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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Brea Mar 16. 2016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

기계에 대한 인간의 우월함은 문제 정의 능력에 있다.

어제(3/15)로 알파고 vs.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끝났다. 대국 전 많은 전문가들이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4:1로 알파고의 승리였다. 인간계 최고의 기사 이세돌을 꺾은 기술력 뿐만 아니라, 이제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면 IBM Watson이 아닌 DeepMind AlphaGo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큰 마케팅 효과를 얻은 구글의 승리이다. 이세돌 또한 압박감이 대단했을 텐데 승부욕과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4국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큰 환희를 가져다 주었다.


게임은 끝났고, 이제 우리에겐 숙제가 남았다.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에 달해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진 바둑마저 알고리즘에게 지배당했고, 사람들은 기계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날이 당장이라도 올 것 처럼 불안해한다. 하지만 나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과 같은 세상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생애에는 오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술적 용어로 스카이넷과 같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범용 인공지능을 강한 인공지능 (Strong AI) 이라고 하며, 알파고와 같이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 (Week AI) 이라고 한다. 즉, 약한 인공지능은 컴퓨팅 기술과 딥 러닝의 발달로 점점 정복되어가고 있지만, 강한 인공지능이 오기에는 넘어야 할 기술적 허들들이 아직 많다.


지금,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2016년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강한 인공지능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인공지능의 장점과 한계점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문제가 주어진다면, 인공지능은 문제를 잘 푼다. 인공 지능은 체스도 잘하고, 퀴즈도 잘 풀고, 이제는 바둑도 인간보다 잘한다. 아마 앞으로 인간의 도움을 받아 더 어려운 문제들도 잘 풀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한계점은 명확하다. 스스로 무슨 문제를 풀어야하는 지 정의하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를 '잘' 해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풀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신을 만든 사람이 정해주어야 한다. 먼 미래에 정말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나는 시대가 온다면 모르겠지만, 현재의 문제 접근 방식으로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저 두 가지는 주어져야만 한다. 알파고에 사용된 강화 학습 (reinforcement learning)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지만 무엇을 '잘' 해야 하는지는 사람이 알려 주었다. 우리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하는 다양한 창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방법에 놀랐지만, 그것은 문제를 푸는 방식에 있어서의 창의성이다. 인간의 고정관념에 비해 너무나 다른 접근이었기 때문에 놀란 것이지, 알고리즘은 단순히 더 '잘' 하기 위해 학습하고 동작했다. 


여기에 기계에 대한 인간의 우월함이 있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중요한 문제를 정의할 수 있고, 그것을 '잘' 해결하는 것의 의미를 자신의 논리에 의해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다. 기계가 하려고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인공지능의 장점, 그리고 문제를 찾지 못하는 한계점에서 미루어 볼 때 앞으로의 사회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은 점점 기계에게 자리를 뺏기게 될 것이고, 단순 문제 해결 능력보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고 정의할 수 있는, 즉 인간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들은 여전히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발표한 한 연구[1]에 따르면 텔레마케터, 재단사 등의 단순 작업을 하는 직업들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대체되고 없어질 직업이라고 한다. 모두 해야하는 일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단순 작업이다. 반면 레크레이션 강사, 위기관리 담당자 등이 여전히 남을 직업으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반대로 창의성을 요하며 그 문제의 종류가 복잡한 직업이다.


이렇듯 인공 지능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단순히 문제를 잘 푸는 것 보다는 창의력과 좋은 문제를 찾는 것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에서 기계에게 졌다고 막연히 두려워하기 보다는 창의성과 문제 정의 능력으로 무장하여 일 잘하는 인공지능을 잘 부리는 인간이 되어보자.


참고문헌

[1] Frey, Carl Benedikt, and Michael A. Osborne.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Retrieved September 7 (20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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