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영화리뷰
1970, 80년대 익숙한 풍경 중 하나가 만화가게다.
만화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만화책을 빌려주는 대본소다.
가게에 찾아가 읽기도 하고 한 번에 여러 권을 빌려 집에 와서 배를 깔고 누워 보기도 했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1970년대에 만화가게는 아이들의 오락실이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이 만화가게에서 돈을 받고 TV도 보여줬다.
한 번에 10원인가 20원인가 내고 시간 맞춰 가면 TV에서 방영하던 '황금박쥐' '009' 등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
늘 이 돈을 내고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은 만화가게의 미닫이 문틈으로 몰래 들여다봤다.
그러다 주인에게 들키면 눈 앞에서 문이 쾅 닫히며 한 소리 들어야 했다.
당시로서는 TV가 워낙 비싸서 쉽게 사기 힘들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흑백 TV 한 대 가격이 당시 웬만한 월급쟁이 한 달치 월급과 맞먹는 쌀 한 가마니 값이었다.
그만큼 TV가 있는 집 아이들은 부러움을 샀고, 주말에 프로레슬링 중계라도 있는 날이면 다 같이 몰려가 경기를 봤다.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추억의 옛이야기가 됐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안녕하세요'(1959년)는 TV가 보급되던 1970년대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영화다.
검정 교복을 입고 등하교하는 학생들과 TV를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방문 판매를 하는 방물장사들, 사소한 오해로 이웃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연속극처럼 담아냈다.
아이들 사이에 방귀 뀌기 시합이나 강매에 나선 방물장사를 쫓아보내는 할머니 등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소소한 유머가 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유쾌한 작품이다.
마치 이웃집을 기웃거리듯 카메라가 이 집 저 집 넘나들며 일상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방식은 언뜻 보면 무의미해 보이지만 이 속에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
"의미 없이 주고받는 안녕하세요란 말들이 인정이 흐르는 살 만한 세상을 만든다"는 대사가 이를 대변한다.
그러면서도 "TV는 1억 명을 백치로 만든다"는 대사를 통해 막 퍼져나가던 TV에 대한 경계심을 담았다.
신윤복의 풍속화를 보는 듯한 유쾌하고 정겨운 작품이다.
더불어 우리네 풍경과 익숙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080p 풀 HD의 4 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지글거림이 보이기는 하지만 화질이 괜찮다.
음향은 LPCM 2.0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 달콤한 인생의 티스토리 블로그(http://wolfpack.tistory.com/)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