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책이 좋을까?
생후 1년이 되면 인지가 급속도로 발달한다. 말귀를 알아듣고 반응하기 시작하며, 간단한 모방 행동을 보이고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음을 이해하는 대상영속성의 개념이 완전히 발달한다. 때문에 그림책을 보여줄 때 성인이 해주었던 행동을 기억해 따라 하기도 하고, 반복해서 보았거나 좋아하는 그림책이 보이지 않으면 찾으려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등에 대한 욕구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기 시작하나 아직 욕구를 표현하는 방법이 미숙하여 울음이나 소리지르기, 떼부림등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림책 중에서도 좋아하는 책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반복해 읽어 달라고 요구한다.
또한 주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했다면 이때부터 새로운 외부 대상이나 바깥세상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책의 주제도 나와 내 주변에서부터 더 넓은 바깥세상으로 넓혀가야 할 시점이다.
신체 발달 또한 마찬가지이다 걸을 수 있게 되면서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주변 세계를 적극적으로 탐색해 나간다. 눈과 손의 협응과 소근육 조절이 보다 정교해지고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신체 능력을 숙달시켜 나가게 된다. 때문에 스스로 그림책을 넘겨볼 수 있고, 조작할 거리가 있다면 열심히 손을 움직인다.
언어발달에 있어 처음 아이가 발화를 시작하는 시기는 모두 다르겠지만 생후 두 돌 경이되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수가 300개에 가까워지고 한 단어, 두 단어 등을 결합해 말할 수도 있다. 발달에 적합한 그림책을 보여주면 반복되는 어휘나 챈트, 말놀이 등을 조금씩 따라 하게 되고, 책을 읽어주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듣기 능력 또한 향상된다.
이 시기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고려해 12-24개월 영아를 위한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출생 후 생후 24개월까지의 영아들은 기본적으로 오감을 통해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지식들을 형성해 나가는 시기이다. 때문에 앞서 다룬 감각을 활용해 탐색할 수 있는 그림책은 반복해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림책 고르기, 출생-12개월 편 참고)
12-24개월 영아를 위한 그림책
이 시기 아이들은 소근육이 발달해 스스로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보드북이 보다 넘기기 쉬우나 페이퍼북도 함께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 페이퍼북을 넘길 때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들은 금방 책장을 잘 넘겨본다.
프뢰벨의 인지발달 이론에 따르면 출생 후 2년까지의 시기는 감각운동기에 해당한다. 인지발달은 아기가 가지고 태어난 기초능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어가면서 정보를 해석, 재해석해나가며 이루어진다고 본다.
간단히 설명하면 아기는 처음 자신의 손가락을 반복해 빠는 등 자신의 신체와 관련된 흥미로운 활동을 단순히 반복한다. 그러다 외부 대상에 흥미를 느끼며 그 외부 대상에 외도적인 행동을 가한다. 예를 들어 공을 굴렸을 때 굴러간다는 것을 알면 이를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행위를 함으로 인지가 발달한다는 피아제의 이론에 따르면, 이 시기에 필요한 그림책은 아이가 스스로 만져 조작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작북은 조작 방법이 정말 다양하다.
팝업을 펼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작북에서 부터 잡아당기면 그림이 변하는 책, 손바닥으로 밀어 그림이 나타나게 할 수 있는 책, 홀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어 책을 움직여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그림책, 그림의 일부가 다른 촉감으로 되어있어 있는 책 등 아기들의 흥미를 자극해 자연스레 조작을 이끄는 그림책들이 참 많다.
조작북에는 보드 재질과 종이 재질 모두 있으나 사실 보드북이 조작할 거리들을 잘 담아낼 수 있다. 페이퍼북의 경우 간단히 펼치거나 잡아당기는 정도의 조작만 가능하며 반복된 조작을 통해 종이가 쉽게 찢어지고 망가질 수 있기에 조작북은 보드 재질을 추천한다.
그림책 예: 블루래빗-춤을 출거야, 통통 공놀이, 아람북스-베이비올영어, 리틀천재-돌잡이명화 등
기본생활습관 형성은 아이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 조건이 된다. 옷 입는 방법을 알고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는 것, 인사하는 방법을 아는 것, 손 씻는 방법을 알고 스스로 손 씻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은 배워나가야 한다. 이 배움에 있어 기본생활을 주제로 한 그림책들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구강기에서 항문기로 넘어가는 시기인 18개월~36개월 사이에는 배변훈련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준비해주면 좋다. 보통은 24개월 전 후로 배변훈련을 시작하나, 아이들 마다 신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상황을 고려해 배변훈련을 하면 된다. 그리고 배변훈련 주제의 그림책은 18개월쯤부터 준비해 아이가 그림책에 관심 보이면 자연스럽게 읽어준다.
배변훈련 주제의 그림책은 크게 똥을 주제로 한 책, 배변 욕구가 있을 때 이를 알리는 방법을 다룬 책, 변기에 배변하는 전체적인 과정을 다룬 책, 속옷을 주제로 한 책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똥’ 주제의 그림책은 배변 훈련의 첫 그림책으로 추천한다. 아이들 중에는 자신의 몸에서 똥이 나오는 것을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고, 똥을 더럽고 좋지 않은 것으로만 인식해 변기에 대변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있다. ‘똥’ 주제의 그림책 중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의 똥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똥이 나올 때 들을 수 있는 소리와 방귀소리 등을 재미있게 묘사해 아이들에게 ‘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또한 배변훈련에 아직 관심 없는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내 응가’에 관심 가져 볼 수 있게 하여 배변훈련을 자연스럽게 시작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그리고 24개월 전후로 배변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면, 배변하는 전체적인 과정을 다룬 책과 속옷 등을 주제로 한 책을 읽어주면 좋다.
기본생활을 다룬 그림책들은 실제 그 행동을 할 시점에 읽어주면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양치질하기 전에 양치질하는 방법이나 양치질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책을 보고 나서, 행동으로 실천해보면 아이는 그 행동의 의미와 방법을 보다 잘 익힐 수 있다.
* 그림책 예: 비룡소-똥이 풍덩, 보림-응가하자 끙끙, 프뢰벨-도와줘요 치약 맨!
*기본생활 관련 그림책: 인사, 식사, 낮잠, 청결(양치질, 목욕, 손 씻기), 배변, 옷 입기, 정리정돈 등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예절과 행동들을 다룬 책들
성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모방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시기이다. 이때 신체의 움직임을 묘사한 그림책을 준비해주면, 아이는 그림책 속 주인공을 따라 하고 재미를 느낀다. 또한 그림책에 어떠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며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그림책도 있다. 대표적으로 ‘두드려 보아요’가 있는데 이 책은 색깔 문들이 등장할 때마다 독자로 하여금 문(책 페이지)을 두드려보게 한다. 이는 행동을 묘사하면서도 행동을 하게 하며 책에 대한 호기심까지 유발한다.
이러한 그림책들은 특히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또한 그림책에 등장하는 행동들을 직접 따라 해 보는 놀이를 하면 몸 움직임을 통한 신체 발달, 행동을 지칭하는 말을 이해하는 인지발달, 관련 용어를 배우는 언어발달,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놀며 사회성 발달까지 고루 이룰 수 있다.
그림책 예: 길벗 어린이-아기가 아장아장, 다섯수레-오리처럼 뒤뚱뒤뚱, 프뢰벨-two little hands, 사계절-두드려 보아요
모든 그림책은 공통적인 목적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언어발달을 돕는 것. 특히 이 때는 아이가 처음 발화를 시작해 다양한 말을 하게 되는 시기이다. 때문에 아이의 말하기를 도울 수 있는 책들을 준비해주면 좋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등장하는 책(안녕, 고맙습니다, 주세요, 미안해, 고마워 등), 수세는 말을 알려주고자 하는 책(서수, 기수), 장소와 위치를 알려주는 책(안, 밖, 위, 아래, 안, 뒤, 옆 등)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각 주제를 가지고 책 안에서 관련 말들 반복해 사용한다.
때문에 이러한 책을 반복해 본 아이들은 그림책과 유사한 상황에서 그 말을 해보려고 시도하고 자연스럽게 말하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출생 후 12개월까지의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에는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포함된 그림책이 좋다. 특히 하나의 표현도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해 보여주는 그림책들이 있다. 그림책 <사과가 쿵>의 경우 사과를 먹을 때 나는 소리를 ‘우적우적’, ‘냠냠’, ‘와사삭’등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보다 풍부한 말들을 익히게 된다.
예: 웅진주니어-나도 나도, 보림-사과가 쿵
자연관찰책은 ‘사전 지식 형성’, '사후 지식 확장’ 이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한 그림책이다.
대표적으로 동물원 나들이를 생각해보자. 동물에 대한 정보를 담은 자연관찰책을 반복해 본 아이는 동물원에서 실제 동물을 보면 신이 난다. “토끼다!” 사진으로 보았던, 엄마가 말해주었던 토끼가 실제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다. 신이 난 아이는 더 열심히 동물들을 관찰하고, 동물의 이름을 말하며, 궁금해한다. 알고 있던 지식이 더 견고 해지는 시점이다. 또한 아이와 함께 자연관찰책을 본 부모는 책을 통해 알게 된 동물 관련 정보들을 함께 말해줄 수 있다.
“코끼리네 코가 길다~” 뿐 아니라 “코끼리가 코를 번쩍 들었네! 코를 들어서 위험하다고 알리기도 한대”라고 말이다.
동물원에 다녀온 뒤 자연관찰책을 본다. 이때는 책을 보며 동물원에서의 경험을 함께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동물원에서 봤던 기린은 가만히 서있었는데, 여기서는 코~ 자고 있네” 또한 아이가 동물원에 다녀온 뒤 생긴 궁금증들을 책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사물인지 그림책은 12개월 이전부터 보여주기도 하고, 그 이후에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12개월 이후 아기들이 그림과 실제 사물을 매칭 할 수 있을 정도의 인지발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시기가 사물인지 그림책을 활용하기보다 적절하다. (12개월 이전에는 사물과 사물의 명칭을 말해주고 관련 의성어와 의태어를 말해주는 정도로 읽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그림을 보고 “부릉부릉 자동차”)
사물인지 그림책은 사물과 그 사물의 명칭만 모아 놓은 책도 있고, 스토리 안에 사물의 특징과 명칭을 함께 다루기는 책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동물원에 갔다고 하면서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 동물과 동물의 울음소리를 등장시키는 것, 무엇일까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매 페이지에 새로운 야채 혹은 과일이 등장하는 스토리등이 있다.
사물인지 그림책의 주제는 모양, 색깔, 동물, 탈것, 과일, 음식, 다양한 도구, 재료, 악기, 집안, 집 밖 등 너무 많고, 디자인 또한 다양하다. 특히 ‘실제 사물의 사진이 등장하는 사물인지 그림책이냐, 사물을 그림으로 그린 사물인지 그림책이냐’ 부모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과연 어떤 사물인지 그림책이 적절할까?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림으로 된 사물 인지책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다루고 있거나 그 사물에 대한 아이의 사전 경험이 있을 때 적절하다.
예를 들어, 사과나 배등 과일을 실제 많이 접했고, 만져보고, 먹어도 본 아이는 그림으로 표현된 사과를 보고도 "사과 어디 있어?"하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있다. 이러한 아이에게는 그림으로 그려진 사물 인지책이 나을 수도 있다. 사전 지식이 있으니 다양하게 그려진 사과 그림을 보면서 사과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에는 그림으로 그려진 사물인지 책들도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림에 따라 너무 추상적일 경우 아이가 그 사물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될 수 있기에 책의 그림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기를 바란다.
사진으로 된 사물 인지책은 사실적이라는 측면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적이기에 사물의 사진을 보고 눈으로 익혀 실제 사물과 명칭을 자연스레 연결 지어나갈 수 있다. 또한 톱, 나사. 망치와 같은 공구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사물들이 있다. 이러한 주제일 경우 사진으로 된 사물인지 책이 적절할 수 있다.
반면 사진으로만 구성된 사물 인지책의 경우 자칫하면 그림책보다 학습용 학습지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단 단점이 있다. 때문에 사물인지 책을 읽어주고 활용하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사물인지 책이지만 스토리를 만들어 읽어주기, 수수께끼 놀이해보기, 사진 속 같은 색깔 찾기 놀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예: 키즈엠-채소가 쑥!, 별똥별-똑쟁 아기그림책, DKPublishing-DK my first collection
더불어 사물인지 그림책은 다른 것들로도 대체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그림책 대신 사물인지 카드를 준비해주는 것도 좋고, 사물인지 병풍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일반 그림책을 보면서 그림 속 사물들의 명칭을 ‘콕콕’ 찍어 말해주는 것도 다양한 사물과 그 사물의 명칭을 인지 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실제 사물의 이름을 말해주고 사물의 이름을 붙여 놓을 수도 있으며, 부모가 직접 찍은 다양한 사물 사진들을 인쇄해 보여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