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리 Jul 19. 2020

수면교육의 시작  1

둘째 이현이 편

 생후 82일째. 100일 이후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수면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수면교육이라는 거창한 말은 사용하기 어색하다. 수면교육이라기보다 '덜 안아주고 매트 위에서 재우기'가 나와 남편의 목표였으니.


아직 너무 아기이기에 충분히 안아주기로 마음먹고 있었지만 안아서 재워줄수록 우리 아기들은 떼가 많이 늘었다. 안고 있다가 눕히기만 하면 바로 눈을 번쩍 뜨거나 심하게 울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재울 때는 매트 위에서 재워보기로 하고 아기들과 놀이할 때 충분히 있는 힘을 다해 안아주기로 했다.


이현이 재우기


 이현이는 매번 안고 재웠으며, 심지어는 밤에 겨우 안아서 재우고 나서도 두세 번은 크게 울며 깼다. 다행인 건 우는 순간 바로 안아주면 눈물은 멈췄다는 것. 한 번은 저녁을 먹는 도중에 이현이가 깨어 남편이 양반다리를 하고 그위에 이현이를 눕힌 상태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어떻게 매트 위에 이현이를 눕히고 재울 수 있을지 고민했고, 우선 해보기로 했다.


 이현이를 안고 있다가 잠이 들 때쯤 매트 위에 눕히고 좁쌀이 든 이불(이불의 양 끝 쪽에 좁쌀이 들어있어 아기들이 잘 때 모로 반사 등에 놀라는 것을 막아주는 용도)을 덮어주었다.

"이현아 편안한 매트 위에서 자자"라고 말하며


당연히 이현이는 크게 울며 떼를 썼다. 이현이가 울었지만 바로 안아주기보다 가슴 위를 손바닥으로 토닥여주었고 "이현아 엄마 여기 있어. 코자자" 반복해서 말했다.


이현이의 울음은 점점 커졌다. 너무 크게 울 때는 이현이를 다시 안아주었고 이현이는 나의 품이 느껴지자 마자 진정되는 것 같았다. 이현이를 진정시킨 뒤 처음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매트 위에 눕혔다.


다시 울기를 반복한 이현이. 이런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하자 이현이는 매트 위에서 잠이 들었다. 많이 우는 아기의 모습에 그냥 계속 안아서 재워주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현이는 예상외로 너무 잘 자주었고 하루가 다르게 눈물을 보이는 시간이 줄었다.


 그리고 수면교육을 시작한 지 삼일 정도 지난 후로 이현이는 '응애' 한번 혹은 울지 않고 매트에서 잠을 잤다. 심지어는 혼자 놀다가 잠들기도 하고!

 무조건 안아서만 재울 때에는 중간에 깼을 때 크게 울었던 이현인데, 매트 위에서 자기 시작하고 나서는 충분히 잠을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나는 횟수도 늘어났다. 이전에는 엄마 품, 아빠 품에서 자다가 눈을 떴을 때 다른 공간이라 놀랐을 이현이가 매트 위에서 잠을 자고 매트 위에서 깨어나니 스스로도 보다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이현이가 잠을 잘 주는 만큼 비축된 체력을 놀이하는데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전보다 더 많이 안아서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여주고, 활발히 상호작용 해주게 된 것!


조금의 변화


 나름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든 이현이 수면교육. 그리고 대략 보름이 지난 뒤 이현이의 자기 전 새로운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100일을 전후로 해서 눕히면 오른손 꼭 쥔 주먹을 '쫍쫍'빨았고 왼손은 머리카락을 쥐었다 하며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이런 행동의 증가는 이현이를 끙끙거리며 잠자기 힘들게 만들었다.(결국엔 잠에 들게는 했지만)

입으로 가기 시작하는 손

 쪽쪽이와 애착 인형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현이가 졸려할 때 손을 빠는 대신 쪽쪽이를 물 수 있도록 하고, 방황하는 손은 인형을 만질 수 있도록!

 처음에는 거부하는 듯했던 이현이가 지금은 스스로 쪽쪽이를 빨고 잠을 자며 인형을 살짝 만지작 거리기도 한다. 또한 자는 동안 내내 쪽쪽이를 빨지 않고 초반에만 조금 빨다 스스로 뱉어버리기는 이현이. 기특하다.


 결과적으로 이현이는 낮잠이든 밤잠이든 쪽쪽이를 물리고 좁쌀 이불을 덮어주면  자고 있다. 애착 인형의 존재는 덤으로 편안함을 주리라 생각 중이고, 조용한 음악이나 백색소음은 당연지사.


 물론 매일이 같지는 않다. 매번  자는 것도 아니다. 평균적으로 대부분  자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현이의 컨디션에 따라  자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쪽쪽이 대신 손을 빨고  때도 있다. 반면 졸려하는 투정에 방에 데려가 눕히면 바로 잠들 때도, 이불만 덮어줬는데  때도 있다. 쪽쪽이 없이!

 

 수면교육이라는 무거운 이름의  안에서 '무조건 자기 전엔 쪽쪽이를 물려야 ', '애착 인형을 옆에 둬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절차대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이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방법을 찾았고  방법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또 다른 이현이의 변화가 찾아와 잠자기 힘들어 할 수도 있지만 그때가 오면 그때에 맞는 그리고 이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수면을 도와줄 것이다. 이현이도 잘 따라와 줄 것이라고 믿고 말이다.


잘자 우리 아가
작가의 이전글 2개월 차 아기의 성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