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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미 선 Sep 04. 2024

인생 그게 뭐라니?

헝가리 편

오스트리아에서 약 3시간 30분을 버스로 이동하여 헝가리 땅을 밟았다.

국경이 접해있다 보니 나라가 바뀌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나라 서울에서 대구쯤으로 이동한 느낌이랄까.


헝가리 하면 바늘 끝에 매달린 실처럼  `부다페스트` 가 따라온다.

부다는 언덕, 페스트는 평지라는 뜻을 지닌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그곳에 닿으니  현지 가이드가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헝가리는 우리나라 면적 보다 약간 작고 들판이 80% 산이 20% 지형으로 수질이 좋다고 한다.

농작물로는 고추가 유명하다고 했다.

고추는 우리나라도  청양고추가 유명한데 거기다 비하게 매울까?

도자기와 자수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품목이라고 알려주었다.


다뉴브의 장미라 칭하는 부다페스트는 오른쪽 부다, 왼쪽이 페스트다.

`부다` 와 `페스트` 가 합쳐져 14세기 경부터 헝가리의 수도가 되었다.

이곳도 건물들이  한결같이 오랜 시간을 견딘 중후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처음 간 곳은 영웅 광장이다.

헝가리 천년을 기념한 광장으로 (1896~1926) 30년 동안 공들여 만든 역사적 장소다.

헝가리 국민들이 자국의 역사를 다시 짚어보는 경건한 곳이다.


헝가리를 건국한 `이슈트반` 왕과 그를 둘러싼  7개 부족장들의 가마상이 있다. 

높이 36m의 기둥 위를 올려다보니 대 천사 가브리엘의 동상이 꼿꼿하다.

불가마  날씨와는 상관없이 동상은 아무런 동요가 없다.


동상 주변이 보수공사로 어수선하다. 

유럽이란 나라들이 역사를 고수하고 보존하려는 경향이 강함을 느꼈다.

어딜 가나 명소는 꾸준히 수리 중이다. 


대천사 가브리엘, 이슈트반 동상.  


날씨는 지글거리고  양산으로 무장한 일행들은 벌게진 얼굴로 `어부의 요새`로 이동했다.

`어부의 요새`는 마차시 성곽을 보호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긴 회랑으로 연결되어 마차시 성당까지 이어진 성벽은 웅장했다.

어부들이 이 성벽에서 적들의 침입을 방어했다고 한다.

어부의 요새 성벽.


                                     어부의 요새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영웅광장에 있던 `성 이슈트반` 동상이 여기에도 이렇게 기마자세로 서있다. 

부족국가였던 헝가리를 왕국으로 이끈 사람으로 건국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이 동상이 어부의 요새와 맞닿아 나라를 일으키고 지킨 영웅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어부의 요새 바로 앞에 자리한 `마차시` 성당.


`마차시` 성당은 1470년 `마차시` 왕명으로 88m의 탑을 중축했다.

 왕명으로 지은 성당이므로 왕의 이름이 붙은 성당이다. 

예배당에는 역대 헝가리 국왕들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버이더후녀드 성` 입구에서 현지 가이드가 열심히 城을 설명하고 있다.


곧바로 시민공원을 지나 `버이더후녀드 성`에 입성했다.

작은 규모의 버이더후녀드 성은 주변의 경관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어 조망권이 확보된다. 

호수를 내려다보며 호수에서 뱃놀이하는 사람들을 보니 사람 사는 거 어디나 똑같단 생각이다.


계단을 따라 성으로 올라감.





이 다리는 `세체니 다리`로 부다와 페스트를 잇는 석조로 된 현수교다.

부다에서 페스트로 돌아올 때는 이 다리를 이용하여 건너오면 다뉴브 강을 건넌 것이다.

천천히 다뉴브 강을 음미해 보는 것도 참 좋은 코스가 될 듯하다. 


 국회의사당 전경.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거리다 보니 밤이 되었다.

야경 하면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하면 야경이 빠질 수 없다.

이곳을  빼놓으면 앙꼬 없는 찐빵을 먹은 격이다. 

불 밝힌  국회의사당.


강물에 비친 국회의사당.

낮에는 잠잠하던 국회의사당이 밤이 되니 이렇게 호화롭다.

세계에서 영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국회의사당이다. 

국회의사당 내실에는 691개의 집무실이 있다.

헝가리  정치의 산본인 이 국회의사당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야경을 보려고 몰려든 명소 중에 명소다.


국회의사당 건물에 불이 켜지자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었다. 

헝가리는 조명산업이 발전한 나라다.

이곳이 유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조명뿐 아니라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여  우리나라 의학도들이 헝가리에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헝가리에 진출한 지 오래다.

헝가리 국가는 우리 기업들을 두 손, 두 발 들어 대 환영하고 있다.

자국의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기업이 어디 가나 최고다.


국회의사당을 끝으로 숙소로 들어오는데 가이드가 한 말.

"지금 들어가시는 숙소는 꼬질꼬질합니다."

한국처럼 깔끔하면 좋겠지만 꼬질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꼬질까지는 아니었다. 

그리 좋다고 할 순 없었지만 내 집이 아닌 이상 다 좋을 순 없다. 

집 나서면 다 고생인걸.

국회의사당의 야경이 멋지다고 해서 그 나라 전체가 다 멋있다고 할 수 없고, 

국회의사당 내실이 넓다고 해서 그 나라 국회의원들이 다 나라살림을 잘한다고 할 순 없다.

호화찬란한 뒷면에는 늘 어둠도 함께 한다는 사실, 그게 진리니까. 


헝가리는 도로가 넓지 않았다.

헝가리 뿐 아니라 여행한  세 나라 전체가 다 그렇다. 

특히 헝가리에서는 넓지 않은 도로옆에 자전거 도로가 맞붙어 있다.

그럼에도 자전거 탄 사람들이 도보자들을 돌보지 않고 쌩쌩 달린다.

속도를 낸 자전거에 치여도 그건 도보자의 잘못으로 간주한다니 무섭다.


게다가 천천니즘을 지향하는 유럽이 신호등 만은 철저하게 빠르다.

좁은 도로에서 반도 건너지 않았는데 금세 빨간불로 바뀌어서 가마솥에 콩 튀듯 뛰어야 했다.

"뛰세요. 아니면 다음에 건너고요."

현지 가이드는 유치원생처럼 우리들을 염려하느라 도로에 서면 긴장모드였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는 거였다.

말하자면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이다. 

유럽은 지금 곳곳에서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유료 입장료라는 고육책을 썼지만 소용없다.

얼마를 내든지 갈 테다. 

못 말린다. 


유엔 세계 관광기구가 추산한 해외 관광객수는 15억 명을 육박했고,

국제 관광수입이 1조 5000억 달러(한화 2060조 원)이다.

어마어마하다.

이 중에서 유럽은 6600억 달러로 어느 대륙보다 수입이 짭짤하다.


이렇다 보니 유명 관광지는 사람 떼로 홍역이다.

그리스 산토리니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날마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 파란 집들을 다 때려 부숴?`그럴 정도로 이젠 외지인들이 지긋지긋하다.

1만 5000명 시민들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들이  `누떼`처럼 몰려온다.

 tourism phobia(관광 공포증)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 tourist go home.` 푯말을 들고 나와 관광객들을 쫓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50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관광객 반대 시위를 벌이느라 날마다 거리는 폭죽이다.


지구촌에 살면서 우리는 모든 지구를 한 손바닥 안에서 들여다본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어디든 알아낼 수 있고 그렇다 보니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한다.

매스컴에서는 날마다 여행지를 샅샅이 훑어주며 충동질을 덧댄다.

이렇다 보니 여행이 쉬워졌고 많은 사람들을 관광지로 불러냈다. 


이번 여행지에서도 한국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다.

들리느니 한국말이고 보이느니 한국사람들이다.

휴가 때나 명절 때도 인천공항이 붐빈다는 얘기는 단골 뉴스다. 

누가 뭐래도 갈 사람들은 다 간다.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역시  제발 제발 부탁할게 "오지 마, 오지 마"가 

소원이 되었지만 여전히 소원과는 반대로 몰려들 간다.

어디 한 곳 좋다고 소문나면 기를 쓰고 찾아가는 것이 사람이고 보면,

국경을 아예 폐쇄하지 않는 한 몸살은 여전할 거 같다.


그 나라사람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아우성이 공허하게 우리는 그곳엘 갔다. 

그만큼 그 나라들이 풍기는 아우라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 문화재급이었다. 

역사가 고여든 자리는 곧바로 그들의 지침서가 된다. 

군중들이 몰려든 곳은 같은 생각들이 집결한 곳이기도 하다.


냄비근성 아닌 무쇠솥의 은근하고 묵직한 질감을 그들의 생활로 받아들였다.

보도블록 한 장에도 진심이 깃든 그곳에서 그들의 영속성을 내다봤다.

느리되 길게, 길되 오래 그것이 그들의 모토였다.

유럽의 속살은 그랬다.


이번 여행의 최고 고역은 음식이다. 

그로 인해 고춧가루 한 숟갈을 갈망했었다.

모든 음식이 다 느글느글  능글맞다. 

빵을 먹느니 떡이 좋고 고기를 먹느니 과일이 좋은 사람이 뭔들 맛있었을까.


쑤욱 들어간 눈으로 보는 경치는 굴곡지다.

배가 고픈 상태로는 무엇을 봐도 멋지지 않다. 

서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봤지만 그땐 어떻게 견뎠는지.

점점 더 뒤틀리는 비위는 정말 고약스럽다. 

다음 여행엔 아무래도 청양고추 한 묶음을 싸들고 가봐야 할 듯하다.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면 뭐라고 말할까?




3개국 여행기를 오늘로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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