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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리 Jul 26. 2020

수면교육의 시작 2

첫째 이준이 편

이준이가 변했다.


이준이는 원래부터 쪽쪽이를 물면 매트 위에서 잠을 잘 잤다. 그래서 우리는 간과했다. 이준이를


 이현이를 안아서가 아닌 매트 위에서 재우기 시작할 때 이준이는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고도 손쉽게 재울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이 매트에 눕히고 쪽쪽이를 물려주면 쪽쪽이를 빨다가 잠에 빠지는 이준이였기 때문에.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이준이의 잠투정이 나타났다. 쪽쪽이를 물려주어도 자지 않고 울기 시작한 이준이.


그러다 보니 우리는 이준이를 안아주게 되었고, 이준이는 사람 품속에서 잠을 자는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현이를 눕혀 재웠더니 이제는 이준이가 우리의 품속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품에 안아 이준이를 재우다가 잠이 들 때쯤 매트 위에 눕힌다. 그리고 쪽쪽이를 물린다.

이준이는 쪽쪽이를 빨다가 점차 잠이 들었고 스스로 쪽쪽이를 뱉어낸 뒤 완전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 정도면 괜찮았다. 이 말은 즉 이 정도면 달래지는 잠투정.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게 돼버린 순간이 찾아왔다. 생후 85일째 쯤부터 밤잠 전 큰 울음이 나타났고 잘 달래지지 않는 잠투정이 반복되었다.


 울음의 원인이 배고픔일 때는 우유를 추가적으로 먹인다. 기저귀 젖음이 원인일 때는 기저귀를 갈아주면 되고, 이 두 가지가 아닐 때에는 계속 안아서 토닥여준다. 그 와중에 트림 소리를 듣고 나면 울음이 멈추는데 이때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불편했던 것이 울음의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허나 이 원인들을 다 해결해주었음에도 달래지지 않는 울음의 빈도가 많아진 것이다.    


 진정시키고 눕힌 뒤 쪽쪽이만 물리면 이준이에게 편안한 꿈나라를 선사할 수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생긴 걸림돌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이준이에게 새로운 자극으로 관심을 끌고자 모빌에 핸드폰 조명을 비추어 천장에 모빌 그림자가 생기도록 했고 이준이는 천장에 생긴 그림자를 보며 진정했다. 하지만 단 이틀만 통했던 방법.


그림자 모빌 놀이

 다음 날에도 이준이는 심하게 울었다. 안아서 돌아다녀보기도 하고, 내가 안고 있다가 남편이 안기도 하고, 추가로 우유를 더 줘보기도 하고 그러나 이 날 이준이를 달래준 건 물소리였다. 남편이 욕실에 이준이를 데리고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어 물소리를 들려준 것. 이준이의 울음은 멈췄고 매트 위에 누워 쪽쪽이를 빨 수 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준이의 밤잠 전 큰 울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하루의 미션이 되었다.


 그렇다면 낮잠은?

 이준이가 밤잠을 힘들어하면서 낮잠 또한 어려워졌다. 낮잠 시 깊이 자기 힘들어했다. 짧게는 15분만 자고 깰 때가 생긴 것이다. 길게 자면 3시간 이상도 자는데 이 길게 재우는 것이 또 문제라면 문제. 밤잠을 재울 때처럼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울음의 원인을 해결해주고 옆에서 오랫동안 있어주어야 한다.


 울던 이준이를 진정시키고 매트 위에 눕힌다. 이때 쪽쪽이를 빨고 눈이 감겼다고 해서 방문을 열고 나오면 오산! 바로 이준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이준이는 자다가도 살짝 실눈을 떠서 옆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다. 누군가가 있으면 다시 눈을 감고 쪽쪽이를 빠는데 그렇지 않으면 감겼던 눈이 다시 번뜩 큰 눈이 되어 버리고 '에!"혹은 '레!' 하며 울음의 첫 신호가 시작된다.  


결국 병원으로


 이준이의 밤잠 전 울음은 이준이의 얼굴색을 빨갛게 그리고 검게 변하게 만들고 결국 한 번은 핏줄이터지게 만들어 얼굴에 빨간 주근깨들을 흩뿌렸다. 그 주근깨들은 목까지 심지어는 팔까지 내려와 다음날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밤잠의 원인이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기 때문에.


동네 가까운 병원에 가서 이준이가 밤에 심하게 울며 그 결과 얼굴에 핏줄들도 터졌음을 이야기했다.

의사는 이준이의 몸 전체를 살펴보았고, 울음으로 인해 핏줄이 터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하면서 피검사를 권했다.


 작은 아기의 몸에서 피를 빼낸다는 것. 이준이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원인을 알아야 했기에 검사를 진행했고, 피를 뽑을 때 이준이는 많이 울었다. 아기라 피가 잘 나오지 않아 시간도 꽤 걸렸고 이후에 살펴보니 주삿바늘을 꽂았던 부위에 멍도 들어있었다. 이준이의 울음이 나와 남편도 슬프게 만들었지만 그나마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이준이의 몸에는 큰 이상이 없다.

그럼 이제 잠투정 원인을 이준이의 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우유를 충분히 먹여보자


육아를 함께 해주고 있는 엄마와도 이 일들을 나누고 이준이가 어떤 부분에서 힘들어하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배변-우유-잠-놀이시간 등의 기록을 해놓은 어플을 통해 이준이의 패턴을 살펴보니 우유를 먹는 횟수는 많고 그 양은 적었다.

 그동안 이준이는 우유를 먹다가 다리를 접었다 뻗으며 차거나 젖병을 손으로 쳐버리는 행동을 보였는데 우리는 이런 행동이 먹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더 이상 우유를 주지 않았다. 결국 우유를 대부분 남겼으며 조금 놀던 이준이는 울기 시작.


 배가 차지 않았으니 울었던 것이다.(물론 모든 상황에서 원인이 배고픔은 아니었지만 평균적으로) 울음의 끝에 우유를 먹고 진정되고 잠자기를 반복한 상황들을 떠올려보니 우유가 마치 이준이 잠의 해결책이 된 것만 같았다.


답을 찾은 기분!


 이를 발견한 뒤 우유를 줄 땐, 먹기를 거부하는 행동을 해도 충분히 트림을 시켜준 뒤 다시 먹여 정해진 우유량을 다 먹여보기로 했다. 다행히 트림을 시켜준 뒤에는 10-20ml를 더 먹기도 하지만, 문제는 완전히 젖병을 비우는 일은 손에 꼽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남은 우유를 놀이 중간중간 먹이기도 하고, 안아서 먹이다가 쿠션위에 눕혀 먹이기도 하며 이준이가 최대한 우유를 다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


 백일이 지난 지금 우린 이준이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이준이 재우기에 요령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이제 막 태어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바로 이준이. 그렇기에 전이를 시키면 쉽게 울음이 멈추고, 가슴 가까이 폭 안아서 토닥여주면 진정되는 날이 많았다.


 이준이의 잠투정이 심해졌을 때 남편이 물소리를 들려주고 그림자 모빌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준이는 새로운 자극에 전이가 되면 진정된 것이다. 그래서 이준이가 좋아하는 소리 나는 장난감, 비닐 소리 나는 무당벌레 헝겊책, 부드러운 블랭킷을 전이의 방법으로 사용했다.

어떻게?


이준이가 운다.

이준이 턱 밑부터 아래까지 블랭킷을 덮어준다. 이준이는 부드러운 이불의 촉감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블랭킷의 마법이 통하지 않으면 무당벌레 모양의 헝겊책을 가져와 날개 디자인의 책 겉을 손으로 비벼 비닐 소리를 들려준다. 혹 음악소리 나는 장난감을 흔들어 동요를 들려주고.

부드러운 이불이 좋아요

 현재 이 세 가지 매체를 사용하면 이준이의 울음이 잦아드는데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폭 안아서 토닥이는 마지막 수단을 써야 한다. 이 방법은 정말 최후의 수단!

그리고 얼만큼을 안고 있어야 할지 확답할 수 없기에 체력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은 덤으로 따라온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정되면, 쪽쪽이를 물린다. 진정시키기 전에는 쪽쪽이를 물지 않기 때문에 꼭 진정시킨 뒤 쪽쪽이를 써야 한다. 무슨 법칙마냥.


그리고 매트에 눕히면, 이준이는 쪽쪽이를 빨면서 솔솔 깊은 잠에 빠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낮잠 때에는 이런 절차 없이 쪽쪽이만 가져가면 바로 자기도 하는 이준이. 잠투정이 많이 줄어들어서 다행인 요즘이다.  


하지만 이준이의 잠과의 사투는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싶다. 밤잠에 들고 나서도 한 시간 정도 뒤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는 '에!' 하며 울음을 보일 때가 많고 그때는 다시 이준이 옆에 앉아 쪽쪽이를 물려주고 이준이의 손을 잡아주거나 바라봐 주어야 한다. 아직 잠이 어렵고 무서울 수 있는 시기임을 알기에 부모로서 이러한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이준이는 잠자기 전 울음을 보였지만,

그만큼 우리의 품에서 따스함을 느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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