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이 ‘수정’이라는 단어 때문에 ‘수정까지는 확실히 되는 시술’이라는 오해를 사는 것처럼 ‘시험관 아기 시술’도 명칭에서 비롯한 오해가 있다. ‘시험관에서 만들어지고 키워지는 아기’라는 인식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는 부부들에게 정말 큰 상처가 되는 말이다. 시험관 시술만큼 수정단계에서부터 출산까지 내 배가 아파가며 진행되는 임신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시술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혼자 공부하고 또 직접 겪으면서 이해하게 된 시험관 시술에 대해 조금 풀어보려 한다.
시험관 시술이란?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상 ‘시험관 시술(Test Tube)’, ‘시험관 아기 시술’로 불리고 있지만, 이 시술의 정식명칭은 IVF(In Vitro Fertilization), 우리말로 직역하면 ‘체외수정’이다. IVF를 위해서는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서 체외에서 수정 시킨 뒤 배아단계로 성장시켜 자궁 내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시술에서부터는 그간 베일에 쌓여있던 ‘수정 여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시험관 시술을 앞둔 사람들은 대게 시술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떨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는 벌써 마흔 살을 훌쩍 넘겼고 그만큼 이 시술과 관련된 연구, 기술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는데다 그 성공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힘들지 않다고 할 순 없지만 ‘이번에는 잘 될거야’라는 믿음을 가져볼 법한 시술이다.
시험관 첫시술을 진행하면서 정리해본 내용
시험관 시술 과정/절차
난임 카페를 보면 ‘시험관 시술을 하려는데 일을 관둬야할까요? 직장인인데 시험관 시술을 병행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종종 볼 수 있다. 안타깝지만 시험관 시술은 대부분 과배란 주사, 배란 초음파를 동반하기 때문에 다른 시술에 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횟수가 많다. 게다가 난포가 자라는 속도, 배아의 배양상태에 따라 채취 및 이식 시간이나 날짜도 갑작스럽게 확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과 병행하면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다.
일반적인 경우 생리 시작 3일차에 내원하여 초음파로 자궁내막의 상태를 파악한 뒤 개인에게 맞는 과배란 주사를 처방받는다. 이후 중간중간 초음파로 난포 상태를 확인하여 최적의 날짜에 맞춰 난자와 정자를 채취한다. 채취된 난자와 정자는 배양실에서 2~5일간 배양과정을 거치고 그중 1~3개의 배아를 여성의 몸에 이식한다. 이 과정에서 배아가 많이 생성되었다면 남은 배아들은 냉동한 뒤 다음 주기에 이식을 진행하게 된다. 이식 후에는 질정이나 주사 형태로 착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게스테론제를 사용하게 되고 채취일로부터 14일째 되는 날 피검사를 통해 임신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시험관 시술 부작용
시험관 시술의 부작용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지는데, 첫 번째 부작용은 과배란 유도로 인한 난소과자극 증후군(OHSS)이 되겠다. 시험관 시술이 아니더라도 과배란을 유도하는 자연임신 시도와 인공수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고, 복부팽만 증상이 일반적이지만 대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병원을 찾아 복수를 빼내는 것이 좋다.
나머지 2가지 부작용은 난자의 채취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인데, 거의 발생할 확률이 낮다. 우선 난자 채취 과정에서 바늘이 방광을 통과하면 혈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M병원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채취 후 회복실을 떠나기 전 수술 부위의 출혈이 계속되지 않는지 소변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혈뇨를 보게 되더라도 대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멎는데 경우에 따라 피가 덩어리지며 오줌 길을 막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증상이 발생했다면 시술한 병원의 도움을 반드시 받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난소에 상처가 나서 출혈이 생기고, 고름이나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앞서 말한 부작용보다 출혈이 더 많이 일어나서 심할 경우 환자를 쇼크 상태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때문에 난자 채취 당일에는 당장에 몸에 이상이 없더라도 집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경과를 보는 것이 좋겠다.
난저(AMH지수가 낮은 여성들)의 궁금증
- AMH수치가 낮으면 난자가 적게 채취되는걸까?
나는 첫 시험관 시술에서 고작 3개의 난자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그중 한 개는 미성숙 난자였기 때문에 성숙 난자로 따지면 2개의 난자를 채취하는데 그친 셈이다. 하지만 이후 시술에서는 5개, 9개까지도 채취에 성공한 만큼 AMH수치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난포가 적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당 주기의 몸 상태, 과배란 약물의 작용이 더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할 것 같다.
- 미성숙 난자는 쓸모가 없을까?
시험관에서 난자를 채취한 뒤 진료실을 방문하면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총 N개를 채취했는데 그중에 성숙 난자는 몇 개, 미성숙 난자는 몇 개예요.”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미성숙 난자라는 말은 어딘가 사람을 기운 빠지게 하지만 이 난자들까지도 모두 수정을 시도하는 과정에 동원이 된다. 미성숙 난자라도 배양실에서 잘 키워서 수정에 성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과배란 주사 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 계속 발생하는 환자들에게는 과배란 약물을 투여하지않고 미성숙 난자로만 체외수정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한다.
수정란수 2개, 2일배양으로 임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 채취된 난자의 개수가 적으면 실패 확률이 클까?
시험관 과정에 접어들면서 나는 눈에 보이는 숫자나 등급에 집착하게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 명의 건강한 아기를 키우는 데에는 최상급 배아, 많은 수의 배아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한약을 복용할 때 ‘정성을 다하라’는 말을 지키는것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오랜 기간 병원에 다니다 보면 의사 선생님께든, 주변 사람들에게든 ‘마음 편하게 가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난자를 채취하고, 적은 수지만 배아가 생겨서 이식한 경우라면 그저 그 배아를 응원하는 방법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만약 최상급 배아가 아니어도, 적은 수의 배아로도 성공한 경우를 굳이 찾아야겠다면 내가 산증인이 되어줄 수도 있다. 우리 부부가 사랑한 ‘몽글이’는 중급 배아에 숫자로 단 2개뿐이었지만 우리 곁에 와주었기 때문이다.
앞서 다양한 과배란 주사, 시험관 시술의 부작용에 대해 짧은 지식으로 늘어놓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증상은 ‘불안’이 아닐까 싶다. 나는 불안으로 시술 기간 내내 밤잠을 설쳤고, 눈에 보이는 결과(두줄, 채취 개수, 배아 상태)에 목을 맸으며, 태몽인 듯 개꿈인 듯 알 수 없는 꿈들도 수없이 많이 꾸었다. 지금도 그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로부터 괴로워하기보단 너를 위해 이 불안과 싸워내는 엄마가 될게.”
라고 말이다. 시험관 시술은 힘들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조금씩 용감한 엄마가 되고 있다. 지금도 조금씩 더 용감해져가는 예비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