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고
90년대를 대표하는 로맨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면 마음이 편하다.
다른 로맨스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싸움, 갈등, 고성, 섹스 같은 장면이 없기 때문에 틀어놓고 잠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운명'이다. 주인공 애니(맥 라이언)와 샘(톰 행크스)은 마법처럼 운명처럼 우연히 몇 번이나 만나기 때문이다. 그런 장면을 보면 "이것 좀 오바 아니야? 어떻게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쳐? 어떻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우연히 만나?"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극 중 애니의 대사에서도 나오듯 두 사람의 운명은 가만히 찾아온 행운 같은 게 아니다. 샘의 아들 조나가 애니와 아빠를 이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고, 애니는 샘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두 사람이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 건 노력 때문이다. 물론 라디오를 듣자마자 바로 이 사람이 나의 운명적 상대라는 연출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인데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며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는 지금과는 정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 생방송을 놓치지 않으려는 여자 주인공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를 보는 여자 주인공
-전화번호부를 뒤지는 남자 주인공
-유선 전화기
-스마트폰 없이 대화하는 사람들
-LP로 여자친구와 음악을 듣는 7살 꼬마
전자기기를 끼고 살지 않는 90년대의 사람들에게는 옆 사람과의 대화보다 중요한 것 없는 것 같다.
더 맵고, 더 짠 맛을 만들어야 팔리는 이곳에서 90년대의 분위기가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