고 정리] 또한, 여기 계신 세 분의 곡을 포함해 모두 창작곡으로 구성되었고요. ‘픽타’ 팀의 주요 활동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황선우: 우선,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고정적인 활동으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상 제작만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아요. 어떤 것을 하게 될지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말씀하셨던 [재고 정리] 공연은 팀 내부에서 기획한 첫 공연이었는데, 이후로 공연 활동도 계속 이어가 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이한: 말하자면 유튜브 채널은 베이스캠프인 셈이죠.

콜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열어두고 계시는군요?

이상빈: 네, 맞아요. 사실 처음 유튜브 채널을 만든 것도, 이걸 통해서 다 같이 어떤 사업을 도모하려 했다기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하려고’ 만든 거거든요.


어떤 활동을 해 나갈지 열어두고 있다 하시니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되어갈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픽타(Ficta)의 활동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혹은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이한: 기성 작곡가들이 주도하는 창작음악의 질서에 엮이지 않고 자생하는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예컨대, 순수예술 분야는 보통 지원사업을 통해 작품 발표가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지원사업의 당락 여부와 별개로 우리 힘으로 지속해갈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여느 타 기관의 성격이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우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만큼 펼쳐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 작곡가 - 창작 그리고 영감, 일상, 음악

팀으로서의 픽타 이야기를 잠시 벗어나서, 창작자로서의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요.

보통 ‘작곡을 한다’고 하면 무언가로부터 영감을 받아 창작을 시작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데요. 이와 관련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각자 작품의 재료가 되는 것이나 영감을 주는 것이 있다면?

이한: ‘앗!’ 하고 떠오르는 것을 영감이라고 한다면,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니에요. 대신, 공연이나 작품 감상 등의 외부 자극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평소에 글로 많이 모아두었다가, 그것들끼리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요. 그렇게 얻어진 것을 공연예술이라는 포맷 위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래 고민해 봐요.

작품의 재료라고 한다면, 음악 외부의 요인이 음악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아요. 예컨대, 기술 발전에 따라서 음악의 청취 환경이 바뀌어 온 것처럼요. 이러한 생각들을 작품의 재료로 풀어내는 편이에요.


황선우: 학부생 시절에 저는, 영화나 영상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음악에 적용시키는 데에 관심이 많았어요. 헌데 최근에는 그런 외부 개념이 아닌, 내적 동기로부터 출발하는 생각들이 더 많아요.‘작곡가들의 이러한 활동들이 어떠한 가치가 있나’,‘내가 작곡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들에 스스로 답해보고 있어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이 정리되어 갈 때 그것이 영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스스로의 소리 하나하나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나만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 중에 있어요. 확실히 전보다는 곡 하나를 쓰는 데에 더 많은 고민이 들어가고, 그래서 작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이상빈: 저의 작품의 원천은 주로 인간에 대한 탐구로부터 옵니다. 나 자신 혹은 타인에 대해 끊임없이 ‘왜’를 던져보는 거죠. 이를테면 이런 식이에요. 저는 평소 오래된 예능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사소한 대사 하나까지 전부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집요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생각해 보는 거죠. ‘나는 대체 왜 이걸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있는가.’ 그 이유를 타고 타고 올라가면서 생각을 이어 나가요. 그 끝에 어떠한 통찰이 얻어지거든요.

소리 자체에 대한 관심 또한 영감의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부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평소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리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해두는 편이에요.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 작품을 구체화하는 재료로 사용되는 것 같아요.





이외에도 창작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나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상빈: 저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평정심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제1원칙이에요. 다른 것에 정신을 쏟지 않게 하거든요.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도 새 가족을 들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겨서 쉽게 잘 듣지 않아요.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그만큼 집중과 몰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0분 작업-20분 휴식이라는 루틴을 설정해 두고 주로 밤부터 동이 틀 때까지 그걸 반복해요. 그 시간에는 보통 아무 연락이 오지 않거든요. 잠은 주로 오전에 잡니다.

황선우: 저는 단시간 몰입해서 작업을 하다가 멈춰두고, 중간에 알바나 헬스 같은 다른 활동을 할 때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러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을 때 결과물이 더 만족스럽더라고요. 이외에 다른 예술가의 공연, 전시도 자주 보고요.

이한: 특별한 루틴은 없어요. 대신, 거의 항상 음악과 작곡에 관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 보니, 일상에서의 자극들이 모두 음악적 인풋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평소 그때그때 스케치를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한번 느낌이 왔을 때 1~2주 내로 작업을 완료해요.


작업을 하지 않는 이외 시간에는 무얼 하시나요? 다른 취미가 있으세요?

이한: 가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노는 것 외에 지속적인 취미가 없어서 제 삶의 지속성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잠도 많이 없고, 잘 쉬는 법도 모르는 것 같아요. 이게 요즘 제 고민거리예요.

황선우: 카페 일, 운동, 데이트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요. 매주 수요일에는 픽타 촬영이랑 레슨. 최근에는 텍스트 진득하게 읽기, 명상, 불교 같은 정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아요. 저는 안정을 추구하는 편이라, 자기 파괴 방지를 위한 제어 장치들이 꼭 필요해요. 하하. 삶의 틀을 유지하는 그런 말뚝을 박아 두어야 해요.

이상빈: 저는 아주 명백한 취미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야구에 열광해 왔고, 롯데 자이언츠 팬입니다. 경기 전에는 보통 감독이 된 것처럼 상대 전력을 확인하면서 전략을 짜는데, 그 정도로 몰입해서 보다 보면, 또다시 “저 사람은 ‘왜’ 저럴까”하는 본질적 의문에 휩싸입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인간의 바닥을 체험할 수 있어요. 어쩌면 야구야 말로 진정 자기 파괴적인 취미가 아닐지. 어쩔 수 없습니다. 야구는 유전이에요. 그 외에는 유튜브 시청을 하는데, 최근에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아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타 연습.


요즘 무엇을 들으시나요?

이한: 올드스쿨 힙합, 에어로스미스(Aerosmith), 트립합, 브리스톨 사운드, 글리치 등. 클래식 중에서는 브람스를 좋아하고, 예고 시절에도 많이 들었어요. 베토벤 소나타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듣는 것 같고. 아, 재즈도 많이 들어요.

황선우: 자미로콰이, 빌 에반스 트리오, 키스 자렛 연주를 좋아해요. 클래식 중에서는, 픽타 콘텐츠 촬영을 위해 베토벤 교향곡도 다시 한번 들었어요. 최근에는 모차르트가 참 좋더라고요. 이상빈 작곡가의 추천으로 말러, 브루크너도 들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고 있어요. 가을쯤 되면 듣기 좋을 것 같아요.

이상빈: 저는 K-POP을 생각보다 많이 듣습니다. 무엇이 장사가 되는가. 나오면 일단 다 들어봅니다. 엔믹스, 백예린을 좋아하고요. 데이식스는 아, 호감입니다. 지난 연말에 엔믹스의 캐럴 영상을 봤었는데 음원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선우 씨에게 추천한 브루크너는 최근 날이 너무 더워서 저도 잘 듣지 않는데, 베토벤 소나타 정도가 청량하니 요즘 듣기에 딱이더라고요. 릴리, 라모 등 프랑스 고음악도 즐겨 듣고 있습니다. 현대음악 중에서는 크세나키스, 노노, 쿠르탁을 주기적으로 들어요.

콜다: 오… 그걸 주기적으로요?

황선우: 상빈 작곡가가 좀 고행을 즐기는 타입이에요. 중세시대에 태어났으면 수도승 같은 거 하지 않았을까.

이상빈: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클래식 이외의 장르를 작업해 본 경험이나 작업하실 계획도 있나요?

이상빈: 써본 적도 있고, 앞으로 작업할 계획도 있습니다. 시켜주면 다 할 수 있고요, 성인가요까지 가능합니다. (일동 박장대소) 남진 선생님 정말 좋아합니다.

이한: 일전에 <Golden Oldies>라고, 1920년대에 있었던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들을 가져와서 비트 작업을 했던 적이 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런 다양한 장르들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공연예술로 풀어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클래식 음악, 그 오늘과 내일

각자 처음 클래식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상빈: 학창 시절에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곡들을 리코더로 불어보곤 했어요. 그중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라는 곡이 굉장히 많은 논란을 불러온 곡이라 소개되어 있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직접 음반을 사서 들어봤는데 제가 듣기에는 제법 마일드한 거예요. 그래서 이것보다 더 한 것 뭐 없나 찾아보면서, 마니아의 길로 들어온 거죠. 그때 들었던 건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삐에로’였어요.

이한: 저는 어릴 때 ‘다중지능교육 클래식 전집’ 같은 클래식 음반이 집에 들어왔어요. 그 음반에 수록되어 있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이 너무 멋지고 좋아서 수차례 재생하여 들었어요. 그 후 인터넷으로 클래식 음악들의 악보를 살펴보다가 작곡가의 자필 악보가 음원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통해 클래식과 작곡의 신비를 느낀 거예요. 처음엔 기초적인 화성학도 모른 채 C 메이저로 된 요상한 곡들, 왼손 독주를 위한 E 메이저 판타지 등을 써서 선생님께 보여드리곤 했어요.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클래식의 매력이 있다면? 이제 막 클래식 음악 감상을 시도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이상빈: 평소 저는 ‘클래식’보다는 ‘서양 고전 음악’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말 그대로 고전. 들으면 들을수록 들여다볼 지점이 많은 음악 같아요. 가장 구닥다리 음악이기에 가장 들여다봐야 하는 음악.

다른 분야의 고전 예술들이 그러하듯, 서양 고전 음악 또한 음악 내적으로 계속 재밌는 생각 거리가 생겨나는 것. 이것이 가장 차별화된 가치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만약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떠한 구조적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소리’ 자체에 집중해서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의 구조도 파악이 될 거예요. 특히 동시대에 창작되고 있는 현대음악의 경우, 소리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더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요.

황선우: 클래식은 서양에서 작곡된 음악 중 좋다고 검증된, 살아남은 음악이잖아요. 시간의 풍화작용을 이기고 어떠한 불멸성을 획득한 작품들을 ‘클래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앞서 (상빈 작곡가가)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책, 좋은 그림 혹은 다른 명작 작품들처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거든요. 인생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하고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픽타(Ficta)의 유튜브 '클탐 EP.4- 가장 유명한 안 유명한 곡’

사실 대중의 입장에서 가장 큰 진입장벽은 ‘음악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한 시간을 넘기기도 하는 음악들을 다 들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기 쉽잖아요. 그러나 그럴 필요 없이 꽂히는 부분만 골라 들어도 충분히 좋거든요. 클래식 청취는 그렇게 마음에 드는 부분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클래식 현대음악, 아울러 순수예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보편적 관념들에 질문을 던지거나, 삶의 모습을 비추어 반영한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때문에 청중의 요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한편, 청중과의 거리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로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해야 한다면, 그것은 작품 외적인 영역, 이를테면 기획이나 마케팅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예요. 저는 이번 [재고 정리] 연주로부터 그 가능성을 조금 보았거든요.

연주되지 않고 쌓여 있는 작품들을 ‘재고’라는 개념으로 엮어서, 정말 창고 세일을 하는 것처럼 강렬한 디자인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더니 홍보 효과가 아주 좋더라고요. 실제 공연에도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이처럼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형태나 방법 등을 고민할수록 좋은 기획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아요.

픽타의 기획공연 [재고 정리]의 포스터와 프로그램 노트 (24.07.31.)

이상빈: 아울러 저는 아티스트 혹은 단체의 스타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창작 주체 개인의 스타성을 개발하는 것은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좋은 방법이에요. 그 사람이 매력적이고 좋기 때문에 그 사람의 창작물이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거죠.


오늘날의 클래식, 그러니까 소위 ‘현대음악’을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요? 픽타(Ficta)에서는 클래식 음악과 수익을 어떻게 관련 지어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황선우: 클래식 자체가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상위 0.1퍼센트의 연주자와 특정 기획사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클래식 음악계에 지금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씬, 새로운 시장이 많이 개척되어야 해요.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수입을 발생시키는 데에 ‘클래식의 대중화’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더 덕후스러운 영역이 확장되고 개발되어야, 다양한 형태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픽타(Ficta)가 그중 하나의 거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한: 자신이 덕후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수익화를 가능케 하는 시대가 왔고, 이러한 양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오늘날의 대부분 시장은 오타쿠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요. 이전에는 서브 컬처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하나의 독보적인 색깔을 가진 ‘인싸 문화’로 추앙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황선우: 이를테면 중소 오타쿠들의 시대가 아닐까. 거기에 기대를 걸어보고 있어요.


픽타 활동으로 수입이 발생한다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고 싶은지 계획이 있나요?

황선우: 가깝게는 장비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요. 픽타 콘텐츠 촬영도 현재 핸드폰으로 하고 있거든요. 마이크도 구비하고 싶고. 그렇게 하나씩 보강해 가다가 아주 이후에는 픽타 명의로 된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치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고자 하는 픽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한: 유튜브로 어느 정도 입지를 만들어서 침착맨 유튜브 초대석 출연하기.

황선우: 너무 먼 목표인데? (웃음) 일단 저희는 유튜브로 100원 단위의 수익이라도 내서 멤버십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상빈: 구독자들만 볼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을 열어서, 아주 매운맛의 콘텐츠 풀기. 사실 지금도 촬영본에서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데, 민성 피디에게 컷 당하고 있어요.


콜다: 먼 목표도 있을까요?

황선우: 픽타 명의의 건물을 짓는 거죠.

이상빈: … 예?

이한: 사실 반쯤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이야기들이지만, 만약 픽타 구성원들 중 누군가 유학을 간다거나, 해외로 출장을 간다거나, 그런 음악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배경을 픽타를 통해 만들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황선우: 그리고 이건 최근에 연주를 진행하면서, 민성 피디가 낸 아이디어인데요. 제도권에서 운영하는 콩쿠르 이외에, 젊은 작곡가들의 색채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컴피티션을 만들어보자 하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콜다: 오, 그거 아주 좋은 기획 같은데요.

황선우: 네, 그게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가장 먼 목표예요.

이상빈: 그렇죠, 건물은 무슨. 컨테이너? 움집… 정도는 지을 수 있겠다.

황선우: 이런 이야기들이 평소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오고 가요. 지금이야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픽타를 계속하는 한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실행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고깃집에서 했던 얘기들이 지금의 픽타를 만든 것처럼요.


by Cor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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