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소통 그 중간쯤에서
어릴 적, 성당은 나에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주일 아침의 공기, 나무 의자의 촉감, 어딘가 고요하게 울리던 기도 소리.
그때의 나는 믿음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그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중고등학생이 되고, 과학과 철학을 배우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질문이 많아졌고,
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믿음은 점점 흐릿해졌고, 성당은 어느새 ‘가지 않는 곳’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최근, 엄마를 보내며 다시 그곳에 서게 되었다.
(장례에 성당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이유로)
낯설 줄 알았던 공간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고,
오히려 그 안에서 건네받은 위로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말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던 사람들,
조용히 곁을 지켜주던 얼굴들.
그 순간만큼은 믿음의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성당에 나가보려 한다.
예전처럼 모든 문장을 그대로 믿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성경의 문장들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과 이야기들을 천천히 느껴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어쩌면 조금은 덜 혼자가 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
믿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머무르는 것’부터 해보려 한다.
어쩌면 나에게 성당은
신을 증명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느끼는 곳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