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놀라게 했던
2020년 9월 9일. 아기들 생후 157일째.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한 개 더 추가되었다.
육아를 하면서 하나하나 생기는 에피소드들은 간략하게 기록해 두지만, 정말 잊지 못할 재미와 감동이 더해진 에피소드의 일부는 감성적인 엄마의 글로 또 한 번 상세히 남기게 된다.
생후 154일째. 일요일이었고, 아기들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대략 30분 정도 흘렀을까. 방에서 움직임의 소리가 느껴져 아기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현이
가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공갈젖꼭지)를 빼서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현아 쪽쪽이 뺐어?"
"어떻게 했지?"
놀라움 가득한 나의 물음에 이현이는 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씩 하고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너무너무 귀엽게.
절대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해서 이현이는 밤잠을 잘 때도 쪽쪽이를 잡고 뺐으며 자기가 입에 넣으려는 시도도 보였다. 비록 쪽쪽이 방향이 틀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졸려하며 칭얼거리던 이현이를 안았다.
그리고 쪽쪽이가 들어있는 젖병소독기로 이동해 그쪽에 있던 엄마에게 쪽쪽이를 꺼내 달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이현이를 두 손으로 안고 있었기 때문에 쪽쪽이를 잡을 손이 부족했는데,
이때 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그냥 일반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엄마, 이현이 손에 쪽쪽이 좀 쥐어줘"
이현이가 쪽쪽이를 잘 잡고 빼는 모습을 며칠 동안 보았기 때문에 이 또한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퍼즐판에 퍼즐이 딱 들어맞듯 나의 생각이 이현이의 행동과 일치했다.
이현이는 엄마가 손에 쥐어준 공갈젖꼭지를 엄지와 검지 중지를 사용해 앙증맞게 모아 잡았다.
"이현이가 쪽쪽이 잡았네!!"
"아이고 잘했다"
엄마와 나는 그 작은 손이 쪽쪽이를 잡고 있는 것을 보며 깔깔 웃었다.
이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눕혔다. 그리고 쥐고 있던 쪽쪽이를 살살 빼서 입에 물려주려 했는데, 이현이는 범퍼침대에 눕혀지자마자 스스로 쪽쪽이를 입에 넣으려고 했다.
자기가 쥐고 온 쪽쪽이를 자기 입으로!
너무 귀엽다. 기특하다. 대견하다.
항상 쪽쪽이를 물려주고 빼준 건 나의 역할이었는데, 그 역할을 이현이 스스로가 하고 있다니.
언제 이렇게 많이 큰 것일까?
아직 쪽쪽이가 떨어지는 등의 일이 발생하며 스스로 쪽쪽이를 찾아 물지는 못하지만 쪽쪽이를 잡고 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동했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었다. 이 날의 에피소드를.
지금 이 글을 기록하는 생후 176일째인 오늘도 이현이는 그리고 이젠 이준이도 쪽쪽이를 잡고 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젠 이 또한 일상에 되나니. 왜 이렇게 빨리 크는 거야 아기들!
또 다른 에피소드는 2020년 9월 7일. 생후 155일째의 날이다.
아침에 첫 수유를 하는데, 이준이가 젖병에 손을 올렸다. 이전부터도 분유를 먹이는 과정 중 아기들 손이 젖병을 잡은 적은 많지만 잠깐 잡았다 마는 정도. 그런데 이날은 남은 분유를 다 먹을 때까지 젖병을 잡고 있었다.
사실 젖병에 분유가 많이 차 있을때는 무거움에 아기 스스로 잡기 힘든데, 분유를 다 먹어가는 시점에서 손을 살짝 놓으니 이준이가 젖병을 잘 잡고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젖병에 남아있는 분유량과 상관없이 끝까지 젖병을 잡고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 이는 우리 가족의 에피소드가 될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분유를 다 먹어갈 때 손을 살짝 놓으면 스스로 남은 분유를 먹기도 하나 어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젖병을 잡고 먹여주는 시간이 99%이다.
시간이 흐르고 아기가 더 성장해서 젖병에 찬 분유량과 상관없이 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젖병은 완전한 아기들의 소유가 될 것이다.
아기들이 무거워지면서 안고 우유를 먹이는 것이 이전보다 힘들 때도 있지만,
언젠가 이 일도 아기가 혼자 할 것을 생각하면 지금 해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아기들의 성장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은 아쉬운 것. 천천히 자라길 바라는 것.
그것이 오늘도 감성적인 엄마의 마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