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베르디 "오르페오"
바로크 음악이 드디어 시작은 됐는데요, 아직도 우리가 아는 바흐, 헨델을 들으려면 많은 과정들이 남아있어요. 이 즈음에, 대개 많은 서양음악사 책들이 바로크 음악의 특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열거해 줍니다.
1. 선율선과 베이스로 나뉘는 양극성
2. 지속 저음
3. 콘체르타토 방식
4. 가온 음률과 평균률
5. 화음, 불협화음, 반음계
6. 화성법에 기초한 대위법
7. 규칙적인 리듬과 유동적인 리듬
8. 관용적인 양식
9. 꾸밈음의 사용과 즉흥연주
10. 선법 음악에서 조성 음악으로
이게 무슨 뜻이냐고요?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속 저음과 콘체르타토 방식, 꾸밈음의 사용과 즉흥연주 정도로, 그 이외의 것들은 혹시 음악 박사를 따시고 싶으신 분 들이 있으시면 시험에 나오니, 꼭 외우세요. 사실 위에 열거한 모든 특징들이 앞으로 이야기할 작곡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들이지만, 바로크 음악이 워낙 방대하고 지역적인 특성이 강하다 보니 일단 주요 특징부터 설명하려 하는 시도이겠지요. 하지만, 이것을 설명하려면 어쩔 수 없이 그 긴 내용을 이야기해야 하니, 서양 음악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가도 여기서 벌써 지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게 있다는 정도로 알고 넘어가는 것으로...

바로크 시대의 가장 큰 선물은 오페라지요. 르네상스의 인문학 열풍과 함께 고대 그리스의 비극적 경험을 근대적으로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오페라를 탄생시켰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만 연기하는 오페라는 어떤 한 가지 요인이 아닌, 여러 요소가 믹스되어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창조했습니다. 여기에 영향을 준 것은, 전원극이라는 르네상스의 시와 음악을 합친 정도의 연극과, 성부 간의 대조를 통해 축소된 연극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마드리갈과 마드리갈 연곡, 그리고 연극의 막간에 연주되던 간주곡 형식의 인테르메디오 등이 있지요. 또, 피렌체의 연구 동아리 모임인 카메라타라는 과학, 문학, 예술의 아카데미가 큰 역할을 했지요. 우리가 아는 갈릴레오의 아버지도 참가를 했던 이 모임에서는 레치타티보 형식의 모노디가 토론되었고, 아리아와 독창 마드리갈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1550년대 후반부터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 작곡을 시도하고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작품들이 있지만, 완전체로 남아있는 오페라 중 가장 초기의 주목할만한 작품으로는 1607년,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입니다.
몬테베르디만이 아니라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탄생한 오르페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르페오는 야생동물도 길들이고 지하의 세계도 정복할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자로, 에우리디체와 결혼하여 달콤한 신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에우리디체가 독사에 물려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죽음의 나라로 그녀를 찾으러 가기로 결심합니다. 첫 번째 관문인 황천의 강 입구에서 강지기인 카론테로부터 살아서는 절대 강을 건널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한 오르페오는 노래를 부르는데, 카론테가 오르페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잠이 들어 버립니다. 드디어 죽음의 나라로 들어간 오르페오는, 죽음의 나라에서도 지옥의 왕 플루토네의 아내를 노래로 감격시킵니다. 플루토네에게 에우리디체를 오르페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부인의 말에 플루토네는 오르페오에게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에우리디체를 돌려주겠다고 조건을 만듭니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자신의 아내를 보고 싶은 마음에 살짝 뒤를 돌아본 오르페오는 에우리디체가 다시 죽음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봐야 했습니다. 두 번이나 에우리디체를 잃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절망하며 "언덕도 탄식하고 돌도 울었다"라는 노래를 부르는 오르페오 앞에, 갑자기 아폴로 신이 나타나 그에게 불멸의 생명을 주고 함께 하늘로 올란 간다는 해피엔딩입니다.
1607년 만토바 곤자가공작 아들의 결혼식 연회를 위해 작곡된 이 작품은 외교관이자 작가였던 알레산드로 스트리 지오(Alessandro Striggio: 1573-1630)가 대본을 쓰고 몬테베르디가 5막 구성의 오페라로 작곡을 하고, 당대 최고의 가수들과 무용수, 그리고 40여 명의 현악기, 금관악기, 하프, 그리고 다양한 타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했습니다. 기존의 전원극 등과 달리 모든 장면이 노래로 표현되었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관현악단의 리트로넬로(막간 음악)로 통일감을 줍니다. 칸쪼네, 아리아, 레치타티보, 발레, 다성 합창 등을 적절히 섞어 놓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대작으로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성공적인 작품에 몬테베르디는 "아리아나"라는 오페라를 의뢰해 이 두 작품은 다른 도시에서도 공연되었다는 문헌이 남아있으나, 아쉽게도 "아리아나"는 몇 개의 아리아만 남아있을 뿐, 오페라는 유실되었습니다. 1613년, 몬테베르디는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으로 옮겨 종교음악을 쓰게 되지만, 오페라와 다른 세속 작품들도 꾸준히 발표하였습니다. 1637년, 세계 최초의 공공 오페라 극장이 베네치아에 세워진 것도 몬테베르디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탈리아는 오페라를 중심으로 바로크 음악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