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Dec 07. 2020

영화로운 일기 20201207

이번 주에는 7편의 영화를 봤다. <댐드 유나이티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두 편이 가장 좋았다.


1. 링컨: 뱀파이어 헌터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링컹'이 주인공. 흑인 노예 해방 운동을 했던 미국의 대통령 그 링컨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링컨이 사실은 뱀파이어 헌터였다는 가상의 설정이 가미된 판타지 액션물이다. 만약 뱀파이어가 나오는 판타지물을 좋아한다면 큰 불만 없이 볼 수 있을 것. 하지만 상상의 한계를 초월한 스타일리쉬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포스터에 적어놓은 문구는 대부분은 과장된 말이니까. 링컨이 싸웠던 부폐한 권력자들을 뱀파이어에 비유한 건 재미있었지만 액션은 새로울 게 없다. 만약 링컨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각자 다른 액션과 드라마가 더 있었다면 훨씬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링컨 중심의 이야기로만 끝까지 보기엔 지루한 감이 있었다. 반전도 예측 가능하고, 갈등도 약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대통령으로 비슷하게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그게 가능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근현대사는 논쟁적이라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예종을 주인공으로 한 <임금님의 사건수첩> 같은 게 생겼나 보다.


2.록키2

<록키2>는 록키가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와 재시합을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오른쪽 눈을 심하게 다친 탓에 재시합을 했다간 질 게 뻔하고, 아내는 록키가 위험할까봐 권투를 그만두기를 바란다. 그래서 록키는 권투는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데 뜻대도 되지 않는다. 광고 모델은 어렵고(나는 이 장면에서 록키가 철없다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 무책임했다.), 고기냉동창고에서 일을 구했지만 해고 당했다. 결국 아폴로 크리드와 재시합을 하게 되는데 이때 유일한 갈등은 아내다. 마음 터놓고 얘기했으면 생기지 않을 갈등이라고 생각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다. 둘이 정말 사랑하는 건지 영화를 볼 때 어색함이 느껴진다. 록키는 현실적인 부분을 거의 놓치고 살고 아내 바라기인데 사랑하는 눈빛과 행동인지는 의문이다. 나중에 아내가 록키에게 이겨서 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갑작스러워서 어리둥절. 록키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아쉬움이 커진다는데, 2편에서부터 그걸 느끼게 될줄은 몰랐다. 아쉽다.


3.무림여대생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생각해서 비하적인 말을 쓰지 않는다. 단점이 많아도 장점 한 가지만 있다면 그걸 크게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무림여대생>은 도저히 그러고 싶지 않은 영화다. 만듦새가 이렇게 조악한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2008년 작품이니까 12년 전이라는 걸 감안해도 조악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무림여대생>의 감독은 곽재용이다. 그 유명한 <엽기적인 그녀>를 만들었고, <클래식>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도 연출했다. 세 편 중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제외하고는 수작이라고 할 만한 영화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 했다. <무림여대생>은 대사, 유머, 캐릭터 하나하나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유머코드라고 넣은 것은 웃기지 않고, 멋있는 액션이라고 넣어놓은 장면은 비현실적이고 유치해서 봐줄 수 없다. 게다가 흐름에도 맞지 않는 배치기-unfade는 왜 들어간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이 영화를 만들 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


4.샤이닝

잭 니콜슨의 광기어린 연기를 보는 재미로 2시간을 봤다.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편이라 중간중간에 일시정지를 몇 번이나 눌렀다. 두 소녀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 무서워서 제대로 못 보다보니 줄거리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다시 볼 자신은 없다.


5. 댐드 유나이티드

왓챠에서는 <골>을 재미있게 봤다면 이 영화도 재미있게 볼거라고 했지만...아니다. 축구 소재 영화이긴 하지만 축구 경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도 감독이고, 주된 이야기는 천재 감독의 야망과 도전 그리고 우정에 관해서이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원래 그 감독의 말빨이 좋기로 유명해서 캐릭터도 말로 싸우고 말로 이기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다(그리고 말로 망한다). 마냥 성공하는 영화는 아니어서 흥미롭고, 높게 올라가는 것만이 성공은 아니라는 메세지를 주기도 한다. 비슷한 영화를 꼽자면 <머니볼> 정도가 있겠다.


6.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건 샐리의 패션 감각이다. 헤어 스타일(사자 머리)은 옛스럽다고 하지만 재킷, 안경, 가방, 모자 같은 스타일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패션이 돌고 돈다는 말은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자머리도 언젠가는 유행할 수도 있겠다.


7.드라이버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음악과 사운드가 훌륭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스타일리시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내가 너무 기대치가 높았던 걸까. 아니면 이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 더 좋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봤기 때문인걸까. 영상미는 확실히 있었지만, 내러티브는 잘 모르겠고 연기는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이 각자가 특화된 연기를 해서 새롭게 뛰어나다는 말까지는 못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으로 땅파는 건 아니잖아? <도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