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방이 무거운 이유, 사실은 마음의 무게였다

by 별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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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가방이 너무 무거운 거 아니야?
매일 왜 그렇게 무겁게 들고 다녀? 꼭 인생의 짐을 다 메고 가는 사람 같아."

출근을 배웅하던 아내가 내 가방을 보며 웃었다.
늘 그랬다. 아내는 내 가방을 볼 때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도 그럴 게, 내 가방은 정말 무겁다.
노트북, 태블릿, 책 두 권, 전자책, 필통, 노트, 충전기까지…
언제 어디서든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가방 속을 꽉 채워둔다.
하지만 정작 그 안의 것들을 다 쓰는 날은 거의 없다.

한 번은 가볍게 다녀보겠다고 책 한 권과 태블릿만 들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 못 가, 가방은 다시 예전처럼 무거워졌다.
꼭 내 마음의 무게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면, 가방이 무거워진 건 삶의 짐이 많아지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결혼 후,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평범한 직장인이 여유롭게 살려면 몸값을 높이고, 재테크도 해야 했다.
그래서 경제서적과 자기계발서를 보기 시작했고,
언젠가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한 권, 또 한 권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다 번아웃이 찾아왔다.
2년 가까이 무기력 속에 헤매다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
그때부터 책은 나의 도약을 돕는 인생공략집이 되었다.
읽지 못하더라도,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면서 가방의 무게는 또 늘어났다.
육아로 개인 시간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하루 1시간의 자유도 내기 어려워지자
틈만 나면 독서하고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과 태블릿을 늘 들고 다니게 되었다.




누군가 인생을 포토샵에 비유했다.
포토샵에는 ‘레이어(layer)’라는 기능이 있다.
위로 하나씩 쌓이며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구조다.

인생도 그렇다.
20대에는 진로 고민이라는 한 장의 레이어로 시작하지만,
30대가 되면 사회생활, 결혼, 출산이 그 위에 차곡차곡 쌓인다.
40대가 되면 부모님의 건강, 육아, 퇴직, 자신의 건강까지 겹쳐진다.
그렇게 인생의 레이어가 늘어갈수록
가방의 무게처럼 마음의 무게도 함께 무거워진다.




삶의 무게를 줄이는 네 가지 방법


1. 가방의 무게를 줄이기

삶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당장 해야 할 일, 그리고 나중에 해도 될 일을 구분하자.
오늘 필요한 것만 가방에 담듯,
지금 꼭 해야 하는 일부터 집중하자.

2. 마음의 무게를 덜기

모든 걸 다 할 순 없다.
과거의 불안, 미래의 걱정까지 미리 짊어지지 말자.
우리에게 존재하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지금에 집중하면 마음은 훨씬 가벼워진다.

3. 나눠 담기

회사에서 읽는 책은 회사에 두고,
집에서 쓰지 않는 기기는 차에 두자.
분산하면 가방은 가벼워진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기록하자. 해야 할 일과 고민을 글로 써내려가면
머릿속의 혼잡함이 정리되고, 마음의 짐이 내려앉는다.

4. 체력을 키우기

때로는 무게를 줄일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체력을 키워야 한다.
체력이 있으면 같은 무게도 덜 버겁다.
삶의 체력은 독서, 운동, 명상으로 키워진다.
이 세 가지는 삶의 기본기이며,
꾸준히 쌓을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진다.




요즘 나는 가방을 조금씩 비우고 있다.
책은 한 권만 넣고, 노트북은 꼭 필요할 때만 들고 나간다.
가볍게 다니겠다는 결심은
삶의 무게를 덜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때
배우의 연기가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는 언제일까?
힘을 빼고 연기할 때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너무 완벽하려 애쓰지 않고,
잠시 내려놓고, 힘을 빼보려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삶은 자연스럽고,
나의 하루는 훨씬 가벼워질 거라 확신한다.


- 별미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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