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
나의 음악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과 같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내부가 무척 어두웠거든요. 그러나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색채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적, 백, 청, 황의 색채가 마치 이제 막 칠해 놓은 것처럼 신선했습니다. 1400년 이상 습한 지하에 보존되었던 색채는 너무도 강렬하여,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어둠 속에서 빛을 뿜는 색채, 지하의 묘실이 주는 전체적 인상은 그렇게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나를 사로잡은 것은 선과 형의 유려한 우아함이었습니다.
- 루이제 린저와의 대담 中
그 이전까지 나의 예술적 태도는 비정치적이었다. 그러나 동백림 사건 이후 박정희는 잠자는 내 얼굴에 찬물을 끼얹은 격으로 나를 정치적으로 각성시켰다.
민족의 운명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악한(惡漢)들이 누구인지 나는 그때 여실히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