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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Nov 14. 2022

슈룹, 역사와 재미 사이.

슈룹을 요새 참 재밌게 보고 있다. 그러나 재밌게 보는 것과 별개로 중국의 숨결이 묻은 것 같은 부분은 매우 불쾌하다.


태화전, 본궁, 물귀원주 이 논란들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가 가장 이해할 수가 없는건 본궁이라는 표현이다.


태화전, 물귀원주는 스텝들이 잘 몰라서 실수한거라고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본궁이라는 표현은 다르다.


사극 같은 경우 반드시 감수하는 역사자가 붙는다.


중국의 역사공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예민함이 높아진 이때 이러한 실수를 한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하나 도마에 오른 이야기가 드라마에 전체적인 느낌이 조선 사극이 아닌 중국 고장극 느낌이 나온다는 거였다.


적장자의 원칙이 강했던 조선과 다르게 청나라에서는 가장 실력이 좋은 왕자가 왕위를 잇는게 당연시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내용의 고장극이 많고, 슈룹에서 세자 자리를 두고 경합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여기는 논란이었다.


작가가 중국 고장극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필자는 모른다.


다만, 역사와 다르게 이런 세자 경합방식을 굳이 가져온 이유에 대해서는 작가로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역사적인 걸 토대로 하려면 적자들을 다 죽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실제로 조선시대에서 적자가 있는데 서자가 왕위를 계승한 경우는 광해군 정도다.


그럼 데스게임이나 기존 사극 방식을 따라야 한다. 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 그래서 작가는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경합을 굳이 가져온거 같다.


그리고 그 경합과 정치적 암투를 정말 십분 활용해서 아주 흥미로운 전개를 만들고 있다.


정말 재밌게 보고 있으나 솔직히 찝찝하기도 하다.


사실 중국의 역사공정이 없었다면 슈룹은 별 문제가 안되었을 작품이다. 세자 경합 정도는 그저 드라마적 설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조선 구마사’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중국색을 싫어하는지 말해준다.


시청자가 바뀌면 제작진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사극 관련해서는 드라마적 재미,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게 필요한데 그러한 부분에서 찜찜하다.


필자가 작가였다면 조선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을 거 같다. 적서의 정립이 온전히 된건 조선시대부터다.


고려시대까지만 해서 적서의 차별이 적어도 왕실에서 만큼은 심하지 않았다. 왕비가 여러명인 적도 있었으며 후궁이었지만 아들이 왕이 되면서 왕비로 추존된 경우도 많다.


반면 조선시대에서 왕비가 아니었지만 왕비로 추존된 경우는 광해군의 친모인 공빈 김씨밖에 없다고 알고 있다. 그것도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취소됐다.


슈룹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부터 정말 의아했던 건데 현재 대비가 어떻게 대비인지에 대한 것이다.


정실이 아닌 그러니까 왕비가 아닌 후궁은 대비가 될 수 없다. 세자빈이 중전을 거치지 않고 대비가 되는 경우는 있었다. (인수대비)


그런데 후궁이 대비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슈룹에서 선대왕의 왕비였던 윤왕후가 폐위되었다는 설정이 있다. 그래서 그 이후 후궁이었던 대비를 중전자리에 앉힌게 아닌가 자체적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 이 부분이 한번도 드라마에 등장한 적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필요할 거 같다.


어쨌든 필자가 하려는 말은 슈룹의 드라마는 참 재밌는데 작가가 조선의 질서체계를 제대로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물론 재미를 위해 일부러 무시한 거일 수도 있지만 퓨전 사극일지언정 조선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시대의 중심적인 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적서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고려시대를 떠올렸다.


물론 고려시대는 여러가지로 리스크가 큰 시대이긴하다. 조선은 정말 수없이 사극 배경이 되어서 익숙하다.


반면 고려는 정말 미지의 세계다. 그리고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중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 필자가 기억하기로 없다. (태조 왕건만 생각난다…)


그러니까 사극 중에서도 조선은 대중적인 반면, 고려는 뭔가 매니아틱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앞서 적서의 느낌이 강하지 않아서 왕비의 권위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느낌이다. 따라서 주인공인 화령의 캐릭터가 망가질 위험이 크다.


중전의 권위는 살리고 싶은데 적서가 경쟁하는 구도로 가고 싶다는 욕심이 일그러진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 같다.


역사공정이 계속 이루어지는 한 사극에 대한 시비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작가는 선택해야한다.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등지고 욕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역사적 사실을 지키면서 재미를 약간은 내려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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