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옷작가 Aug 07. 2024

곰이 일본어로 인사하면

곰방와 킥킥

북극곰은 사람을 찢어!


 옛날의 유명한 예능 프로인 무한도전에서 예능인 정준하 씨가 했던 말. 솔직히 그 말만 듣고는 웃어넘겼지만 북해도에 와 있는 나는 이따금씩 곰이 사람 사는 곳까지 내려왔다는 뉴스를 접한다. 일본의 북해도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만화, 골든 카무이에서도 불곰이 많이 나오는 만큼, 이 동네는 정말 불곰과 많이 관련이 있는 동네 같다.



 그래도 난, 아직 불곰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물론 동물원에서 본 적은 있지만 야생의 불곰을 본 적은 없다. 야생에서 만나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동물은 좋아하는 그런 나에게, 이번 노보리베츠의 출장 중 곰목장 방문은 흥미가 깊었다. 가뜩이나 여자친구가 저번 주말에 혼자 곰목장을 다녀오고 엄청 무서웠다는데 과연 어떤 곳일까?








 


  북해도 여행에 와서 곰목장을 검색하면 노보리베츠와 쇼와신잔 곰목장, 대표적으로 이 두 곳이 나온다. 그중 우리가 다녀온 곳은 노보리베츠 곰목장으로 온천마을의 위쪽에 입구가 있고, 거기에 주차를 한 다음에 더 올라가야 곰목장이 나온다. 아니, 끝까지 차 타고 올라가면 안 되나? 그 이유는 추후 후술.






 입구 옆에는 마을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 있었고, 주차장에는 작은 수목으로 큼지막하게 '곰산'이라고 적혀있었다. 우리는 렌터카를 끌고 갔는데 곰목장에는 입장료 3천엔이 있음에도 주차장비로 500엔을 따로 받는다. 아니 입장료도 비싸면서, 너무하네. 그래도 어쩌랴. 내라면 내야지.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를 들어가면 누가 곰목장 아니랄까 봐 곰 박제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꽤나 잘 만들어진 박제에 곰의 박력을 살짝 느꼈다. 그리고 들어가면 바로 기념품 상점이 있어서 자칫하면 여기서 시간을 많이 뺏길 수 있다.



그리고 기념품 상점을 뒤로하고, 입장권을 사면 입장할 수 있는데 입장료 3천엔은 역시나 비싸다! 처음에 금액 보고 잘 못 들은 줄 알았는데,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더라.






 바로 케이블카. 이 케이블카를 타야 곰목장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내가 볼 땐 이거 입장권보다는 케이블카 유지비 때문에 이렇게 금액이 비싼 게 아닐까? 그렇다고 이걸 안 타면 곰목장에 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타본다. 







 후기에서도 봤지만 케이블카가 생각보다 길고 높이 올라가서 풍경이 볼 만했다. 노보리베츠 온천마을의 풍경과 저 멀리 보이는 바다. 날씨가 맑았으면 아마 더 멀리까지 풍경을 볼 수 있었겠지. 그리고 산 위를 올라가는 케이블카여서 그런지 중간에 사슴도 볼 수 있었다. 올라갈 때 한번, 내려갈 때 두 번. 후쿠오카에서 살 때는 한 번도 못 본 사슴이지만 북해도에서는 이미 10번도 넘게 본 것 같다. 이것이 대자연?!



 그렇게 5분? 10분 정도 탔을까. 곰목장에 도착을 했다.






 곰목장에 도착 후, 케이블카를 내리니 곰 한 마리가 공연장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여자친구가 다녀왔을 때는 손님이 저기에 먹이를 숨겨두고, 곰이 먹이를 찾게 하는 걸 했다는데 아마 그런 훈련을 하던 게 아닌가 싶다. 유리 넘어가 아니라 두 눈으로 가까이에서 본 곰은 생각보다 귀여웠다. 다만 이 녀석의 실제 피지컬을 생각하면 그저 귀엽다고 생각만 하기엔.. 인간이라 감사합니다.






 목장 한편에는 다 큰 곰이 아니라 아기곰들을 볼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안아보지는 못하지만 개방된 우리여서 새끼 곰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저번에 다녀온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불곰들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어서 상태가 삐리삐리 해 보였는데, 여기는 혼자서도 잘 놀고 있는 거 보면 나름 곰들의 컨디션에도 신경을 쓰는가 보다.



 아, 그리고 느낀 게 동물원의 경우에는 보통 앞에 있는 사람만 볼 수 있는 구조지만, 이번 곰목장은 각 우리별로 무대 느낌?으로 되어 있어서 뒤에 있는 사람들은 받침대 같은 걸 밟고 올라가 곰을 볼 수 있었다. 나 같은 키 작은 사람에겐 정말 좋은 구조.






 사람들이 한곳에 엄청 몰리기 시작해서 뭔가 봤더니 오리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리 레이스는 실제 오리들이 경주를 뛰며, 시작 전에 경마처럼 마권(아니 Duck권?)을 원하는 오리의 색깔에 200엔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오리가 이길 경우, 돈으로 돌려주는 게 아니라(유감) 상품으로 바꿔준다. 오리의 색깔은 기억으로는 다섯 종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3명이서 왔으니 누구 하나 걸리라는 마음으로 다양하게 구매했다. 나는 동생이 좋아하는 색깔인 녹색으로 구매.



 하지만, 내가 구매한 녹색 목도리의 오리는 선두를 달리다가 혼자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결국 노란 오리에게 추월당해 3-4등을 했다. 인터넷에서 본 경마장의 분위기처럼 노란 오리가 들어가자 탄식과 함께 마권(그러니깐 덕권?)을 꽉 쥐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이리 아쉬워했나 싶다. 역시 도박은 건강에 해로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우리는 다시 곰을 보러 갔다. 곰 목장은 크게 두 우리로 구분되어 있는데 수컷과 암컷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중 수컷 우리는 위에서 볼 수 있는 곳과 '인간의 우리'라는 공간이 있다. 인간의 우리는 유리로 된 전시실로 곰이 있는 야외전시실로 이어져있어 작은 구멍을 통해 곰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건 그 유리 너머로 찍은 곰의 사진.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정말 가까이에 와 있는데 눈이 맞았다. 아니면 저 친구들은 날 못 보나?



 곰의 앞발 펀치의 위력은 1톤 트럭의 위력으로 아는데, 얘네가 마음먹고 유리를 깨려면 충분히 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살벌하면서도 흥미 깊던 인간의 우리. 진짜 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 야외 우리의 높은 곳에서 보면 또 느낌이 다르다. 한가로이 목욕을 즐기거나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거나 그 먹이를 까마귀에게 뺏기는 등. 멀리서 봐서 그런가? 아까의 압박감이 많이 옅어지고, 인간의 우리에서 보던 그런 묵직함과 다르게 되게 귀여워 보인다. 



 야외에서 유리 없이 곰들을 찍고 있자니 행동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먹이를 받아먹는 타이밍을 찍으려고 얼마나 셔터를 눌렀는지. 디지털카메라와 85mm를 가져오길 정말 잘했어. 필름이었으면 아마 아까워서 많이 못 찍었을 거다.(물론 이러고 필름 느낌으로 보정한다)




 이번에는 암컷 곰들의 우리에 왔는데 여기는 수컷 쪽보다 사람이 많이 몰려있었다. 예뻐 서냐고? 아니다. 사진을 봐라. 가니깐 자기에게 먹이를 달라고 이렇게 손을 들고 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가끔 아저씨 말장난으로 곰방와라고 하는데 실제 곰이 그러고 있으니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가. 훈련으로 이렇게 된 건지, 아니면 학습한 건지 모르겠지만 손을 들면 먹이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서 너도 나도 한 손을 들고 관람객들을 맞이해줬다. 



 나도 손든 녀석들에게 먹이를 던져줬지만 앞쪽에 있는 곰 친구보다는 더 안쪽에 있는 친구가 먹을 수 있도록 멀리 던져줬다. 다만 안 좋은 나의 투척 실력에 먹이는 까마귀의 밥이 되었고, 곰은 날 원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았다.






 사랑받는 방법을 제일 잘 아는 듯한 녀석. 벌러덩 누워서 손만 휘적휘적 대는데 그 모습이 눈에 띄고 귀여워서 그런지 대부분의 먹이가 이 친구에게 던져졌다. 어떻게든 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잘 조준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재주는 사람이 부리고 밥은 곰이 먹는 것 같다. 





 손 흔드는 곰을 뒤로하고 곰목장을 떠나기 전, 곰 자료실 위에 있던 전망대에 올라갔다. 전망대는 또 에스컬레이터도 있어서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었고, 올라가서 본 굿타라 호수의 풍경은 멋졌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굿타라 호수는 일부만 보였음에도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동그란 호수가 아닐까? 더군다나 환경보호를 위해 대형버스의 출입도 통제하고 있어서 수질도 정말 깔끔한 호수라고 한다. 날씨가 좀 더 좋았으면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도야코 호수로 이동을 했다. 솔직히 구글맵 후기를 봤을 때는 그리 만족스러운 후기를 많이 못 봐서 기대를 많이 안 했는데, 오히려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곰들은 무서우면서 귀여웠고, 오리 레이스는 즐거웠으며, 전망대의 풍경은 멋졌다. 



 '다음에 북해도 여행 오면 또 와 봐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나가면서 다시 본 입장료 3천엔은 솔직히 좀 컸기에, 아마 먼 훗날 오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너무 비싸. 2천엔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작가의 이전글 화성에 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