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은 아니지만 소리가 잘 나는 취미용 바이올린을 사려면? (제2편)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개 초등학교 4-5학년부터 그 진로를 결정합니다. 바이올린을 전공으로 하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하기 위해서, 또는 학원 연주회에 서기 위해서 악기를 부전공으로 하는 학생들도 보통 중학교 2학년 정도까지는 레슨을 받으며 꾸준히 연습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인 사이즈의 악기로 바꾸는데, 여기서 조금 더 좋은 악기를 사 줄까 아니면 계속 입문용 악기를 사 주어야 할까 고민이 됩니다. 전공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평생 함께 할 바이올린일 수도 있기에, 저에게 물으신다면 저는 입문용 보다는 조금 나은 퀄리티의 악기를 권하곤 합니다.
입문용 공장악기를 주로 썼다면, 중국에서 만든 수제 혹은 반수제 바이올린을 선택하시면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관리에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요즘은 현악기의 메카인 크레모나에 가면, 동양인들이 더 많고, 악기 제작 콩쿠르에도 이미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가장 가성비가 좋았던 악기는 크레모나의 유명 악기 제작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중국 제작자가 중국에 돌아가 100년이 넘은 집을 무너뜨리며 발견한 고재를 가지고 몇 년에 걸려 제작한 수제 바이올린이었습니다. 당시 중국 바이올린으로서는 꽤 비싼 가격이었는데 악기를 만든 솜씨며 소리에 반해 구매해 세컨드 바이올린으로 사용을 했었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했던 이 악기는 바이올린을 취미로 하시긴 하시지만 수준이 꽤 높은 대학 후배에게 한번 해보라고 쥐어 주었다가 그냥 산 가격에 팔려갔습니다. 악기 가격이 오를 것은 아니었지만 가성비가 아주 훌륭했던 아직도 아쉬운 악기인데요, 꼭 이런 명품 중국 악기가 아니더라도 중국 수제 악기들은 가격대비 훌륭합니다.
물론, 한국 제작자분들이 만든 악기들도 좋은 악기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악기 재료 시장의 90% 이상을 중국이 점령한 이상, 가격면에서는 중국 악기와 경쟁을 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한국 제작자분들의 악기를 접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언급을 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본 몇 개의 국내 제작 악기들은 수준이 높았지만 아쉽게도 제작자의 성함도 또한 가격대도 잘 생각이 나지 않네요.
악기를 구입할 자금이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저는 이탈리아의 이름이 알려진 제작자들이 만든 새 악기를 선호합니다. 환율에 따라, 또는 제작자의 인기도에 따라 가격대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된 악기들입니다. 가끔 국내 악기점들을 돌아보다 보면, 새 악기를 선호하지 않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에 악기점에서 10여 년 이상 묵은 새 악기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유레카" 하고 외칠 때이지요. 악기 가격은 10년 전 대비 상승했고, 제작자별로 돌아가시거나 연로하셔서 더 이상 악기를 만들지 않으시는 제작자들의 악기들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을 때, 특히 대부분의 국내 악기점들에서 이런 악기를 애물단지정도로 여겨 처분하고 싶어 할 때가 제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새 악기들은 전공자가 당장 들고 연주를 하거나 실기시험 혹은 입시를 보기에 선호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비전공자가 악기를 가지고 있으며 3-40년을 연주하기에는 아주 용이한 악기입니다. 일단은 올드 악기처럼 관리 유지가 힘들지 않고, 나무가 건조되고 바니쉬가 악기에 스며드는 정도에 따라 변화하는 악기의 맛을 느껴가며 즐기기에 적합한 악기지요.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모던 이탈리안"이라고 불리는 악기군이 있습니다. 제작 후 30년, 50년, 100년 정도로 나누어 그 가격이 결정되는데, 이런 악기들부터는 가치상승을 기대해도 되는 악기들이 있습니다. 유학시절, 대학친구가 차대신 사라고 권했던 악기가 이 그룹에 포함되는 악기입니다. 지난 30년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악기군이 이런 악기들이지요. 하지만, 50년 된 이탈리아 바이올린을 샀다고 모든 악기가 다 가치상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악기들을 누구나 다 알아보는 것은 아닙니다. 모던 이탈리안 바이올린에 투자하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이 없으면 힘든 일이기에, 주변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또한, 제작 후 100년이 지나지 않은 악기들은 관세가 붙기에 실지 경매가보다 높은 소매가가 측정될 때기 많으니 이런 점을 고려하셔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제 모던 이탈리안 바이올린 사랑 때문에 저는 이 악기들을 전공자들에게도 비전공자들에게도 소개해 준 적이 있습니다. 전공을 하는 학생들은 소리를 내기 어려운 모던 이탈리안 바이올린을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비전공자들은 가끔씩 옥션에서 자신의 악기 가격을 열람해 보고는 마치 주식 차트 보듯이 즐거워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주 가까운 지인들 말고는 전공자들에게는 모던 이탈리안 바이올린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린 전공자들이 모던 바이올린의 소리를 자신의 연주스타일에 맞추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는데 계속되는 콩쿠르, 실기시험, 입시등은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취미용 악기의 상한선을 모던 이탈리안 바이올린까지로 봅니다. 물론, 투자나 수집의 목적으로 올드 악기를 구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좋은 악기를 구입한다는 것이 꼭 가격에 비례하지 않고, 유지, 보수도 어렵기에 권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특성상 악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만나기가 무척 힘든 일이기에,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악기에 대해 모르고 큰돈을 악기에 투자하시는 것은
돈을 내고 골칫덩어리를 사들이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