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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런웨이
By 비즈업 . Jun 08. 2017

디자이너 출신 CEO들이 잘 나가는 이유?

에어비앤비·배달의민족·핀터레스트 통해 살펴본 디자이너 출신 CEO의 강점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글로벌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핀터레스트’, 국내 1위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공통점은 뭘까? 세 곳 모두 창업가가 디자이너 출신이란 점이다. 


바야흐로 ‘디자인 르네상스’의 시대다. 과거 제품·서비스의 외형 정도로만 여겨졌던 디자인이 최근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디자인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필립스, IBM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제품 성공 여부의 80%는 디자인에 달려있다’, ‘좋은 디자인이 곧 좋은 사업이다’ 등의 슬로건을 내걸며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의 개념도


스타트업계에서도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의 활약이 최근 돋보인다. 그동안 업계의 주를 이뤘던 경영 컨설턴트, 대기업 출신 창업가와 달리 디자이너 CEO들은 고객의 ‘가슴’을 울리는 경영 방침과 뛰어난 브랜딩 전략으로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 사례를 통해 디자이너 출신 CEO가 갖는 장점과 이를 활용한 사업 성공 전략을 정리해봤다.  


디자인의 본질은 ‘사람 마음’을 사는 일
사용자 마음 사로잡아 4대 SNS 올라선 ‘핀터레스트’


지난 2009년 문을 연 미국의 SNS 업체 핀터레스트. 핀터레스트(Pinterest)란 사명은 물건을 고정할 때 쓰는 ‘핀(pin)’과 ‘관심사’란 뜻의 영어 ‘인터레스트(interest)’를 합성한 것으로, 이 기업은 메모판에 좋아하는 사진을 모아 붙이듯 내 관심사의 이미지들을 모아 내 계정에 올려놓는 SNS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현재 월간 사용자수는 약 1억5,000만명, 기업가치는 123억달러(약 13조7,8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선정한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 기업 8곳 중 한 곳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핀터레스트의 첫 페이지 화면 [출처=핀터레스트]
핀터레스트 사용법 소개 영상 [출처=유튜브]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 등 주요 외신에서 꼽은 핀터레스트의 성공 비결은 홈페이지의 첫 화면. 핀터레스트는 게시물을 연대기식으로 나열하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달리 이미지를 주제별 ‘큐레이션’ 방식으로 보여준다. 사용자가 따로 클릭해 들어가지 않아도 첫 화면에서 원하는 게시물을 바로 볼 수 있고, 사진을 올릴 때 별도의 글을 쓸 필요도 없다. 덕분에 간편함을 추구하는 20·30대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글로벌 4대 SNS’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핀터레스트 공동창업자 이반 샤프(좌)와 벤 실버만(우) [출처=핀터레스트]


핀터레스트의 직관적인 디자인은 공동창업자 이반 샤프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샤프는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뒤 페이스북에 들어가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디자이너라고 하면 단순히 ‘물건을 예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제품 기획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 관여하며 시장과 소비자가 좋아할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게 디자이너의 본 역할. 다시 말해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은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며 느끼는 총체적 경험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첫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험은 주관적 판단이 깊게 개입하기 때문에 기술이나 자본력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과 그 선호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부분. 디자이너 출신 CEO들이 사용자 경험에 능숙한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샤프 역시 IT 전문매체 ‘매셔블’과의 인터뷰에서 사용자의 만족을 위해 제품 디자인에 집중했다며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한 곳이 핀터레스트 홈페이지의 첫 화면”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사업의 최우선 목표는 최대한 단순한 사용법과 디자인으로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고객 사로잡는 ‘키치 브랜딩’으로
국민 2명 중 1명 쓰는 ‘국민앱’ 된 ‘배달의민족’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의 또 다른 강점은 ‘보여주기’ 능력이다. 디자이너는 업(業)의 특성상 언어에 의지하지 않는다. 키보드 대신 드로잉펜으로, 서류 대신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소통하는 이들이다. 이처럼 시각화에 익숙한 디자이너 창업가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마케팅·홍보 활동을 하는 데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은 대한민국 국민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사용하는 ‘국민 앱’. 창업 3년만인 지난 2013년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앱 내 거래규모 2조원을 달성하며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제작한 배달의민족 브랜드 제품들(상)과 사무공간에 걸린 디자인 관련 포스터 모습(하) [자료제공=배달의민족]
'배민신춘문예' 수상작 소개 영상 [출처=유튜브]


사실 배달의민족은 음식배달앱 시장의 선발주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앱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던 건 ‘B급 감성’을 앞세운 독특한 마케팅 전략 덕이 컸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뒤 IT 디자인업계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해온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답게 브랜드 이미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봤다. 고객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리는 브랜드가 돼야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 것.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사업가는 사업 성공을 위해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활용하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그래서 김 대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 만들기를 사업의 우선 목표로 삼았다. 브랜딩의 주 타깃은 배달음식을 가장 많이 시키는 20·30대 젊은이들.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홍대 문화, B급 감성 등을 담아낸 ‘젊은 브랜드’ 만들기에 주력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던 TV 광고, 흰 종이에 ‘복날은 간다’는 멘트만 적어놓은 지면 광고 등은 이런 브랜드 전략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도발적이면서도 주 고객층의 선호를 정확히 ‘저격’한 브랜딩 전략 덕분에 배달의민족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의 업계 후발주자에서 명실상부한 1위 배달앱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스스로를 ‘경영하는 디자이너’라 부르며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배민다움’이란 브랜딩에 주목했던 김 대표의 디자인 경영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좋은 디자이너는 그 자체로 이미 좋은 기업가의 자질을 갖췄다는 의견도 있다. 훌륭한 창업가는 조직 내·외부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시행착오를 바로잡으며 발전해나가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디자이너는 반복되는 디자인 수정 작업 등을 통해 충분한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힐 수 있고, 동시에 고객과 다른 부서와의 디자인 피드백을 거치며 소통과 협업 능력까지 갖춰 훌륭한 창업가가 갖춰야 할 자질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는 것.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업체 ‘아이디오(IDEO)’는 “훌륭한 디자이너와 기업가는 같은 자질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좋은 디자이너는 곧 좋은 기업가”
창의적 경영과 소통으로 성공한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역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인 학교의 ‘스튜디오 컬쳐(협업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수업 방식)’는 디자인 전공자에게 협업 정신을 심어준다”며 디자이너 출신 CEO의 협업 역량을 강조했다. 체스키와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는 모두 유명 디자인 학교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출신. 창업 초기엔 ‘디자이너가 무슨 사업을 알겠냐’며 투자자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사진 왼쪽부터) [출처=에어비앤비]


그러나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에어비앤비는 창업 8년 만에 기업가치 약 300억달러(33조6,000억원)를 달성하며 힐튼, 메리어트, 하얏트 등 세계 유명 호텔 체인들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성장했다. 두 공동창업자는 오히려 자신들이 디자이너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사업 초기 경영난에 처해있을 때도 ‘숫자’에 둔감한 디자이너 출신인 덕에 낮은 매출에 흔들리지 않았고, 에어비앤비의 핵심 가치인 ‘고객의 경험’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체스키는 기업 문화에서도 직원의 창의성과 자유로운 소통, 부서를 뛰어넘는 협업 문화를 장려한 덕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디자이너로 살며 체득한 창의성과 협업의 정신을 회사 경영에 적용한 것이다. 그 덕분일까.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미 경영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위에 선정됐다. 같은 조사에서 페이스북은 5위, 구글은 8위에 올랐다. 


에어비앤비 본사의 모습 [출처=에어비앤비]


타임지가 뽑은 ‘2007년을 빛낸 선각자’ 가운데 한 명이자 산업디자인계의 거물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 디자이너 입스 베하는 “디자이너는 훌륭한 기업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디자이너는 고객을 감동시킬 줄 알고, 시장의 트렌드를 포착할 줄 알고, 동시에 다각적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문제다’의 저자이자 ‘캘리포니아예술대학교’의 네이선 셰드로프 디자인전략 부교수 역시 기업에 있어 디자인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셰드로프는 “디자인은 사람, 시장, 기업, 브랜드, 환경, 채널, 문화, 재료, 콘셉츠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핀터레스트, 배달의 민족, 에어비앤비의 사례가 가리키는 교훈은 이렇다. ‘사업에 성공하고 싶다면 디자인을 잡아라.’ 


기사∙인포그래픽= 비즈업 조가연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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