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리 Sep 02. 2020

4개월 차 아기의 성장

서로를 인식하는

 내일이면 아기들이 5개월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타게 된다. 오늘은 생후 149일째, 4개월의 마지막 날.

그동안 아기들은 얼마큼 성장했을까?

4개월. 이 시기에 나는, 처음으로 아기들이 정말 많이 컸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전과 다른 차이점도 눈에 띄게 관찰할 수 있었다.


쌍둥이.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준이가 울면 이현이가 이준이를 바라보다 울먹인다. 이현이가 울면 이준이가 이현이를 바라보다 울먹인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조금씩.

 뿐만 아니라 내가 이현이를 안아주면 이준이가 가만히 보다가 울기도 한다. 자기도 안아달라는 것이다. 아직 질투라는 감정의 이름으로 이 행동을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자신도 안아달라는 신호임에는 분명했다.


우리는 쌍둥이!


통잠을 잔다. 잠을 자며 움직인다.


 이전에는 통잠을 가끔 자주었다면 이제 정말 통잠을 잔다. 사실 아직 이현이만 그렇다. 이준이는 분유 정체기로 인해 밤잠 전 먹는 양이 적고 이로 인해 새벽에 한번 수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 분유 정체기를 탈출할 시점에 나아질 일이라고 생각하며, 대체적으로 지금 시기 아기는 통잠을 잔다.


 통잠을 자는 와중에 특이하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정오를 넘어갈 시점 쯤 '쿵쿵' 이현이가 두 다리를 위로 높이 들었다가 아래로 내리며 범퍼침대 매트를 세게 친다. 이때는 필히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현이의 ‘쿵쿵 다리 내려치기’는 멈추지 않고 주기적으로 계속되니까.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면 이현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잠에 빠져든다.


아기들이 자면서 조금씩 자리를 이탈한 건 꽤 되었다. 그러나 이전엔 베개에서부터 얼마 벗어나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꽤 많은 이동을 한다. 생후 145일째였던 불과 며칠 전에는 두 아기가 너무 가까운 곳에 붙어 있었다. 범퍼침대의 양끝에서 자는 아기들이 자면서 얼마나 움직였으면 서로 가까워진 것일까. 거기에 이현이는 방향 전환까지 했다.


 새벽에 이 모습을 발견하곤 카메라로 찰칵!

이게 무슨 일이야!


몸에 힘을 줄 때가 많다.


 모빌을 보며 놀거나 아기체육관에서 놀 때, 성인이 안아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아기는 팔과 다리를 쭉 편다. 쭉 펴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팔과 다리를 휘두르는 아기들.


 한 번은 물놀이를 할 때 이현이가 팔을 휘두르면서 물을 '첨벙'하고 쳤고 물이 얼굴에 튀었다. 이현이는 놀란 표정과 함께 웃음을 보였다. 아직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너무 귀엽고 소중하다. 지금만 가능한 모습이기에 더욱 그렇고.

아기를 안았을 때 가끔 아기의 몸이 약간 활처럼 휘는 느낌이 들긴도 하는데 이는  몸을 꼳꼳히 세우면서도 거기에 힘이 더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안았을 때 힘을 풀고 폭 안겨 있을 때도 많다.


옹알이를 더욱 잘한다. 소리를 지른다.


 옹알이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일상이 된 옹알이. '음마', '엄--마마', '마-음마'라며 '엄마'라고 부르는 듯한 옹알이까지 등장.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옹알이를 더욱 잘하게 되면서 아기의 표정도 다양해진 느낌이다. 옹알이의 길이도 길어졌고.

아기가 옹알옹알하는 모습을 보며 아기가 하고 싶은 말을 추측해 말해주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소리 지름이 더해졌다. 기분이 좋을 때 소리를 지르며 노는데 이 소리 지름은 마치 아기 돌고래소리처럼 예쁘고 높은 음의 소리로, 들릴 때마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엎드렸을 때 가슴까지 들 수 있다.


 아기를 엎드려 놓으면 가슴까지 든다. 이때  두 다리가 공중으로  바둥바둥 뜨기도 한다. 마치 슈퍼맨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러다 순간 갸우뚱해서 옆으로 넘어질 때도 있는데 이런 일이 한번 발생하고 나서부터 바로 옆, 가까이에 대기하고 있다가 잡아주게 된다.

 엎드려 있는 아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조금 앞으로 전진해 있기도 하고 방향이 바뀌어 있기도 한다. 특히 전진하려는 모습을 보면 곧 기어 다닐 아기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하고.


  사실 이는 아기들 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준이는 이전부터 엎드려 놓는 것을 힘들어해 엎드려 놓자마다 칭얼거렸기다. 하지만 이 시기에 아기를 많이 엎드려 놓아야 허리에 힘도 생기고 아기가 대근육 발달을 원만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해볼 수 있도록 했고, 지금은 고개도 들고 조금씩 가슴도 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한다 조이둥이


뒤집기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생후 4개월 혹 빠르면 3개월에도 뒤집는 아기가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아기들은 뒤집지는 않았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우리 아기를 본 친척 언니와 아기들의 몸무게를 들은 지인은 아기가 무거워서 뒤집기 힘들어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스리슬쩍 동의하게 된 건 왜일까. 포동포동한 지금 우리 아기들이 순간 또 귀여워졌다.

 

 하지만 뒤집기를 하려고 하는 모습이! 그 첫 신호가 나타났다. 바로 오늘! 149일째에 말이다.

이현이가 누워있는 자세에서 고개를 들고 뒤쪽을 바라보니 몸이 자연스럽게 새우 모양이 되었는데 이를 목격하고 나서 ‘이러다가 곧 뒤집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기가 뒤집기 시작하면 더 힘들어진다는데, 나는 그 힘듦 보다 아기의 새로운 모습이 곧 나타날 것 같아 설렌다.  


곧 뒤집겠다 이현이


감정 표현을 강하게 한다. 강력하게!


 아기들의 성장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아기들의 표현방식의 변화다.

몸으로, 표정으로, 울음으로, 소리로 다양하게 자기를 표현하기 시작한 아기들.


 기분이 좋지 않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울음뿐 아니라 '아아', '네!', '흐흠' 하며 큰 소리를 내기도 하고 몸에 힘을 주기도 한다. 물론 지금도 울음이 가장 강력한 자기표현의 수단이지만 말이다.


 특히 수유할 때 아기의 감정표현은 강력하다.

 아기가 우유를 먹고 싶어 하지 않으면 손으로 젖병을 쳐내기도 하고 고개를 획 돌리기도 한다. 그리고 '끄응', '에잇'하며 싫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반면 배가 고픈데 우유를 주지 않았을 땐 큰 소리로 운다. 이전엔 이 울음이 우유를 주는 것으로 금방 달래 졌지만, 지금은 우유를 늦게 줘서 화가 난 마음을 달래준 뒤에 우유를 먹일 수가 있다.

달램이 없이 우유를 주면 아기의 울음은 그치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는건 적당한 시점에 혹 아기가 조금 배고픔의 신호를 보였을 때, 바로 분유를 타서 젖병을 보여주면 아기는 젖병을 가만히 보다가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한다. 밥을 알아보는 건가?


 기분이 좋을 때는 '까르르', '헤헤'하며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양팔을 아래로 쭉 뻗어 자신의 몸을 치기도 하고. 특히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났을 때는 늘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는 아기들이다.

자고 일어나서 기분 좋은 이준이 :)


턱받이, 손수건이 필수품이 되었다.


 입을 오물오물하면서 침으로 만들어낸 거품을 입 밖으로 보이던 아기들이 4개월 후반 무렵인 140일째 전후로는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침으로 인해 옷이 젖는 일이 빈번해 지자 조금 큰 사이즈의 손수건을 목에 둘러주기도 하고 면으로 된 턱받이를 해주기도 했다.


 손수건이나 턱받이를 목에 두루면 아기는 더욱 아기처럼 보였고, 그 장면도 남기고 싶어 사진으로 담았다. 처음 손수건을 두른 날이 기억난다. 아기들의 볼살과 턱살로 인해 목이 숨겨져 있는 지금인데, 그 보이지 않는 목에 손수건을 두르니 손수건이 밖으로 많이 나오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울 수가!

 

손이 놀잇감이 되기도 한다.


 한쪽 팔을 눈 앞으로 쭉 뻗어 그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아기들. 처음엔 그 모습을 보고 뭘 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놀이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한참 동안 자기 손을 관찰하고 그 손을 움직이고를 반복. 그러다가 웃기도 하고.

 자기 손으로 놀이하는 아기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이 컸구나'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이전보다 손을 많이 빨기 시작했다는 점. 주먹이 아닌 손가락을!

손에서 손가락의 움직임이 분리되고 자유로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인데 이준이는 엄지손가락을 이현이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자주 빨았다. 그만큼 치발기의 사용은 빈번해졌고.

심지어 양손을 너무 빨아 양손 모두 치발기를 해주었는데 남편은 쌍검이라며 웃어 보였다.


보다 잘 잡기 시작했다.


 이현이 생후 138일, 이준이 생후 139일째에 팔을 뻗어 아기 체육관의 모빌을 잡았다. 무언가 잡기 시작한 건 이전부터도 가능했지만 손을 뻗어 스스로 잡은 것은 처음. 처음이 시작되고 나니 지금은 너무도 쉽게 모빌을 잡으며 놀이하고 있다.

 아직 두꺼운 것은 잡기 힘들어하고 손에 잡히는 것을 잡고 흔들거나 반대편으로 바꿔 잡는 경우는 없지만, 이전보다 놓치지 않고 잘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대견하다.

잘 잡을 수 있어요

도움을 받아 앉을 수 있다.


 생후 100일 경. 100일 촬영을 위해 처음으로 범보 의자에 아기들을 앉혀 보았다. 거의 끼우는 식이라 아기가 앉았다고 할 순 없지만 겉으로 보는 모양새는 아기가 앉은 것이 확실했다.


 그 이후로 범보 의자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아기를 뒤에서 안아 앉혀주면서 아기가 자연스럽게 앉는 경험을 하도록 했고 지금은 의자에 꽤 잘 앉아 있는다. 사실 아기가 의자를 완전히 편안해한다고 할 순 없지만, 의자에 앉혔을 때 고개가 조금은 덜 떨궈지고 있으니 이전보다는 잘 앉아 있는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한 번은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힌 뒤 아기를 잡은 손을 놓아보았다. 그랬더니 약 몇 초간은 스스로 앉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허리가 다리까지 구부정하게 내려간 모양새였지만 말이다.


의자에 앉기


 안아서 놀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함께 놀아달라는 신호를 보이고 놀아주는 것을 좋아한 건 이전부터 보이던 모습. 그러나 자세에 변화가 생겼다. 누워서 함께 놀아주는 것보다 앉혀서 그리고 안아서 놀아주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


 때에 따라 눕혀 놓으면 바로 울먹이며 싫음을 표현한다. 그럼 아기가 앉을 수 있게 안아준다. 아기를 뒤에서 안고 아기 앞에 놀잇감을 놓아주어 그 놀잇감으로 놀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러다가도 칭얼거리면 들고 안아서 방 이곳저곳을 다니며 놀아준다.


 아기가 누워서 잘 놀 때도 있지만 그 시간의 빈도가 이전보다 줄어든 건 사실. 그만큼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아기의 반응에 놀아주는 재미가 생겼다.


무엇이든 먼저 입으로 가져간다.


 아직은 자기 손 빨기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손에 무언가 잡히면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는 아기들.


 입으로 탐색해나가는 구강기 시기임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조건 이를 저지하기보다는 빠는 물건의 종류에 따라 입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있다. 물티슈를 빠는 건 안 되겠지만 놀잇감을 빠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기들이 밤잠을 자고 나면 놀잇감을 소독하고 세척해주며 되니까.

입으로 와앙


 이 글로 아기들의 한 달간의 모든 성장을 다 기록하고 남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아기가 얼마큼 컸는지,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 사실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아기의 성장만큼 그 성장에 버금가는 도움을 주어야 함을 깨달았기에.


그리고 아기의 성장으로 찾아오는 예쁨이란 요소에 다시 한번 행복함을 느낀다.


사랑하는 우리 아가
작가의 이전글 3개월 차 아기의 성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