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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후 Mar 23. 2021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글을 써보려고 키보드 앞에 앉았다. 내가 느끼는 바는.. 글을 쓰는 것도 꽤나 습관적인 일이어서 내가 평상시에 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정리하고픈 내 생각들이 있다한들 도무지 글로 쉽사리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는 나에게 니가 뭔데 퍽이나 글 좀 오래 써본 사람처럼 말하느냐고 묻겠지만,, 그렇다.. 맞는 말이다. 난 오랫동안 글을 써왔거나, 이렇다 할 글을 완성해내어 본 사람은 아니다.


근데 글을 쓰는 것은 좋아한다! 어디선가 나에게 글쓰기를 요구하는 때가 있을때면, 나는 통상 즐거운 기분이 들고는 했다.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 주욱 늘어놔도 보고, 그리고는 어떤 것들을 이야기 할지 선택하고 다듬어서 어떤 리듬감이 담긴 형태로 치환하는 과정은 내 적성에 잘 맞는 꽤 재밌는 일이었다. 더군다가 어떤 누군가가 내 그런 결과물을 읽어주고, 피드백을 주노라면 정말 설레고 즐거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사실 내 생각을 도대체 글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건지..하고 크게 애먹은 기억이 없는걸 보면, 글재주가 그렇게 빈약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때때로는 글을 잘 쓴다고 좋은 말도 들어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잘쓴다는 뜻은 아님을 알아주시길.. 재수없게 보이기는 싫습니다만.)


어쨌든 글을 쓰는 것은 좋아한다고. 이 말하려고 한거다. 그치만 평소에 쓰지도 않더니, 왜 갑자기 글이 어쩌고 떠드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직장인이 되었으니까 그런거 아니겠느냐고. 나는 최근에서야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시간, 나이, 돈 등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환경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희한하게도 적응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나 녀석 알고보니 회사원이 꽤나 잘맞는 systematic type일지도) 하지만, 여기서 가만히 있을순 없다. 여기에 적응해서 그냥 앉아버리면.. 내가 지금까지 발악하던건 뭔데.. 나의 그 시간들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죽기 전에 돌이켜보면 아쉬울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아니 그 보다도 뭔가 나는 가만히 있으면 도무지 편한 기분이 들지 않는 고질병에 걸려버린 것이라고나 할까요. 난 잘못이 없어요, 이 사회가 억지로 만들어낸 부적응자라고 하소연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 법륜스님의 영상을 즐겨듣곤 한다. 화면은 보지 않은채로 라디오처럼 틀어놓으면, 시각적인 자극에서 벗어나서 툭툭 던지시는 말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치만 법륜스님의 웃음소리가 들릴때면, 다시 화면을 켜서 그 미소를 포착하곤 한다) 진정으로 법륜스님의 영상을 원하는 이유는 위로받고 싶어서. 참 간사한 마음이지만, 나 말고도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느끼고, 이런 아픔을 모두 알고 계시는 듯한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을 때면, 꽤 큰 위로가 되고는 한다.


언제였던가. 법륜스님이 위로의 말씀을 건네는 와중에 논문을 잘 쓰는 법을 말씀해 주신 적이 있었다. "논문 쓰는게 왜 그렇게 어렵고 힘든지 알아요? 잘 알지도 못하는 게 잘 쓸라고 하니까 그러는게지." (청중들 웃음) 그릏다. 우리 인생도 그런거 아닐까.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왜 그렇게 잘 살려고 애를 쓰는 걸까.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맞게 주어진 분수에 맞게 그저 살아가면 되는걸.. 다람쥐 처럼.


그러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가셨다. "논문을 잘쓸라면,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이러쿵 저러쿵 쭉 끝까지 글을 쓰세요. 글자가 틀리든 말든 사실이 아니든 말든 먼저 끝까지 쭉 쓴 다음에, 그 다음에 하나씩 고쳐나가는 거에요." 와닿은게 많았다. 나는 늘 작은 부분에 집착하느라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최근에 이런 습관을 깨부시고자 조금 과격하게 프로젝트를 이행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 속도감과 일의 효율성에 짜릿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글도 마찬가지. 막 처음부터 잘 쓸라고 해봐야 실제로 잘 써지지도 않고, 그리고 내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을 안다고.. 그냥 내 생각을 되짚어보고, 재밌게 정리할 수 있다면야 그야 말로 대만족이다. 암튼, 법륜스님의 그리고 다양한 등등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쓸 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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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아니 1년이 좀 되지 않았겠구나) 나는 굉장한 고밀도 압축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지냈다. 진로에 대한 고민. 조급한 마음. 취업과 졸업에 대한 압박감. 가까이 지내는 여자친구의 무게(몸무게아님). 비교하는 마음. 시기. 질투. 자기비하.. 나에게 2020년은 코로나 보다는 이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기억되고 있다. 뭔가- 내가 성장하려고 성장통을 느끼는 것 같으면서도, 졸라 보잘 것 없이 초라한 내 모습 사이의 그 괴리감.. 혼돈과 불안감. 아니, 나는 멋진 사람이 되려고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지만 현실은 누구보다 초라하고.. 하루에도 기분이 이래저래 왔다갔다 좀처럼 스스로를 잘 다듬기가 힘든 순간들이었다.


고생 끝에 낙이온다는 옛말이 있던가. 아직 낙은 안왔지만, 낙이 오리라 믿고 그 과정을 즐기는 내가 되고 싶은 이 밤이다. 쨌든 나는 모자르고 부족하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나고, 어쩔 수 없는 나이다. 내가 날 아껴주고 웃겨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웃겨줘? 사뭇 다른 기분의 밤이군.


결론은 지어야겠는데.. 결국 나는 글 하나를 써보려고 이렇게 장황하디 장황한 말들을 써내려가 보았다. 결론은 앞으로는 가끔씩 이렇게 내 공간에 들러, 소중한 기록을 남기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바로 으쌰으쌰 실행되는 습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막연한 기대감에 괜히 즐거워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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