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병걸 Nov 07. 2024

어머니, 강인함의 유산

외할매 도와줘~

어렸을 적부터 외할머니는 내게 '강인함' 그 자체였다. 외할머니는 뇌졸중을 겪었지만, 운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신 분이었다. 병으로 쓰러진 몸을 붙들고,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셨던 외할머니. 내가 본 그분은 병으로 힘들어하는 약한 모습보다는 그저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와 미소로 가득했다. 외할머니의 친구분이 비슷한 시기 비슷한 병을 얻어 집에서만 계시고 우울하게 돌아가셨지만 우리 외할머니는 분명 달랐다.


외할머니가 그렇게 몸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어렴풋이 느꼈다. 인간이 가진 힘은 단순히 육체적인 강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리고 그 마음의 힘은 세대를 이어 흐르는 것임을 말이다. 외할머니의 강한 의지와 그 믿음을 이어받은 분이 바로 나의 엄마다.


얼마 전 엄마가 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 우리 가족은 큰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서울 큰 병원에서 의사에게 엄마와 나 둘이서만 상담해야 할 때, 나는 무섭고 엄청나게 떨렸다. 하지만 엄마가 오히려 담담하게  "괜찮아,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나을 거야"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엄마의 얼굴 속에는 두려움이 아닌, 외할머니에게서 배운 그 강인함이 깃들어 있었다.


앞으로 암 치료를 받으며 몸이 힘들어질 때도, 외할머니를 닮은 엄마는 매일 아침 몸을 움직이기 위해 산책을 할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쉬라고 해도, "움직여야 이길 수 있다"며 고집스럽게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운동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외할머니가 겹쳐 보일 것이다. 외할머니가 뇌졸중을 이겨내셨듯이, 어머니도 암을 이겨내실 거라는 확신이 있다.


외할머니의 강인함이 어머니에게로, 그리고 어머니의 강인함이 나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내가 겪는 어려움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견뎌낼 힘,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용기.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내게 전해준 이 강한 마음은 세월을 넘어 나를 지켜줄 것이다. 두 분의 불통스러운 고집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농담이다.


엄마는 아마도 자신이 강인함의 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으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매일, 엄마의 웃음과 작은 실천 속에서 본다. 엄마가 외할머니의 힘을 닮아 암을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 나의 마음에 굳건히 자리 잡았듯이, 그분들의 강인함은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도 이어질 것이다.


우리 가족의 삶을 지탱해 주는 이 강한 마음이 대를 이어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라며, 엄마의 회복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 점심의 30분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