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척추는 안녕한가요

by 김작가

당신의 척추는 안녕한가요

척추는 삶을 지탱하는 그 무엇에 대한 비유다. 지겨울 수 있지만, 군대 얘기를 또 꺼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가장 지루했던 말년 병장 때 이야기를 말이다. 만약 인간에게 평생 동안 각각 단어들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 할당량이 주어져 있다면, 난 그때 척추라는 단어에 대해서만큼은 할당량은 모두 채웠을 것이다.

대부분의 병장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말년이 되자 앉아있거나 서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누워있거나 누워있었다. 서서해야 할 일은 앉아서 했고, 앉아서 해야 할 일은 누워서 했다. 그리고 누우면 잤다. 낮잠을 많이 자면 밤에 잠이 안 온다는 속설을 믿지 않은 것도 이때였던 것 같다. 그때 난 이런 표현을 많이 썼다.

"척추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몸에 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의지가 없어서 계속 관물대에 기댔다. 마음이 군대 안에 있지 않고, 이미 밖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몸은 군인이지만, 마음은 이미 복학생이었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든다. 지금 내 척추는 무사할까. 있다면 꼿꼿이 서있을까. 이등병에서 병장으로 계급이 올라감에 따라 중심과 동력을 잃듯이 어른으로 분류되는 20대 중후반 역시 그런 시기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본격적으로 휘어지기 시작한다. 중학생 때, 내가 게임을 하고 있을 때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들, 게임하는 건 좋은데 똑바로 앉아서 해라"

척추의 안녕을 물은 건 이 때문이다. 내가 있는 곳이 평생직장이든 아니든, 천직이든 아니든, 우리가 100살까지 살든 말든, 그것이 삽질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척추를 똑바르게 세우고, 바른 자세로 삶을 사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너무 낭만적인가. 하지만 불의에 대해 적당히 분노하고 적당히 타협하며, 타인의 부정에 엄격하고 자신의 죄에는 관대 해지는 모순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리 낭만적인 말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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