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고양이는 첫 여름을 앓았다.
여름이 왔다.
루시를 맡아 돌보기로 약속한
6개월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루시를 쓰다듬다가
생각에 잠기는 날이 많아졌다.
고양이가 있는 집에 나는 완전히 길들여졌는데.
매일 밤 동그랗게 누워
긴 꼬리로 내 손목을 톡톡 쓰다듬는
이 고양이를 나는 흠뻑 사랑하게 되었는데.
헤어져야 한다는 걸 떠올리면 마음이 아팠다.
하필 그 즈음, 루시도 아프기 시작했다.
루시의 아랫배에 털이 듬성한 동그라미를
처음 발견했을 땐, 털갈이가 좀 심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동그라미는 곧 맨살이 되더니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동네의 평이 좋은 동물병원을 황급히 찾아가니
수의사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곰팡이균 등도 검출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약을 한 번 먹어보자고 처방해주었다.
지금 돌아보면 루시에게 무척 미안한 것이
초보 집사였던 나는 고양이를 너무 몰랐고,
병원을 선택할 때 평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고양이를 잘 아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당시는 지금보다 반려묘 수가 더 적었을 때라
아무래도 많은 병원이 반려견 치료에
더 전문적이었을 거라 짐작이 된다.)
나는 질병의 증상인 줄 알고
약을 먹이고, 넥카라까지 입히며
루시를 고생시켰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름 루시 배에 생겨난 동그라미는
스트레스로 인한 강박적인 그루밍 때문에
생겨난 탈모였던 것이다.
작은 원룸에서 맞는 여름이 힘들었을 수도 있고
기약 없는 위탁 생활이 슬펐을 수도 있는데...
그때의 나는 루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엉뚱한 노력을 했던 셈이다.
여하간 병원을 드나들고 집안을 소독하고
며칠 사이 이것저것 애를 써도
점점 더 아파보이는 빨간 동그라미를 보며
결국 나는 루시를 안고 울었다.
살던 집을 떠나 나만 믿고 지내는 생명인데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고, 겁이 났다.
루시와 헤어지기 싫었던 마음이
다시 생각하니 과한 욕심이었다.
‘내일 회사에 가서
루시를 맡긴 분과 얘기를 해봐야겠어.
만약 당장이라도 루시를 데려가겠다고 한다면,
나와 같이 지내는 게 루시에게 좋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보내주는 게 맞을 거야.’
그날 밤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