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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Sep 28. 2015

반과 찬이 뒤바뀌는 순간

<남극의 쉐프>를 맛있게 만드는 몇가지 순간들

<남극의 쉐프>의 명대사와 명장면부터 몇개 말해보자면.

1."밥 식겠어요."
아침 식사자리, 남극 기지의 대원들은 돌아가며 오늘 하루 업무에 대해 브리핑한다. 형식적인 브리핑이 끝나고 더 할말이 없냐는 질문에 한 대원이 이러쿵저러쿵 말이 늘어지는데 이 때 쉐프의 말"밥 식겠어요" 식어가는 밥 보다 중요한 건 없다.


2."우리는 이미 튀김생각으로 가득해"
커다란 닭새우가 재료로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대원들은 하나 같이 "그럼 오늘 저녁은 새우튀김이네?"라는 반응을 보인다. 회나 삶아먹는 건 어떠냐는 쉐프는 말에 한 대원이 정색하며 하는 말 "우리는 이미 튀김생각으로 가득해" 하지만 닭새우는 생각보다 크다. 튀김은 결과는...

3."내 몸은 라면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지에 라면이 동난 상황. 라면 없이는 못 사는 한 대원은 밤에 잠이 안 온다며 쉐프에게 칭얼댄다. 잠이 안 오면 의사에게 가지 왜 나에게 왔냐는 쉐프에게 한 대원은 서글프게 고백한다."내 몸은 라면으로 이루어져 있어"

4."체할 것 같아요"
최고의 명장면. 동료 대원들의 실수로 쉐프는 딸의 치아를 잃어버린다. 동료들은 미안한 마음에 치킨가라아케를 요리해준다. 치킨가라아케는 쉐프가 남극으로 오기 전에 아내가 해준 적 있는 요리. 그때 쉐프는 아내에게 치킨이 왜이리 눅눅하냐며 잔소리를 했다. 동료들이 해준 치킨 가라라케를 먹으며 쉐프는 운다. "체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아마, 눅눅한 맛때문에 가족이 그리워 울지 않았을까.

리뷰:
영화는 고립된 장소에서 인간의 삶을 조명하기를 좋아한다. 감옥이나 남극기지나 군대가 영화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는 이유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한된 장소에서 인간은 꽤 잘 변하기도 한다.

음식을 먹고 요리를 하는 동안 대사는 없다. 영화의 주재료라 할 수 있는 대사는 버리고 대사를 뒷받침해주던 소리나 배경이 주재료가 된다. 반과 찬이 뒤바뀌는 순간이 주는 재미, 이것이 요리영화의 참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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