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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l 28. 2019

현대카드 DIVE를 써봤다

1. 현대카드가 만든 DIVE라는 앱을 써봤다. 앱에 대해서는 뒤에서 말하겠다. 그전에 현대카드 실패의 역사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다. 스물두 살 때부터 현대카드를 쓰기 시작했으니 10년 동안 한 브랜드의 카드를 써온 셈이다. 현카는 카드 말고 앱도 알게 모르게 꽤 만들었는데, 그 중엔 망한 것도 많다. 뭐가 있었더라, 현대카드 뮤직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몇년 못 가 문 닫았다. 문 닫은 이유는 모르지만, 돈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는 게 상식이라고 봤을 때, 이유야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나는 베타테스터로 참여했었는데, 현대카드답게 굿즈도 그렇고, 앱 UI도 그렇고 깔쌈하게 만들었지만 '현카빠'가 아닌 사람이 볼 땐 '멜론 쓰면 되는데 왜?'라는 생각을 했을 거다. 내 기억에 다른 스트리밍사와 계약을 하고 있었는데, 중간 유통 과정 단계가 하나 더 늘면서 수익이 나빠지지 않았을까 싶다.


2. 현대카드 웨더, 현대카드 MY MENU라는 앱도 있다. 이 앱은 지금도 현존하고 있는데, 나는 '현카빠'이지만 쓰지 않는다. 날씨를 확인할 땐 네이버에 '오늘 날씨, 이번 주 날씨, 다음 주 날씨'라고 검색하는 편이 가장 빠른데 굳이 현대카드 웨더를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MY MENU 역시 마찬가지. 비교적 최근에 런칭한 더 그린카드의 혜택 중 하나가 MY MENU에 등록된 곳에서 돈을 쓰면 5% 포인트 적립이 있어서 그린카드 유저에게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 외에는 활용도가 낮다. 또 실패한 게 뭐가 있을까...음. 아! 채널 현대카드라고 직접 플랫폼을 만든 사례도 있다. 브랜드 저널리즘의 사례로 언급되곤 했는데, 최근에 문 닫았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플랫폼을 만들고 거기에만 콘텐츠를 올리겠다는 건데, 처음에는 '짜잔'하고 등장했다. 무려 채널 현대카드를 알리는 광고의 모델은 톰 하디였고, 비디오 콘텐츠 중에는 윤미래, 타이거JK가 음악에 대해 말하고, 이동진, 김구라 등 인터뷰한 영상도 있고, 이정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런데 망했다. 나도 그때는 현대카드가 뭘 만들었다고 하니 쭉 봤는데, 안 들어가게 되더라. 그 이유는 뭐랄까.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더라. 현대카드의 공간도 소개하고, 콘텐츠도 소개하고 문화플랫폼이 되고 싶어하는데,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건지, 재미를 주고 싶은 건지 애매하고, 그렇다고 전달해주는 정보가 유니크하지도 않았다. 꼭 그 셀럽일 필요도 없었다. 그냥 깔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거라면 상관없는데, 흥행하기 힘들어보였다. '이걸 꼭 비디오로 찍어야 돼?' '이걸 꼭 이정재가 말해야 돼?' 현대카드가 만든 건 깔은 좋은데 실용성이 부족했다.


3. 이제 현대카드 DIVE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보자. 과연 이 앱이 성공할 수 있을까? 나야 모르지. 내가 뭐라고 알겠어.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드는데, 하나는 이거 좀 채널 현대카드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다른 하나는 일단 서비스 초기라 알 수가 없다. 정리하자면 불안하긴 하지만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정도. 올라온 콘텐츠를 읽어봤는데, 새로운 공간/요리를 소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현대카드와 관련된 문화 소식들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에도 애매해보인다는 거다. 콘텐츠 플랫폼을 크게 나누면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질은 떨어지지만 양으로 승부하는 플랫폼. 이런 플랫폼에서는 콘텐츠 에디터가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반대로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플랫폼에서는 하나의 콘텐츠에 공을 들인다. 당연히 누가 추천하는지도 중요하다. 생산자에 대한 신뢰의 총합이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되니 말이다. 근데 DIVE는 후자인 것 같으면서도 누가 썼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제목도 약간 네이버 포스트스러워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다. 콘텐츠의 50퍼센트 이상이 음식과 공간에 관한 것인 것도 아직 DIVE하지 못하게 만든다. 음악은 어디에, 디자인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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